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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신약 허가심사 규제완화 가속…"한국도 보완 필요"

  • 차지현 기자
  • 2025-12-30 12:05:00
  • 글로벌 신속심사 경쟁 격화 속 제도 설계·상업적 인센티브 격차 뚜렷
  • 중국 '압도적 속도'…한국형 신속심사, 단축 넘어 상업적 보상 보완 과제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주요국 규제당국 간 의약품 신속심사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신약 개발의 성패가 출시 시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각국은 심사 기간 단축과 조건부 허가 확대를 앞세워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역시 허가 절차 단축에 나섰지만 제도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발간한 '2025년 바이오의약품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의약품 산업 전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632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평균 13.6% 성장했다. 오는 2028년에는 974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 확대에 따라 각국 규제당국 간 허가 속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신속심사와 조건부 허가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신약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글로벌 허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신속심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속심사(Fast Track)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조건부 허가 (Accelerated Approval)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등 다층적인 신속심사 체계를 구축 중이다.

신속심사는 중증·생명 위협 질환 치료제 중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할 잠재력이 있는 신약을 대상으로 개발과 허가 과정을 가속하기 위한 제도다. FDA는 해당 신약에 대해 개발 단계부터 보다 빈번한 소통과 자문을 제공하고 허가 자료를 순차적으로 제출·검토하는 동반 심사(롤링 리뷰)를 허용해 개발·심사 과정의 병목을 최소화한다.

혁신치료제는 신속심사보다 한 단계 강화된 프로그램으로 초기 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법 대비 현저한 임상적 개선 효과가 확인되거나 기대되는 경우 지정된다. 해당 제도가 적용되면 FDA는 다학제 심사팀을 구성해 임상·통계·제조 전반에 걸쳐 밀착 지원에 나서며 개발 전략을 조기에 확정하도록 돕는다.

조건부 허가는 최종 임상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대리평가변수나 중간 임상지표를 근거로 조기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다만 허가와 동시에 시판 후 확증 임상이 의무화되며, 해당 임상에서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FDA는 허가 변경이나 철회를 단행할 수 있다. 신속성과 함께 사후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 미국식 가속승인의 핵심이다.

우선심사는 허가 신청 접수 이후 심사 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제도다. 표준 심사 대비 신약의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중증 질환 치료제이거나 공중보건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 적용된다.

일본의 경우 기업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보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우선심사와 사키가케(Sakigake) 제도를 중심으로 혁신 신약의 조기 허가를 지원하는 한편 허가 이후 시장 안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키가케 제도는 중증 질환 치료제 가운데 기존 치료법 대비 임상적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혁신 신약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신속심사 프로그램이다. 해당 제도로 지정된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허가를 신청하면 재심사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해 준다. 이는 사실상 특허에 준하는 독점적 지위를 장기간 보장해 글로벌 제약사가 일본 시장을 우선순위에 두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은 허가 속도 경쟁보다는 불확실성의 성격을 제도적으로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조건부 허가, 예외적 허가, 신속심사, PRIME 제도 등을 병행 운용해 신약의 개발 단계와 임상 근거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허가 경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예외적 허가 제도는 희귀질환 등으로 인해 시판 후에도 확증 임상 수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다.

중국은 속도에 방점을 둔 공격적인 규제 혁신으로 글로벌 바이오 강국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혁신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우선심사, 특별 승인 등 여러 신속심사 트랙을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공중보건 비상사태 시 적용되는 특별 승인 제도는 접수와 초기 검토 절차를 24시간 이내에 착수하도록 설계돼 있어 각국 가운데서도 가장 신속한 대응 체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우선심사 또한 표준 200일에서 130일로 대폭 단축하는 등 압도적인 시차 축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신속심사와 조건부 허가 제도를 도입하며 글로벌 규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속심사(GIFT) 제도를 통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와 혁신 신약을 대상으로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조건부 허가를 통해 임상 근거가 완전히 축적되기 전이라도 조기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신속심사 제도 적용 시 심사 기간은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약 25% 단축된다. 또 허가 자료를 단계적으로 제출·검토하는 수시 동반심사도 제도적으로 마련해 심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실제 운용 측면에서 주요국과 비교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GIFT 제도가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요국 수준의 파격적인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이 사키가케 제도를 통해 세계 최초 신청 제품에 대해 강력한 시장 독점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허가 이후 일정 기간 독점권을 보장하거나 파격적인 약가 우대 정책을 통해 기업의 상업적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의 과학적 유연성 확대와 규제기관의 전문 인력 확충·권한 강화 역시 GIFT 제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암·희귀질환 등 긴급한 치료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는 대리 평가변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허용하되, 시판 후 관리와 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바이오 전문 인력을 강화해 심사관의 재량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규제의 수준이 곧 국가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라면서 "단순히 허가 시점을 앞당기는 데서 나아가, 신약 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상업적 보상 구조가 마련돼야 GIFT 제도의 실효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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