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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네릭 '독배'로 국내제약 기반 공략"

  • 박찬하
  • 2006-02-20 06:43:54
  • 지재권 보호장치...오리지널 약가차별 철폐 요구 예상

한미FTA 추진경과 및 계획. 외교통상부 발표자료 정리.
의약품 관련 투명성 제고문제는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 등과 함께 한미간 4대 통상현안 중 하나다. 미국측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해 온 약제비 절감방안에 대한 투명성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해 왔다.

문제는 미국이 한미#FTA 공식협상의 전제조건으로 4대 통상현안의 사전해결을 내걸었다는데 있다. 2005년 6월과 11월, 랍 포트만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측의 통상현안 사전해결을 전제”로 한 FTA 착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이미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발표했고 살코기에 한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도 결정했다. 또 올 1월부터는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겠다던 환경부의 정책도 최종 유예된 것으로 밝혀졌다. 4대 통상현안 중 의약품 관련 투명성 제고 문제만 남은 셈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의약품 투명성 제고 문제에 대한 한미간 합의사항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FTA 대응책 수립 담당공무원 역시 “미국측이 FTA 협상시작의 전제조건으로 4대 통상현안을 내걸었고 이미 협상출범이 선언된 만큼 의약품 분야에 대한 합의도 어느정도 이루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결국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유지해 온 정부 정책기조의 철폐 내지는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점차 내몰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의약품 제조업 및 품목허가 분리법안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형편이다.

미한재계회의와 주한미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05 정책 보고서'
특허보호 강화요구, 제네릭 공세 차단

FTA 협상 테이블에 앉은 미국이 의약품 분야에서 제기할 요구사항은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시간 날때마다 비판해 온 국내 의약품 정책의 문제점들을 주목한다.

'2005 정책 보고서'에서 미한재계회의와 암참은 의약품 승인과정에서의 특허침해 방지와 도입신약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보험약가 체계개선을 요구했다.

우선 신약재심사 절차 외에는 신약허가시 제출하도록 돼 있는 비공개 데이터들의 보호규정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특허청과의 업무연계가 미흡해 해외특허권자들이 특허권 침해가 발생한 다음에야 법원을 통한 구제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식약청과 특허청간 연계체계를 구축해 기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업체에 한해서만 판매승인이 나도록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허보호 강화와 관련한 이같은 주장은 FTA 협상의 주요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보건산업 정책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한 연구원은 “미국은 우리 정부기관의 정보보호 의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신약허가시 제출받는 특허관련 내용들이 정말 심사용으로만 쓰인다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는 결국 제네릭 출시로 인한 오리지날 품목의 상업적 피해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 시행중인 해치-왁스만법과 유사한 법률제정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품허가 후 45일 이내 오리지널사가 제네릭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30개월까지 제품발매를 막을 수 있는 해치-왁스만법이 도입될 경우 오리지널 특허의 허점을 이용한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전략이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소송제기 여부와는 무관했던 품목허가 제도 자체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제네릭 개발기획을 담당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해치-왁스만법이 도입되면 다국적사는 100% 이득이고 국내사는 소송비용 증가와 퍼스트 제네릭(승소할 경우 180일간 독점권 보장)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 등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자체신약이 있는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면 타격이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이 지난해 3월 허가 신청한 비만치료 개량신약 '슬리머'가 미국측의 이의제기에 부딪혀 반려됐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 미국 애보트사의 비만치료제인 '리덕틸' 특허의 허점을 이용한 슬리머의 발매지연은 미국 FTA 전략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3일 미 의회 의사당에서 발표된 한미FTA 협상출범 선언.
오리지널 약가 저평가, 제도개선 초점

암참은 이와함께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결정 제도나 실거래가상환제, 약가재평가제도 등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보고서에서 암참은 선진 7개국의 평균가격(A7)을 혁신신약에 적용하겠다던 복지부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약가를 결정하는 약제전문위원회도 과학적 자료나 품질보다 경제적 사항이나 비용절감을 잣대로 '혁신성'을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또 수금할인 등 편법을 동원하는 국내사와 달리 다국적사들이 실거래가상환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으며 약가재평가 역시 혁신적 제품을 겨냥한 차별적 비용절감책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FTA 협상 테이블은 미국의 혁신신약들이 국내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상당부분 할애될 가능성이 높다.

허가순서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상한금액의 80%부터 차등 보장하는 현행 약가체감제 역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해치-왁스만법 도입과 오리지널에 유리한 약가체계 개편은 제네릭 시장의 '독약'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미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호주약가제도인 PBS의 전면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 연구원은 “국내 오리지널 신약 약가가 A7 국가 대비 56%인 반면 호주는 95%에 이른다”며 “제값에 가까운 금액을 주는 호주에 대해서도 약가제도 개편을 요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혁신신약에 대한 미국의 약가제도 개편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상승을 포함한 2단계 약가제도 변화가 점쳐진다. 오리지널 품목의 약가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국내 제네릭 제품의 약가를 낮게 책정함으로써 의료비의 평균지출을 낮추는 방법을 정부가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시민 장관이 최근 언급한 포지티브 방식도 통상마찰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약제비 절감책 '포지티브'도 협상 테이블로

암참의 기존 요구와는 별도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언급한 #포지티브 리스트(선별목록) 방식으로의 전환이 또다른 통상마찰을 부를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제약사가 보험급여를 신청한 제품 중 약효와 경제성을 평가해 선별적으로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포지티브 방식은 급여 대상품목의 구조조정과 다국적사 오리지널 품목의 약가인하를 겨냥함으로써 약제비 절감효과를 이끌어내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오리지널 품목은 효능별 급여대상 목록에 반드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 품목수 감소 효과도 톡톡히 누리게 돼 시장에서의 비교우위가 더욱 확고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포지티브 도입 취지가 약제비 절감에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조치나 효능군별 동일상환가격제 도입이 장기적 관점에서 시도될 수 있어 통상마찰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일 성분을 대상으로 일정한 가격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환자가 부담하도록하는 #참조가격제 등 고가약 억제정책 전반에 대한 포기를 종용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 의약품 수출입현황. 2004년 기준. 단위=달러, %.
관세장벽 효과 "더 이상 기대 못한다"

미국산 의약품 도입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던 관세 장벽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FTA 자체가 "95%의 자유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5%의 미양허 품목에 의약품이 포함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관세부과 분류기준인 HS코드로 보면 총 460품목인 의약품의 경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호르몬제제, 마약류, 장기요법용 선과기관, 혈액제제, 붕대등 의약외품, 기타 의료용품 등 96품목은 이미 무(無)세화됐다.

또 벌크나 소분돼 들어오는 기타의약품과 진단용시약, 젤라틴캡슐 등 99품목은 미양허 품목으로 분류됐다.

이를 제외한 265개 품목들은 관세인하 및 조화대상으로 분류돼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조정하게 된다. 이에따라 현재 완제품은 8%, 의약품 원료는 5.5∼6.5%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의약품 관세율은 1%대로 무세화에 가까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체결되더라도 미국의 관세가 1%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약품 원료나 완제품의 대미 수출증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공통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계 제약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하져 현재 한국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계 제약사들과 함께 국내순위 상위권을 모두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원료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제약산업의 특징으로 볼때 국내사들도 관세철폐로 인한 이익을 일정부분 공유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세철폐로 인한 최종이익은 직접 수입하는 다국적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 역시 "관세철폐로 의약품 분야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완제품 원가의 30%를 원료가 차지한다고 봤을 때 원료수입가 인하에 따른 원가절감율은 2.4%에 불과한 반면 완제의약품의 수입가 인하율은 부가세를 포함하면 19%에 달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따라서 가격 문제로 국내 공략을 보류했던 미국 제약사들의 완제의약품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의약품 관세문제 연구자 역시 "관세부문은 철폐한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라며 "항생제나 인체용백신, 호르몬제제, 비타민제제 등과 같이 우리가 보호해야할 품목을 정하고 관세철폐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GMP 제도에 대한 MRA(상호인정협정) 체결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확률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고려에 집중하는 협상태도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한미FTA 쟁점사항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분야는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수입증가로 인한 국내업계의 피해가 매우 큰 산업군 중 하나로 분류됐다.

제약분야 FTA 대책팀 관계자 역시 "미국은 경제적 실익을 챙기는 방향에서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는 정치적 고려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농업이나 축산업, 스크린 쿼터 문제 등에 밀려 의약품 분야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쨌든 한미FTA라는 '불확실성'은 제약산업 성장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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