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파행 급해진 의·병협…실익챙긴 약사회
- 허현아
- 2009-10-21 06: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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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별 수가인상 '산 너머 산'…후폭풍 가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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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보험수가 계약 이후 과제와 전망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계약 성사에 총력을 기울인 의료계는 '결렬'을 고집하는가 하면, 예년에 비해 입지가 좁아진 약사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는 계약을 성사시켜 단체간 협상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병원, 의원, 약국, 한방, 치과, 조산사, 보건기관 등 7개 유형 중 의원과 병원을 제외한 5개 유형과의 수가협상을 타결했다.
평균 수가인상률은 1.86%(약국 1.9%, 한방 1.9%, 치과 2.9%, 조산원 6.0%, 보건기관 1.8%) 수준.
의협과 병협은 수가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공단이 최종 협상에서 제시한 인상률(의협 2.7%, 병협 1.2%)을 마지노선으로 추가 재정 소요액을 추산할 경우 수가인상 효과는 약 35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약국, 벼랑끝 전술 '회생'…의료계, 결렬 되풀이 '패착'
올해는 극심한 경기침체 여론과 보험재정 악화 전망으로 초반부터 협상 전망이 밝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벼랑 끝 전술로 실리를 챙긴 단체가 있는가 하면, 결렬의 순환고리를 빠져나오지 못한 단체도 눈에 띄었다.
먼저 유형별 수가계약 전환 이후 가장 성공적인 계약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약사회는 올해도 우여곡절 끝에 위기를 돌파했다.
올해 공단의 협상력이 상당부분 '의협'에 쏠린데다, 연말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진통이 예상됐지만 조제수가 1.9% 인상을 끌어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유형별 계약 2년간 공단과 합의에 실패한 의사협회는 막판까지 팽팽한 협상을 벌이고도 결국 3년 연속 결렬 행보에 족적을남겼다.
공단은 막판 협상에서 의협측에 타 단체와 1% 가까이 격차를 둔 2.7% 인상률을 제시했으나, 4%대를 들고 나온 의협과 현실적 거리를 좁히지 못한 것.
공단이 막판협상에서 비공식적으로 2.9% 인상률까지 제시했는데도 의협이 결렬을 선언했다는 비하인드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의약단체 관계자는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2.7~2.9% 인상률에 만족하지 않고 계약 결렬을 선언한 것은 패착"이라면서 "3% 이상의 인상은 국민 정서로도 심리적으로도 너무 부담스러운 수치임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다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병원협회는 초·중반 흐름에서 타결 기류가 감지됐지만, 기본적인 협상 기조에서 의협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협상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병협은 그동안 명분보다 실리에 입각해 계약에 최대한 접근하는 양상이었지만, 진료비 증가세를 둘러싼 원천적 시각차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또 수가인상 전제로 불거진 '총액계약제' 부대합의 이슈에서 의협과 행보를 같이하는 등 일정부분 대립구도를 피할 수 없었던 정황도 결렬 기조에 한 몫을 담당했다는 분석이다.
이외 1.9% 인상안에 합의한 한의사협회와 2.9% 인상안에 합의한 치과의사협회는 난관 속에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가 논란 끝나지 않았다"…가입자, 건정심 '조준'
우여곡절 끝에 단체별 계약이 일단락 됐지만, 수가계약을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건강연대를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20일 건정심 대응을 위한 회의를 열고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 제도개선 등을 주문하는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나섰다.
애초 총액계약제를 전제로 수가인상을 수용했던 가입자단체들이 "실체는 사라지고 숫자만 남았다"며 지불제 개편 논의 부재에 반발하고 있는데다, 계약 결렬 패널티를 둘러싼 논란도 분분하기 때문.
가입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고지원, 재정확보, 보장성 강화 책임을 고질적으로 도외시하면서 보험료 추가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재정안전성 측면에서 제시된 '총액계약' 문제를 의도적으로 수가 협상에서 배제시킨 것만으로도 정부의 위기관리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더욱이 건정심으로 향하는 의협과 병협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가입자단체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2.7%, 나아가 2.9% 인상안도 받지 않는 의협은 건정심에서 마땅히 확실한 패널티를 받아야 한다"면서 "지난해 외과, 흉부외과 등 1000억원대 상대가치 얹어 배를 불렸는데, 추가인상을 바라는 병협의 논리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회와 복지부 등 전방위로 확산된 저수가 인식에 주목, "논리적인 사리판단 없이 의료공급자의 대변인 역할에 전락한 국회의원의 공천 탈락, 상임위 이전 등을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의·병 "수가파국 공단 책임"…연합전선으로 '맞불'
공급자측의 반발심도 정부와 공단을 향하기는 마찬가지다.
병협은 20일 일찌감치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결렬은 무성의하고 불합리한 협상태도로 수가억제만을 고집한 공단의 책임"이라면서 반발태세를 갖췄다.
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판을 깨고 싶지 않다면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공단을 압박하던 의협도 오는 21일을 기점으로 성명 발표 및 병협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의협은 수가결렬에 맞서 "의료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 제도의 틀을 불신할 수 밖에 없다"면서 "당연지정제 폐지, 다보험자 도입, 민영의료보험 도입 등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예년과 같이 수가계약 결렬에 대한 패널티가 수가조정에 반영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공동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전면전 양상을 내비치고 있다.
"고질적 불신 그만"…합의 구조 논의 '진전'
이처럼 매년 수가계약을 놓고 보험자와 공급자가 반복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극약처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총액계약' 화두가 당사자간 불신구조를 여과없이 드러내, 합의기구 재편의 단초를 제공했다.
재정운영위원회 관계자는 "늘 수가협상이 끝나면 협의기구, 공동연구 등 다양한 방법론적 토대 위에 합의 구조를 개편해 보자는 논의가 나왔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면서 "보험자와 참여단체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합의 구조 확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불제도 개편 없이는 늘어나는 진료비 총량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대승적인 결단에 다다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자와 보험자간 실익없는 연구용역 갈등 또한 장기적인 해결 과제다.
의약단체 관계자는 "보험자와 공급자측 환산지수 연구가 신뢰에 입각한 객관적 결과라기보다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논리에 유리하게 맞춰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보험자는 인하안, 공급자는 인상안만을 도출해내는 식상한 틀에서 벗어나 논란을 불식시킬 객관적인 모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천적인 불신 속에서 상호 비방의 대상으로 자리잡아 온 연구방법론을 일시에 하나로 수렴하는 작업을 선뜻 주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급자가 의료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료계 관계자의 말처럼, 원천적인 불신이 공동의 목표의식 자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계 관계자는 그러나 "몇 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으로 제도의 기반을 다지는 방법론적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아직은 실체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거리감을 좁히고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을 재촉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의식환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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