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환자약물치료법 의·약사가 같이 논의"
- 데일리팜
- 2012-03-19 12: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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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끝] 제네릭과 오리지널 약효같다는 인식 기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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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환자가 전화로 주문한 리필 처방전 리뷰를 끝내면 전날 문제가 있어 내보내지 못한 처방전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10시가 넘으면 그 때부터 팩스와 전화로 처방전이 쏟아진다. 대기 환자는 점점 늘어난다. 오늘 아침에는 플라빅스(Plavix)와 오메프라졸(omeprazole) 사이에 약물상호작용이 있다고 시스템에 '메이저(major)' 경고가 떴음에도 전날 일한 약사가 의사한테 연락을 하지 않고 무작정 처방약을 조제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 병원 간호사와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 얼른 전화해서 오메프라졸을 판토프라졸로 바꾸라고 권고했더니 의사가 처방전을 권고대로 변경했다. 환자가 약물상호작용을 잡아내준 것을 고마워했다.
무지하게 바쁜 11시경에 한 환자가 와서 혈압을 측정해달라고 한다. 2월에야 일종의 고객서비스 행사로 했지만 3월에 하필이면 이 바쁜 시간에 나타나서 혈압을 재달라는 것인지, 무료로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불만이다. 혈압을 쟀더니 정상이다. 그 환자가 말하길 기분이 매우 좋지 않으며 식은 땀이 난다면서 혈압이 정상으로 나온 것을 의아해하길래 프로파일을 봤다. 이 환자는 혈압약 두가지와 항불안제로 로라제팜(lorazepam) 처방 기록이 있었다. 오늘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이 안좋은 것이 불안장애 때문이 아니냐고, 요즘에도 로라제팜 복용하냐고 했더니 그 약이 중독성이기 때문에 복용하고 싶지 않단다. 불안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중독성이 없는 약들이 많으니 가능하면 정신과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더니 높아진 언성이 착 낮아졌다.
북새통 속에 집에 갈 때가 다 되어가는데 저번에 신처방 복약상담을 해줬던 환자가 전화로 날 찾는다. 최근에 새로 나온 당뇨병 치료제로 주 1회 사용하는 바이두리온(Bydureon)이라는 주사제 때문이다. 환자가 직접 바이알과 희석액을 혼합하여 주사해야한다. 약사인 나는 조스타백스(대상포진 예방백신) 예방접종할 때 혼합하듯이 하면 되니깐 금새 사용법을 알지만 이 환자는 아직도 모르겠나보다. 지난 주 내가 사용법을 보여주고 주사도 놓아줬는데 이번 주에 혼자하려고 보니 안되는 모양이다. 내가 지금은 바쁘지만 교대약사가 들어올 때 시간이 나니 그 때 가져오라고 했더니 시간 맞춰 나타났다. 환자 얼굴에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바이알과 희석액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연결해주고 다시 가르쳐주니 고맙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워하는 환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약국에서 아무도 상대하기 싫어하는, 가정교육이 덜된 아이 수준의 감정기복을 드러내는 다혈질 50대 환자가 하나 있는데 응급실에 받은 처방약을 복용하고 약물알러지 반응이 나타나자 약국에 와서 약사가 잘못했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면 의사가 왜 처방했냐고 했더니 그 의사는 응급실 의사라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약사가 약물 전문가이니 그 처방약을 내보내지 말았어야했다면서 약사 책임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그 환자의 70대 엄마와 스토어 매니저가 상황을 이해시키고 진정시켰더니 금새 히죽거리면서 간다. 역시 양극성이다.

이번에 약사일기를 연재하면서 도움이 되고 즐겨 읽고 있다는 격려도 받았고 캘리포니아에서, 대형체인 약국 중의 하나인 월그린에서 일어나는 일에 국한됐다는 질책도 받았다. 사실 미국의 50개주의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체인약국 중의 하나인 월그린에서 일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약국의 단면에 많이 치우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한계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에 면면히 흐르는 사실이 있다. 미국에서 약사의 직능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고 의사와 수평적으로 환자의 약물치료방법을 의논하는 약물 전문가로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잘 모르겠으면 약사에게 가서 의논하라고 환자를 보낸다. 저가의 대체약물이 금방 떠오르지 않으면 약사에게 묻는다. 약물알러지 프로파일을 보고 처방할 수 있는 약을 권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1993년 한약분쟁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의약분업이 시작되고 이제는 DUR까지 도입됐다.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미국에서 약사가 의사와 수평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첫째 미국에서 약사로 일하면서 약물을 추천할 때 나는 제약회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약국의 처방약은 전주나 전월 매출 통계수치 기초하여 회사 창고에서 자동으로 약물이 배달된다. 일례로 현재 약국에 있는 아목시실린은 이스라엘 제네릭 제약회사인 티바(Teva, 한국에서는 테바라고 부른다)에서 만드는 한 종류뿐이다. 주기적으로 납품계약에 따라 본사에서 제조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 회사당 한 성분이다.
둘째 나는 또한 동일성분의 제네릭과 브랜드 사이에 약효의 차이가 없으며 제조사만 다른 동일 성분의 제네릭과 제네릭 사이에도 약효의 차이가 없다고 확신한다. 의사나 환자에게 제네릭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제조사가 달라도 동일 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이라면 동등한 효과를 자신할 수 있다.
셋째 미국보험회사의 비용대비효과 연구에 근거한 보험급여순서는 매우 합리적이다. 약사가 이런 근거로 처방전 변경을 요청하면 의사가 두말없이 받아들인다. 얼마전 한국에서 방문한 어떤 분이 한국에서 처방받아온 리바로(Livalo)를 거의 다 복용했는데 리바로 가격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미국에서 리바로 한달치는 백불이 넘는다. 리바로는 미국에서는 여러가지 간에 부담이 되는 약물을 다제복용하는 경우 처방되는 스타틴이다. 웬만해서는 보험급여가 안된다. 리바로 말고 무슨 약을 복용하냐고 물었다. 복용하는 약이 리바로 뿐이라고 한다. 간기능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왜 의사가 굳이 비싼 리바로를 처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리바로 2mg을 복용한다고 하길래 미국 의사에게 가서 현재 복용하는 약을 보여주고 심바스타틴 20mg이나 로바스타틴 40mg으로 처방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미국 약사 윤의경의 '약국안에선' 연재가 이번 6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 코너는 미국 보건의료체계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약사의 역할을 다뤄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매주 발행된 토픽은 최소 3000명 이상 네티즌들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윤의경 약사의 미국 약국현장...연재 종료
1993년 한약분쟁에서, 의약분업, 이제는 약대도 6년제가 됐다. 한번에 전면 개혁할 수는 없다. 한약분쟁의 끝물에 이슈가 된 6년제 약대가 약 20년이 지난 지금 시작됐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의 소신있는 약사들이 제약산업의 현장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환자를 만나는 약국에서, 임상교육의 현장에서, 관련 정부기관에서 제대로 갈 길을 보여주고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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