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너무 싸서 거부당한 국산신약 '어찌합니까'
- 최은택
- 2014-01-08 12: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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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 우물에 갇힌 정부 이율배반적 약가정책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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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진다. 절로 한숨만 새어 나온다. 오늘은 터키 수출진행 상황을 임원회의서 보고하는 날이다.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A씨는 지난 밤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비보를 받았다. '계약을 포기하겠다. 가격이 너무 싸서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신약을 하나 만드는 데는 적어도 10년, 또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생존율이 5000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폐기되는 후보물질도 부지기수.
열악한 국내 연구개발 환경에서 개발된 이 신약도 18년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그런데 정부는 '해외진출만이 살 길'이라며 채찍질만할 뿐 정작 길은 열어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런 상황은 재현됐다.
제약협회 김원배(동아제약 사장) 이사장은 당시 "약가 일괄인하 등으로 2년간 신규 채용과 관리비를 감축하는 등 충격완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재시행하면 연구개발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보령제약 최태홍 사장은 "복지부 약가정책은 제약기업의 수익성에 크게 역행한다. 낮은 약가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오히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터키 7000만불 수출계약이 수익성 때문에 좌절됐고, 중국과도 협상중이지만 낮은 약가 때문에 불투명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장관과 동석한 복지부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연구개발이나 해외진출 등 산업육성을 위한 논의는 가능하다"면서도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법리적으로 재시행할 수 밖에 없다. (당장) 폐지나 유예는 힘들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유명제약사 임원은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부와 이야기할 때면 벽에 대고 대화하는 기분이다. 해외로 나가라고 말을 하는 데 정부 마인드가 우물 안에 갇혀있다"고 토로했다.
복지부가 제약산업 육성과 건강보험 재정 관리라는 다소 상충된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인데, 제약업계의 불만은 특히 보험약가정책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정부가 인증한 제약산업 해외진출의 기수는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다른 제약사 임원의 말을 빌리면, 연구개발 비용 법인세액 공제확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개발 및 시설투자 자금 지원 확대, 신약 가격우대, 전문인력 지원, 정부와 제약이 리스크 분담하는 펀드조성, 해외진출 컨설팅 현실화 등 혁신형 제약기업의 갈증은 끝은 없다.
제약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대정책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법인세액의 경우 해외임상을 포함한 임상3상 비용 공제가 절실하다.
그는 이 중에서도 A사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보험약가정책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FTA협정 등에 의해 국가간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더욱이 심평원 급여적정평가와 건보공단 약가협상을 거치면서 국산신약은 개발원가 수준의 최소가격(net)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종근당 김정우 부회장은 장관 간담회에서 "비교약제 가중평균가로 인해 국산 신약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어렵게 신약을 개발해도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뇨신약 '듀비에' 급여등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 상위사 한 약가담당자는 "제네릭은 동일성분 동일가정책으로 이미 약가거품을 제거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면서 "이제는 제네릭과 차별화된 신약 우대정책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국산신약 상한가는 최소한 개발원가 산출식에 의해 도출된 가격을 기본가격으로 인정하고, 여기다 +@를 얼마나 더 줄 부여할 것인가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약사 약가담당자는 사후관리방식도 비가격적 정책을 도입해 약가인하에 따른 불이익을 없애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용량-약가연동 협상 결과 '적용툴'로 제약사가 약가인하와 '(초과이익) 환급'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리펀드제도도 좋지만 제도현실을 감안하면 처음 국산신약을 등재하는 과정에서 적정가격을 인정하고, 특허가 보호되고 있는 동안 만큼은 등재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장치로 환급제도를 인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안내고는 해당 제약사의 역량과 제품력에 달려있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최소한 이런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연차계획을 통해 전향적으로 약가정책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건보공단은 복지부와 협의해 국산신약 약가산출식에 적용하는 일반관리비 비율을 25%로 상향 조정(일부 판매관리비 인정)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의 이윤률도 16%로 높였다.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이 19%의 이윤률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해보이지만 제약업계는 일단 환영했다.
복지부 맹호영 보험약제과장은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제도가 있으면 부처 내부에서 적극 협의해 지원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다른 관계자도 "제약업계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있다.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에 맞춰 순차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밝혔다.
'파마 2020', 제약강국 도약을 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국산신약 등 수출용의약품에 대한 적정한 약가우대 정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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