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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공단, 수가전쟁…인상률 '동상이몽'

  • 박동준
  • 2008-09-29 06:52:16
  • 약사회 "약국비용 과소추정" …의협 수가계약 성사 '관건'

두 번째 유형별 수가협상, 의약단체 간 눈치싸움 '격화'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의약단체들은 각각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유형별 수가협상에 상당한 기대와 우려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단체협상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의약단체별 수가인상폭의 차이가 유형별 협상에서 반영될 경우 기존 고평가됐던 단체의 수가인상분 만큼이 저평가된 단체의 몫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의협을 중심으로 번졌던 이러한 기대감은 유형별 수가협상 첫 해에 보다 많은 단체와 계약을 체결코자 했던 공단의 전략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의협이 과거 단체계약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수가인상분을 일시에 큰 폭으로 상승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단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계약이 가능한 약사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를 계약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때문에 의약계에서는 두 번째로 진행되는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각 의약단체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단과 타 의약단체들 간의 계약 여부, 인상폭에 대한 눈치보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약사회, 유형별 협상의 '피해자'이자 '수혜자'

지난해 약사회는 공단과 수가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유형별 수가협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단체는 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병원협회와 조제수가가 고평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약사회였다.

그러나 약사회는 지난해 1.7%의 수가인상률로 공단과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회원들의 불만과는 별개로 공단 내외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을 마무리 지은 단체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해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결과 약사회는 최대 17%~18% 수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됐으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수가인상 가이드라인도 1% 미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회는 지난해 유형별 수가협상 종료 2시간을 앞두고 공단과 의협이 계약 결렬을 선언한 직후 재협상을 진행해 1.7% 수가인상에 합의한 것이다.

병협은 제외하더라도 유형별 수가협상 첫 해에 급여비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협, 약사회 가운데 최소한 한 단체와는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했던 공단에게는 계약성사라는 명분을 주고 당초보다 높은 수가인상분을 가져온 것이다.

이 때문에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일부 가입자 단체들은 협상 종료 후 공단이 약사회에게 1.7% 수가인상분을 안겨준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재정운영위 관계자는 "지난해 의협이 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분에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약사회는 절대로 1.7%를 가져갈 수 없었다"며 "계약 성사 후에도 일부 가입자단체는 약국의 1.7% 수가인상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가입자 단체 "약국 조제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

공단의 지난해 수가연구 결과 가운데 한 유형
비록 지난해 약사회가 낮은 수가인상에 대한 공세를 유형별 협상에 대한 전략으로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 단체를 중심으로 약국의 조제수가가 높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약사회가 당초 공단 재정운영위가 설정한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가인상폭을 가졌다는 점에서 올해에는 더 낮은 수가인상폭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가 여전히 서울대 김진현 교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요양기관 종별 연구결과도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병협 등이 지난해 공단과의 수가협상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계약 성사에 중점을 둘 경우 지난해 약사회가 취한 전략도 큰 의미를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구 회장이 지난해 약사회의 수가협상을 진두지휘했던 당시 약사회장이었던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에 버금가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도 이번 수가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관계자는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가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약국 수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사실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약국의 수가인상 요구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의협 입장이 관건…연구결과는 긍정적"

지난 26일 약사회도 공단과 본격적인 수가협상을 시작했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 수가협상에서 약사회는 자체 연구결과에서 지난해 보다 더 높은 수가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협상 초반부터 강하게 어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약사회는 지난해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의협의 계약 실패를 발판으로 공단과 수가인상폭에 대한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것을 상기하며 다른 단체의 협상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의협과 공단이 수가협상을 성사시킬 경우 약사회가 협상 테이블에서 공단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약사회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약사회 박인춘 상근이사는 "수가협상은 사실 정치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상대단체들의 협상 추이를 끝까지 잘 살피겠다"며 "의협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연구결과가 좋게 나와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연구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국 비용 과소추정"↔"객관적 검증 힘들다"

약사회가 조제수가 과대평가 주장에 맞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은 약국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과소추정 됐다는 것이다.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결과가 약국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비용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서 약국의 수가 왜곡되고 이러한 왜곡이 가입자들에게 조제수가가 높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약사회는 이번 수가협상에서 다른 요양기관과 달리 약국은 가족 인건비를 별도 고려하는 등 인건비, 관리비, 권리금 등 실제 원가에 반영되지 못한 비용항목 등을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할 것을 보인다.

새롭게 공단 수가협상 대표로 참석한 안소영 이사
다만 공단이 약사회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논리가 얼마나 협상 테이블에서 수용될 지는 미지수이다.

공단 안소영 급여상임이사는 "의약단체는 각 단체별로 특수성을 주장하지만 공단은 이를 균형감각을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의약단체별로 공정하게 협상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 보험급여실 김경삼 실장 역시 "약사회가 주장하는 소요비용 과소 추정은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객관성에서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의협, 두 번째 유형별 협상에서 '실리' 취할까

비록 약사회가 협상 테이블에서 조제수가의 적정성을 부각시키는 논리적인 주장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의협의 수가계약 성사라는 정치적 변수는 약사회의 협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의협은 2.5%라는 공단의 최후 수가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3%의 수가인상폭이 결정되면서 실리를 버린 채 공단을 공격할 명분만 찾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공단이 의협과의 계약 성사를 위해 재정운영위가 설정한 2.3%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2.5%까지 인상분을 제시했음에도 낮은 수가인상을 수용했다는 회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 협상에서 의협이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협상에 대한 일정한 의지를 드러낼 경우 공단도 두 번째로 진행되는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의협과의 계약 성사라는 매력적인 결과물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협 "2.3% 수가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

의협은 정부가 물가 관리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올해도 수가인상에 따른 급여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단체와 계약을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가협상 테이블에 앉은 의협 전철수 부회장
다만 의협은 1차 협상을 통해 물가 인상과 함께 급여비가 둔화되는 등 동네의원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의원급 요양기관의 하위 70%가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적어도 지난해 수준인 2.3%를 따내야 하겠지만 낙관적이지 않다"며 "올해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물가상승분을 수가에 반영시켜 달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 부회장은 "올해에도 약사회와 한의협, 치협은 수가계약을 먼저 체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실상 수가협상은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의협과 병협은 올해도 건정심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수가협상의 변수, '물가관리'와 '건보재정 2조 흑자'

전 부회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급격히 증가한 물가지수는 비단 의협 뿐만 아니라 전체 의약단체의 수가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의료비 등을 물가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상황에서 공단이 예년에 비해 의약계의 수가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방식인 전년도 수가 및 보험료 인상분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의약계에서는 지난 달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적수지가 2조4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수가인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희망섞인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급여비 증가율 둔화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이 2조원 이상의 흑자를 보이는 상황에서 의약계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대한 일정한 공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 김경삼 실장은 "의약단체가 2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에 기대를 걸 수도 있지만 연말까지 재정 여건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며 "용처가 정해져 있는 건보재정을 마냥 수가인상에만 쏟아부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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