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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국회의원·교수·약사들도 복지부 속도전에 '의구심'

  • 최은택
  • 2011-07-08 06:49:52
  • 충분한 의견수렴·설득, 세밀한 영향분석 부재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홍모(49) 약사는 요즘 하루에도 몇번씩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20여년 간 오전 8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거의 쉬지 않고 약국 문을 열어왔다.

의약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경제주체로서 약국의 생리도 있지만 지역 건강지킴이라는 자부심도 컸다.

약국외 판매가 금지된 현재도 일부 일반약이 진열된 가판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사실상 불법을 방치해온 셈이다.
신종플루가 창궐했을 때는 가장 먼저 거점약국을 자원했다. 공중보건을 위해 약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의 발로였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정책 추진은 이런 그에게 국가가 가져다 준 배신이었다.

의사와 더불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 달라며 인정해준 약사면허를 국가가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생각에서다. '매약' 의존비율이 높은 동네약국은 폐업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홍 약사는 분을 토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복지부의 속도전은 약사사회 민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진수희 장관은 지난 4일 약사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세부 추진일정을 발표했다.

국회의원들도, 교수들도 복지부 속도전에 의구심

전문가 간담회 참석을 거부한 신현택(좌) 최상은(우) 교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 분류 분과소위원회에서 찬반의견을 들은 지 사흘만이었다.

후속일정은 숨가프다. 7일과 11일 전문가 간담회, 15일 공청회, 8월 입법예고, 9월 제출 식으로 약사사회 입장에서 보면 '시간차 공격'이 계속된다.

홍 약사는 "공청회고 뭐고 다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죽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앉아서 죽을 바에 나가서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의 속도전에 대한 불만은 학계에서도 확산일로다.

전문가 간담회 첫날인 7일 신현택 교수와 최상은 교수는 회의에 나가지 않았다.

일정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데다가, 약국 외 판매약 도입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지만 '미리 짜여진 각본에 들러리 설 수 없다'는 판단이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복지부가 진행한 약국 외 판매약 도입 주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의 보고서가 전부인데, 이조차 해외사례를 소개했을 뿐 3분류 체계를 도입해야 할 체계적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검토안 또한 해외사례를 참고해 급조됐을 뿐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이 필요한 설득력있는 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 영향분석조차 없이 외부동력에 의해 '속도 게이지'만 높이고 있는 셈이다.

보건학 박사인 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는 약국외 판매약 논란은 광우병 파동, 4대강 사업, 구제역 가축매몰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으로 비판받는 국민안전 이슈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는 "이 사업들은 국민의 안전이 이슈라는 점, 충분한 의견수렴과 설득 과정, 세밀한 영향분석 없어 결정이 먼저 이뤄졌고 밀어붙이기식 속전속결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꼬집었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설득, 세밀한 영향분석 부재"

복지부의 속도전에 의구심을 드러낸 신상진(좌) 주승용(우) 의원.
국회 또한 복지부의 속도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의사출신 신상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틀에서는 정책방향에 동의한다. 하지만 갑자기 서두르고 있는 게 뭔가 불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검토가 잘 될 수 있을까? 섬세하게 세부적인 내용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민주당 144차 원내 대표자회의에서 "왜 이렇게 국민 건강을 다루는 의약품 문제에 대해 서두르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우리나라가 약품 오남용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간담회 초청을 거부한 두 약대 교수들처럼 약사회는 15일 공청회 불참으로 간접 시위에 나설공산이 크다.

복지부의 속도전에 공분해 공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을 촉구하는 약사사회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여론의 역풍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약사회의 행보는 이처럼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약사출신 한 전문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고 할 수 있지만 '룰' 자체가 잘못 짜여진 게임을 놓고도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한약사회는 약국 외 판매약 도입에 결사항전을 선언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소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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