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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타민C 논란, 누가 자가당착인가

  • 조광연
  • 2014-04-29 12:24:53

영락없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아니하고 모순될 때 자가당착이라고 말한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왼쪽다리에 오른쪽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모양새다. '반값 비타민C' 논란이 대표적인데, 먼저 문제를 유발한 고려은단과 이에 맞대응한 대한약사회가 '자가당착'을 주거니 받거니하고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 것같았던 약사회와 고려은단은 28일 고려가 낸 장문의 보도자료를 기점으로 다시 대립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려은단은 '약사회 불매운동 주장은 자가당착"이라며 공격했다.

이번 논란의 근본은 고려은단의 '이중가격 정책'이었다. 몇년전 광고전을 펼치며 한 차례 천연원료 논란을 일으키며 영국산 원료를 고집하는 비타민C의 이미지를 굳혔던 고려은단이 약국보다 훨씬 저렴한 제품을 대형마트에 내놓으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약국 입장에선 '이건 뭐지?'하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약국이 갑작스레 폭리를 취하는 곳으로 소비자들에게 '사회적 고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원료가 달랐다. 약국 비타민C 제품은 영국산 원료인데 반해 마트제품은 중국산이었다. 고려는 법상 원산지 표기가 의무가 아니었지만 더 세심하게 약국의 입장을 고려했어야 옳았다. 그랬다면 이 문제가 이토록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산지 표시를 마트가 원하지 않았다는 따위의 설명은 약사들을 더 자극시켰을 뿐이다.

'약사회의 불매운동은 자가당착'이라는 고려은단의 논리는 좀 고약하다. 약국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다른 업체의 비타민C 호적이 중국아니냐'며 비타민C 상품군 전체를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다. 상생을 운운하던 한 당사자가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끝장전략을 감행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 고려은단이 이같은 주장을 하도록 빌미를 준 곳은 약사회다. 약사회는 이달 14일 '고려은단 비타민 사태-국민·약사 배반행위'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본질과 다른 문제를 스스로 야기했다. 약사회는 이 자료에서 자충수를 뒀다. 지적할 내용이라면 '어떻게 이중약가 정책으로 약국을 힘들게 하느냐, 정확하게 사과하고 납득할만한 후속조치를 내 놓아라'라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약사회는 '값싸고 저질의 원료를 사용해'라고 했다. 어떻게 거리의 과학자라는 전문가 단체가 '중국산=저질'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통상 품질을 이야기 하려면 데이터가 동반돼야 하는데도 노골적인 감정적 푸념만 늘어 놓다가 상대방에게 멱살을 잡힌 꼴이 되었다.

이제껏 진행 상황은 그렇다해도 현재 중요한 건 약사회와 고려은단이 함께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도록 자중자애하며 합의점을 모색하는 것이다. 양측의 감정대립이 멈추지 않고 계속돼 비타민C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증폭되면 어렵사리 육성된 이 시장은 거꾸러질 수 밖에 없다. 거꾸러져 소비자 건강이 좋아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 불신 증폭에 나서도 좋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약국도, 고려은단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할일이 있다. 고려은단은 '마트상품에 중국산 원료 표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할일 다했다고 해서는 안된다. 이 보다는 앞으로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약국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단단한 상생의 기반을 닦을 만한 정책을 내는데 나서야 한다. 그래서 약국도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다면 불매같은 극단의 수단은 거둬들여야 한다. 꼭 갈데까지 가봐야 그 끝을 아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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