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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사업무 대체하는 로봇..."잘 쓰면 약, 아니면 독"

  • 정흥준
  • 2024-03-24 18:03:20
  • 병원 인력난에 ADC 도입 급증...마약류 관리 강화에도 활용
  • 서울아산 항암조제 37% 로봇→약사 처방감사 질 향상
  • 법정인력기준 낮은 약제부..."인력 대체 아닌 재배치"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사 업무 자동화에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약사 직능이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는 약사가 자동화기기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최근 수년 동안 전자동약품분배캐비닛인 ADC(Automated Dispensing Cabinet) 도입이 급증한 것도 인력난을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ADC는 응급실과 병동 등에 설치해 약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채우면 약이 필요할 때 간호사 등이 불출 가능하도록 자동화한 기기다.

항암조제로봇도 마찬가지다. 항암조제는 약사 조제 과정에서 주사에 찔리는 등 위험성이 높아 병원약사 이직의 이유로 꼽혀왔다. 항암조제로봇은 안전성 뿐만 아니라 조제 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도입 병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암조제로봇을 2018년 2대에서 2023년 6대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항암조제로봇과 ADC가 늘어나면 약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 이 자동화 기기들을 도입한 복수의 약제부들은 “약사들의 우려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암조제 37%를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항암조제로봇 2대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총 6대로 확대한 결과, 약사 항암조제를 63%까지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아산병원 약제부는 항암조제로봇의 확대 도입은 일정 수준의 조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항암조제 인력 감소로 업무 재배치가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나양숙 병원약사회 표준화이사(서울아산병원)는 “항암조제 100건을 약사가 해왔다면 이제 60건 가량만 하면 된다. 로봇 도입으로 조제 오류에 따른 고가항암제 폐기가 줄고, 약사들은 항암조제 교육과 위험성에 대한 부담이 줄어 다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양숙 병원약사회 표준화이사(서울아산병원).
나 이사는 “항암제 조제 로봇은 인력 대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로봇 1대를 사람 1명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자동화 이후로 약사 처방감사는 더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처방을 확인하는 감사가 아닌, 다제약물에 대한 검토의 질이 분명히 올라갔다”고 했다.

오히려 자동화기기가 더 많이 도입돼 약사의 반복적 조제 업무가 대체돼야 한다는 데 상당수 약제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업무에 약사 부담 커져...자동화 없다면 과부하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비롯해 약사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업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약사 법정인력기준은 이에 맞춰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동일한 인력으로 다양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것.

약사들은 자동화를 통해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자동화 기기를 도입해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보라매병원은 작년 3월 약제부 조제실에 ADC를 도입해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업무를 간소화했다.

ADC를 조제실에 도입한다는 것은 병동과 응급실, 외래주사실에 들여놓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마약류의 안전한 보관과 정확한 입불출, 재고와 사용량 관리 등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보라매병원은 마약류 관리 강화를 위해 조제실에 ADC를 도입했다. 병동과 응급실 등 3곳에도 설치돼 있다.
김민정 약제팀장은 “ADC는 환자 별로 약을 선택해 불출할 수 있도록 전산프로그램이 구성돼있다. 하지만 약제부 조제실에 도입하려면 시점별, 약품별로 마약류 배출이 가능해야 했다. 추가적인 전산개발이 이뤄져야 했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업체와 수차례 논의 끝에 약품별로 불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DC를 도입하자 이중잠금 등 보관 업무부터 재고 확인, 불출 시 데이터 누적 등으로 업무 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김 팀장은 “마약류 관리에 활용해보니 철제금고 2대가 1대로 대체되면서 공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또 철제금고는 이중잠금 관리에 번거로움이 있었다. ADC도 이중잠금이 돼있는데 지문인식과 아이디로 2번 인식해서 불출할 수 있어 간소화됐다. 또 누가 문을 열었는지 정보가 남아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ADC로 대체된 마약 철제금고. 재고 관리와 불출 등 모든 측면에서 효율성이 올라갔다.
또 김 팀장은 “과거에는 재고 확인을 위해 집계표를 출력해서 철제금고에서 하나씩 전부 확인해야 했다. 이제는 실재고량을 전산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약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단순 조제 업무만을 하고 있을 때이고, 오늘날처럼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동화는 효율을 높여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약사 인력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법정 인력 기준은 새로 늘어나는 업무량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인력은 유지하면서 자동화에 투자돼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처방 검토, 복약상담은 시간이 부족해 충분하지 못한 면도 있다. 자동화로 보완이 되면 이런 곳들에 약사가 더 투입돼야 한다. 질 좋은 환자 관리가 이뤄지려면 약사들에게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좋지만 올바른 사용해야...병원약사회 가이드라인 추진

약사 업무 자동화는 분기점에 있기 때문에 올바른 사용에 대한 지침도 필요해졌다. 현재는 병원 환경에 따라 사용 방법에 차이가 있어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인력 대체의 우려도 자동화의 남용에서 비롯될 수 있다. 병원약사회는 ADC를 시작으로 자동화 기기에 대한 지침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양숙 병약 표준화이사는 “2022년 조사에서는 ADC를 38개 병원에서 이용했는데, 작년 말에는 61개 병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또 항암조제 로봇도 9곳에서 14곳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자동화 장비는 점차 다양화되고 사용하는 의료기관도 늘어나고 있는데 사용방법은 원내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ATC와 ADC, 항암조제로봇 등 모두 자동화기기이지만 약사 관리 하에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 모두 동일하다.

나 이사는 “병원약사회는 ADC를 시작으로 자동화 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갈 것이다. 병원에 따라 활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의약품 충진과 식별, 의약품 배출까지 지침을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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