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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맨바닥에 자리펴고 교재 바닥난 '약사학술제'

  • 조광연
  • 2013-05-21 12:24:52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배웠던 알량한 지식에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지식을 보탰을까? 모든 교육과정 보다 더 긴 세월을 보낼 동안 말이다. 직업적 이유 때문에 귀동냥한 지식 한 움큼, 별달리 할 게 없어 시간 죽이며 본 TV에서 또 한 스푼,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맞아 얼떨결에 잡은 교양서에서 또 얼마간을 보탠것 외엔 없다. 내 지식의 창고는 이렇게 여유롭다. "반질 반질한 000 교수님 강의 노트 봤어"라며 지적질을 했던 내가, 지금의 이 모습 그 땐 정말 상상도 못했다.

대학시절 과대표였던 '남ㅇㅇ'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2년 늦게 입학한 탓에 나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대충 부르며 지냈다. 어느 날 이 친구, 몇몇 친구를 그의 하숙집 옥상으로 불러 모으더니 갑자기 촛불을 켜곤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게 아닌가. 어이상실이었다. 불려온 다른 친구들도 킥킥댔지만, 인내심 강한 이 친구 끝까지 낭송했다. 그리곤 앞으로 정기적으로 모여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거나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거울보고 혼자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진지한, 너무도 진지한 그의 태도에 동의하고 말았다. 이 모임은 그 후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요즘 생각해도 괜찮은 추억의 한편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리더십을 보았고, 나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게됐다면 과대포장일까?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즘 평생교육이란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특히 약사같은 전문직업인의 경우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지식의 창고에 새로운 학술정보를 채우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시대다. 올해 8회를 맞은 경기약사학술제는 약사들의 지식재충전 의지를 잘 보여줬다. 예년에 견줘 2000명 정도 참여할 것이라고 경기도약사회는 예상했지만, 실제론 3000명이나 모여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약사들은 자리가 부족하자 맨바닥에 자리를 펴고, 수강하는 열성을 보였으며 점심 시간에는 식당의 재료가 모두 동이나는 통쾌한 장면도 연출됐다고 한다. 물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일각에선 학술제의 대성황을 두고 연수평점 때문이라고 간편하게 말하지만, 이 보다는 함삼균 회장 등 초선 신임집행부의 열정, 조양연 학술담당 부회장의 탄탄한 기획, 변화를 절감하는 약사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어설프게 첫 발을 내딛었던 경기약사학술제는 이제 8회째를 맞아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당뇨 증상과 진단, 당뇨의 일반적 관리, 당뇨환자 구강관리, 당뇨환자 복약지도 등 질환을 A부터 Z까지l 패키지로 다뤘다. 그런가 하면 약국세무와 재무 관리, 일반약 셀링포인트, 개인정보법 이해, 약사법 규제와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 등 거시적 사안과 미시적 사안을 균형있게 다뤘다. 참석자들은 이를 좋게 평가했다. 전문가부터 일선약사까지 나선 발표자 역시 괜찮았다고 했다.

누가 뭐래도 약사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교육에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병의원에서 처방전이 나오고 그에 따라 약국이 조제하는 이 시스템이 영구불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 시스템이 철저히 치료에 기반한 것이라면, 고령화 사회 혹은 고령사회가 펼쳐지는 미래는 예방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이 압박 받을수록 고혈압 당뇨 등 비용이 많이드는 만성질환을 사전에 관리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은 변화될 수 밖에 없다. 경기학술제 같은 학술행사는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자'라는 허무한 구호보다 더 강력하게 약국의 형질을 미래 환경에 맞춰 바꾸는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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