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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머

"일본 약가인하정책엔 충격완화 장치 내장"

  • 조광연
  • 2011-12-01 06:44:58
  • 후쿠야마 사장 "갑자기 큰 정책 시행되면 대처 쉽지않아 "

일본 제약산업은 토를 달 수 없는 일류다. 세계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생명연장과 질 높은 삶을 위해 일본 제약회사들이 만든 의약품을 먹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제약산업 제도와 정책은 우리 정부의 관찰 대상이다. 다른 분야처럼 때때로 부분 원용되거나 벤치마킹된다. 약값인하 정책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때문일까? '약값을 인하했더니 제약회사들이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섰고, 그 결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식의 논리가 정설처럼 우리에게 인용되기도 한다.

일본의 사례는 '급진적 일괄 약가인하로 국내 제약산업이 휘청일 것이라는 국내 제약산업계 주장'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에게 비쳐진 일본 제약산업은 '온전한 코끼리'일까, 부분일까? 겉으로 보여지는 일본의 방식대로 약가를 깎는 정책을 지속하면 우리나라 제약산업도 일본 제약산업처럼 '세계인들의 약국'으로 성장 가능한 것일까?

와세다 대학을 나와 30년 이상 일본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며 한동안 약가담당 업무를 맡았던 제일기린약품 후쿠야마 마사시(福山 正士·54) 사장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2008년 7월 부임한 후쿠야마 사장은 우선 "(제약업계에) 임팩트가 큰 정책을 발표한지 6개월 만에 실시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약가인하 정책을 펴면서도 충격완화 장치를 둬 기업들이 제 갈길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성취가 단순히 저약가 정책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약가업무를 오랫동안 했던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적극 협조하고 싶다고도했다.

후쿠야마 사장은 일본 기업들은 신약개발의 위험성이 크지만 성공뒤에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 약가정책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은.

"일본은 제조허가, 수입허가를 받으면 보험에 등재된다(5.3 약제비 적정화제도 이전 한국 시스템과 동일). 약가와 함께 말이다. 신약산정기준이 제시돼 있어 신약 가격, 다시말해 신약가치의 예측이 가능하다. 심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외국보다 낮게 준다는 점외에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어렵다. 늘 또다른 이슈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일본의 약가인하 정책의 골조를 1000원짜리 의약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신다면.

"실거래가격은 제약회사 도매상 병원 등의 시장활동에서 결정된다. 이 가격에 대해 정부가 몇 % 인하같은 직접적 컨트롤은 하지 않는다. 한국의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배분하는 형태다.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은 선진적이다.

1000원짜리 의약품이 있다고 치자. 이게 실거래과정에서 950원이 되면 50원은 시장에서 재평가 된것으로 정부가 인정한다. 50원은 병원 마진이 된다.

-한국에서 R존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알존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합니까.

"리즈너블 프라이스 존(Reasonable Price Zone)인데 합리적 구간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같다.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실거래조사 결과 20%의 가격인하요인이 있다고 해도 알존이 10%로 정해지면 약가 인하는 10%만 인하 된다. 이 범위 안에서 2년에 1회 가격이 재조정된다. 최근 일본의 알존은 2% 안팎이다. 알존의 기능은 한마디로 충격완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대미지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제약산업 육성책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알존은 고정돼 있지 않다. 충격완화의 관용성을 담고 있는 셈이다."

-사장님은 한국 약가정책을 급진적으로 보시는 것같다.

"일본도 의료기관이 약을 싸게 구입하려는 과정에서 진료행위에 곤란을 주는 진통이 있었다. 보험약가 상환제도가 30년 정도 됐는데 20년 정도는 가격조사에 좀 어려움이 있었지만 IT기술이 발전하며 세밀해 졌다. 어쨌든 일본은 긴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서 2% 안팎의 안정적인 알존이 형성됐다. 그 과실은 제약산업이 완화된 충격에서 새로운 생존 방향을 모색하고, 다음 해 약가를 투명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안정적인 투자활동이 가능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에둘러 말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의 가격인하는 제약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영업이익이 현저히 줄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면 경영에 치명적이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일본에선 이렇듯 갑자기 실시한적은 없었다. 알존은 10년 이상 작동됐다. 이 과정에서 M&A도 일어나고, 제약회사들의 생존전략도 스스로 확립됐다."

-일설에는 한국 일괄 약가정책이 일본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글쎄요. 그런가요?"

-일본 병원들도 최저가 낙찰제도가 있는가?

"구매자는 당연히 싸게 사고 싶어한다."

-그러면 1원 낙찰도 있었겠다.

"기본적으로 없다고 자신한다. 불공정 행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감각으로 있을 수 없다. 1000원짜리가 어떻게 1원으로 바뀔수 있나. 물론 원외처방을 기대한 원외처방의 희생이라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일본은 그렇다는 말이다. 일본과 한국의 체계상 차이일 수 있다."

-지금 일본 기업들은 신약개발을 하면 돈이 벌린다고 생각하나요?

"대체 그게 무슨 질문이죠?"

-한국 기업들은 신약개발 해봐야 제 값도 못받는 실정이라며 정부 약가정책을 비판하거든요.

"신약개발은 확률면에서나 투자비용이나 투자기간 등등 모두 쉽지 않다. 그래도 일단 성공하면 부가가치가 높다. 기업들은 당연히 희망을 건다. 그게 제약회사의 운명아닌가. 중요한 건 정책적으로 커다란 틀에서 투자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제약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적어도 10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신약개발 능력이 있다고 본다. 환경이 좋고 실력이 있어 진행중인 임상건수가 많지 않은가. 한국안에서 이런 일이 계속 번창할때 제약산업도 동반 발전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치있는 신약을 한국민이 사용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요."

후쿠야마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정책을 이해한다면서도 예측력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계 다국적제약회사 CEO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인 '언프레딕터블'과 같은 의미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

"한국민들에게 신약을 제공하고 싶은게 제약인의 사명이다. 보험제도와 재정안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의약관련 행정의 규제성도 이해하고 있다. 다만, 예측력과 투명성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작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시행하고 올해다시 새로운 약가정책이 발표되면 정신을 차릴수 없다."

-한국 제약회사들과 협력관계는 어떤가.

"한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데 다리가 되고 싶다. 산학렵력, 산산협력을 힘쏟아 진행하려 한다. 특히 한국 제약회사들의 장점이 많다고 보는데 코마케팅이나 위탁부문에서 협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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