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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조제·원내 약배달도 로봇이...달라지는 약사 업무

  • 정흥준
  • 2024-03-24 15:31:02
  • 로봇이 병동에 조제약 전달...약사 업무도 자동화 바람
  • 자동화 첨병에 선 병원약사, 안전성·효율성 개선 시도
  • 양산부산대병원 '병동 약 배달·가루조제 로봇' 도입

황은정 약제부장 "시대가 요구하는 약사 업무 강화해야"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AI와 로봇은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되며 급부상하고 있는 가장 핫한 키워드다.

과거 제조업에 집중됐던 로봇은 서비스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고, 어느 순간 수술대에도 등장해 정밀수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AI 기반 솔루션을 도입해 병리학적 판독과 진단을 고도화하고 있다.

약사들의 업무 현장에도 AI와 로봇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자동조제기(ATC)를 비롯 다양한 자동화 기기들이 업무에 도입되며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기본적인 조제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진 약사들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업무 고도화를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첨병에는 병원 약제부가 있다. ATC 외에도 항암제 조제로봇, ADC(Automated Dispensing Cabinet), ADS(Automated Ampule Dispensing System), 의약품 이송 로봇, 가루약 자동분포기 등을 도입하는 약제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도입한 조제약 이송 로봇. 항암제 조제 후 외래 병동으로 2대의 로봇이 약을 전달한다. 로봇 1대당 하루 12km를 이동한다.
그 중 양산부산대병원은 공격적인 투자로 약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병원이다. 약제부가 약무 자동화를 주도했고, 병원이 필요성에 공감했다.

가장 먼저 ATC 캐니스터에 들어간 의약품의 유효기간을 바코드를 통해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ATC에 약사들이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또 로봇이 항암주사제를 조제하고, 병동으로 옮기는 일도 로봇이 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가루약 자동조제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황은정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장.
황은정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장은 “자동화를 얘기하면 하드웨어만 떠올리는데 그만큼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다. 사람들의 필요와 생각을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제일 먼저 했던 것도 ATC 캐니스터에 유효기간을 입력하는 것이었다. JCI 인증을 받으며 2013년 처음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ATC에 보관된 약의 유효기간을 관리할 수 있고 잘못된 약을 넣는 오류도 예방할 수 있도록 바코드를 활용했다.

황 부장은 자동화는 기기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이로 인해 약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암제 조제에서 병동 전달까지 로봇이...공간·비용 등 장애요인

항암제 조제로봇의 도입은 병원약사들에게 상징적 의미가 있는 변화다. ATC가 효율성과 정확도에 집중했다면 항암조제 로봇은 약사 업무의 안전성과 부담까지 고려한 도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삼성서울병원, 2018년 서울아산병원이 도입했고 양산부산대병원은 2021년까지 항암조제 로봇 2대를 구입했다.

황 부장은 “약사들이 항암조제에 육체적인 고충을 토로했고, 이를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들도 있었다. 안전한 조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했고 105평 규모의 특수조제실을 우여곡절 끝에 조성했다.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을 기획하는 일이 난관이었다”고 도입 당시 어려움을 설명했다.

약제부는 100평이 넘는 무균조제실을 조성했고, 항암제 조제로봇 2대도 도입 운영하고 있다.
황 부장은 “결국 준비실을 거쳐 조제실, 다시 후실로 퇴장하는 일방향의 무균조제실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20년이 넘는 기간 약사들이 이유도 모르고 걸어야 할 동선이라 신중해야 했다. 장비와 공사비가 수십억, 공사기간만 8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단일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특수조제실을 마련했지만 그 다음 문제는 항암외래 병동까지의 거리였다. 항암제를 멀리 떨어진 병동까지 전달하는 과정에 약사 인력이 투입되고, 병동 간호사들과의 소통 문제도 불가피했다.

결국 병원은 조제약 이송 로봇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 2대의 이송 로봇은 조제된 항암제를 병동 간호사들에게 전달했다. 로봇은 하루 12km를 오가고, 결국 이 업무를 하지 않게 된 약사들은 다른 업무에 활용할 수 있었다.

황 부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으로 계산해선 안 된다. 이송 로봇 도입으로 가장 만족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의료진들이다”라며 “로봇의 장점은 데이터를 남긴다는 것이다. 항암 조제와 이송 로봇이 모두 있기 때문에 처방 접수부터 병동 전달까지 진행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간호사들도 상시 확인할 수 있어 수시로 전화로 소통해야 할 일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병동약 이송 로봇 도입에도 풀어야 할 숙제들은 많다. 로봇이 지나가는 동선은 모두 자동문이어야 하고, 문턱이 경로를 막지 않아야 한다. 또 복수의 로봇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적절한 동선도 기획해야 한다.

황 부장은 “시범운영을 하는데 1년이 걸렸다. 단순히 장비 구입으로 보면 안 된다. 병원의 모든 환경이 자동화 시스템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사에겐 새로운 역할 요구돼...단순업무는 자동화로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12월 국내 최초로 산제자동조제기를 도입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작년 12월 국내 첫 가루조제로봇을 도입했고, 2년 뒤인 2026년에는 의약품 입출고를 자동화 관리하는 스마트물류창고를 설립한다.

정부 정책에 맞춰 스마트병원으로 탈바꿈하는 일련의 과정이지만, 약제부로서는 새로운 역할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의약품 출고 관리가 자동화되면 약사들은 초고가 바이오의약품 관리에 집중할 수 있고, 가루조제를 자동화하면 처방 중재 고도화에 약사 인력을 배정할 수도 있다.

황 부장은 “스마트물류센터에는 로봇이 의약품 입출고를 자동 관리, 적재하는 시스템이 조성된다. 약품 창고에서의 약사 역할을 줄일 수 있다”면서 “또 자동화는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의미가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불필요한 행정을 줄이고 재고관리뿐만 아니라 예측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부장은 “약사를 원하는 곳은 많다. 새롭게 해야 할 것도 많다. 가장 기본인 조제 업무를 자동화해야 그 역할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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