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고용약국 약제비 전액환수 무산
- 박동준
- 2008-08-04 12: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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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 "약국, 무자격자 고용사실 몰랐다"…공단,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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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 무자격자를 고용하다 적발됐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면 약제비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4년 동안 무자격자를 고용한 사실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마산시 소재 S약국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급여비 환수결정 취소소송에서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이 S약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4년 동안이나 무자격자를 고용한 S약국 사건은 지난 2006년 복지부가 해당 사례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약국가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지만 실제 사건의 경위나 이후 진행된 급여비 환수와 관련한 소송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RN
S약국, "무자격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A약사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 5월까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L씨를 근무약사로 고용했지만 2004년 정부의 약사면허 전산화 과정에서 L씨가 무자격자라는 사실이 확인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L씨는 과거 영남대 약대 1학기 정도를 다니다가 의대나 천문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약대를 포기했으나 이후 진학에 실패해 사업에 전념하면서도 의약학에 관심이 많아 의학잡지 등을 통해 공부를 지속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L씨는 1989년경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창원시 아파트 상가에 개업한 M약사가 보건소에 개설신고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은행 신용대출에 이용할 목적으로 M약사의 약사면허증 사본을 위조, 보유하게 된다.
L씨는 1997년경 외환위기로 신용불량자가 된 후 당시 거주하고 있던 상가 근처에서 약국을 개설하고 있던 사건 당사자인 A약사를 만나게 됐으며 자신을 서울대약대를 졸업한 약사로 소개했다.
당시 L씨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스스로를 서울대약대 출신이지만 현재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도 약사면허증 소지자로 인식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후 A약사는 L씨를 약사로 알고 지내면서 친분을 쌓아갔으며 2000년 7월 마산시에 S약국을 개설 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다 2001년경 L씨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A약사는 L씨를 도와주려는 생각에 "형님이 약사자격증이 있으니 저희 약국에서 같이 일합시다"라고 제안, L씨가 과거 위조한 약사면허증 사본을 보여주자 아무런 의심없이 근무약사로 고용했다.
심평원 현지조사에서 무자격자 사실 '들통'
2001년 4월 무자격자인 L씨가 근무를 시작하게 되자 A약사는 근무약사가 교체됐다는 변경통보서를 심평원 창원지원에 제출했으며 심평원 창원지원도 이를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는 회신을 보내게 된다.
특히 A약사는 2002년과 2003년에는 대한약사회 소속 경상남도 약사회장에게 L씨에 대한 해당 연도 회비까지 납부하고 약사신고필증 및 영수증을 받는 등 신상신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근무약사로 일하게 된 L씨는 2001년 4월부터 2004월 3월까지 일반약 판매 및 조제행위를 지속해 건강보험 급여 2억9228만원, 의료급여 2489억원 등을 받았으며 A약사도 매월 300~330만원의 월급을 지급했다.
4년간 지속되던 L씨의 약사 행세는 2004년 5월경 복지부가 약사면허 정보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동일 면허번호에 2명의 약사가 등록된 사실을 확인하고 A약사에게 이를 통보하면서 들통이 나게 됐다.
무자격자 고용이 적발되면서 A약사는 마산동부 경찰서에 고발됐지만 2005년 9월 창원지방 검찰청으로부터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게됐으며 L씨만 사기 및 공문서위조로 징역 1년을 선고받게 된다.
그러나 고발과는 별도로 복지부는 사기 피해자로 행정처분을 자제해 달라는 A약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2006년 건보 급여업무 정지 108일, 의료급여 업무정지 85일의 처분을 내리게 됐다.
아울러 복지부는 공단에 L씨의 조제·투약 행위로 지불된 2억9227만원을 부당이득금으로 간주하고 차기 진료비에서 상계하는 방식으로 환수할 것을 통보했다.
서울행정법원, 고등법원 연이어 A약사 정상참작
이에 A약사는 자신도 L씨에게 속았다는 점과 인력통보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한 심평원의 과실도 만만치 않다는 점, 업무정지로 폐업 위기에 놓였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약사의 주장에 대해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실제로 A약사가 약사변경 통보 및 신상신고를 성실히 이행하는 등 L씨가 무자격자인 줄을 몰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더욱이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이 무자격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급여비 부당지급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A약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L씨가 조제해 받은 급여비 가운데 실제 환자들에게 지급된 약품비를 제외한 조제료만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행정법원은 "비록 엄격한 제재를 통한 건강보험제도 유지라는 공익에도 불구하고 전체 약제비 환수는 A약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해당 사건의 환수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환수처분의 위법성을 지적하자 공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고등법원 역시 1심 판결을 인용해 공단의 항소를 기각하게 된다.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를 받은 경우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반드시 징수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재량권을 발휘해 급여비의 일부를 징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이다.
이에 공단도 더 이상의 소송을 포기하고 약제비 전체를 환수하는 원처분을 취소하고 조제료만을 환수토록하는 재처분을 내리게 됐다.
공단 관계자는 "고등법원까지 A약사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더 이상의 소송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결국 원래의 전체 약제비 환수처분이 취소되고 조제료만 환수하는 재처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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