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등재약 평가, 외국서 볼까 두렵다"
- 박동준
- 2008-07-10 06: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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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과학회 박수헌 보험이사 "제약사 지원사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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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학회는 심평원이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과정에서 임상의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데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료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이의신청 접수 만료일을 앞두고 제기된 내과학회의 문제제기가 결과적으로 제약계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제약계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심평원 내에서는 내과학회가 임상연구와 경제성평가 연구를 혼돈한 것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평가결과를 오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내과학회 박수헌 보험이사(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를 통해 이번 문제제기의 배경과 학회가 바라보는 심평원 평가의 문제점, 향후 개선방향 등을 들어봤다.
-심장학회와 지질동맥경화학회의 모학회가 되는 내과학회가 움직였다. 심평원의 평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게 된 배경은?
심평원의 기등재약 목록정비에는 내과에서 쓰이는 모든 약이 망라돼 있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분과학회의 자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자문이라는 것은 평가를 위한 조언과 조정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그럼에도 심평원은 이번 평가에서 임상의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또한 자문회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가 학회 주도로 다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일체의 자문을 거부한다고 했는데?
심평원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임상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도 자문을 받았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의 심평원 연구는 외국에 내놓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신뢰할 수 없는 연구에 학회나 학회에 속한 임사의들의 이름을 올려 자문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내과학회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심평원이 수행한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결과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실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더라도 결과가 현재보다 더욱 고지혈증 치료제의 약가를 인하토록 해야 하는 쪽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평원이 평가를 위해 수집한 자료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바탕으로 여기에 여러가지 가정을 어렵게 덧붙이면서 평가가 짜깁기식이 됐다.
-학회의 자문이나 문제제기와 관련된 부분이 심평원 보고서에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심평원 보고서에 자문 내용이나 설명이 일부 담겨져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평가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뤄졌고 심평원 보고서는 그것을 설명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내과학회는 심평원이 투약비용 등의 산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추정치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심평원이 뽑은 진료실적 분포 등은 실제 환자들의 비용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심평원이 실제 의료비용을 측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때문에 학회에 자문을 구했으면 임상의들이 실제 환자들의 데이터를 뽑아 줄 수도 있었다. 심평원은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직접 의료비용이 다 들어가더라도 지금보다 약가인하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국가예산을 투입해 하는 연구를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된 것으로 해야하지 않겠느냐
-내과학회는 보험청구분과 분석대상 환자가 일치하지 않는 등 연구자료의 일관성 결여를 주장하며 자료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심평원은 협심증은 2006년 환자를,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2004년 환자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학문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기간이 달라질 경우 환자들이 지불하는 의료비용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기간을 정해 동일한 기간 내의 환자를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임상연구에서도 이를 엄격히 적용해 분석대상 환자들의 기간 등이 차이가 날 경우 이를 제대로 된 연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환자집단의 통계가 구축된 심근경색과 뇌졸중과 달리 협심증은 이러한 통계가 없어 가장 최근인 2006년 자료를 이용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연구가 각 환자의 그룹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질병비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내과학회가 임상연구와 비용효과성 연구를 혼돈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종 비용은 세가지 상병 모두 분석시점인 2007년을 기준으로 보정했다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이 스타틴에 대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100%, 복약중단률 0%로 가정한 것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평가대상 약제에 유리한 가정인데?
평가대상 약제에 유리한 가정을 했다고 문제가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심평원이 제대로 된 연구를 했느냐는 것이다.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알 수 없는 분석은 학문적으로 가치가 의심된다.
-심평원 평가에서 환자의 수익손실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존 경제성평가 문헌에서도 생산성 손실비용을 포함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인데?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질환은 사회비용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해당 질환에 따른 사회비용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중요성을 가지고 가야한다. 그럼에도 당장의 평가를 위해 심평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주장들이 제약계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면서 학회가 제약계를 지원사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번 문제제기와 관련해 학회 내에서도 그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학회는 앞으로 점차 사회적으로 비중이 커질 비용·효과성에 대한 연구가 이렇게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학회는 순수한 의미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의사들은 평가를 통해 의약품의 가격이 높아지던 낮아지던 직접적인 관련도 없다. 문제는 연구의 신뢰성이다.
-학회는 심평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향후 자문을 거부한다고 했다. 이는 기등재약 목록정비에 제동을 거는 것일 수 있는데?
사실 이렇게 유일무이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일방적으로 약가를 낮추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제약사가 약자인 상황이다. 아무리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한다고 해도 일방적인 약가인하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과학회가 약제의 비용효과성 연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회와 심평원이 함께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가 연구의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학회가 주축이 돼 평가를 위한 모델을 세우고 일정 기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를 심평원에 제공해 제약계와 공동으로 혹은 (제약사가 자신이 없다면) 심평원 단독이나 제3자가 분석토록 하는 것이 공정하다. 제약사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학회는 이를 지원할 의지도 있고 준비도 돼 있다.
-그렇다면 학회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안이나 행동에 나설 계획이 있나?
심평원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데 학회의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심평원이 학회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는 한 학회도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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