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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티렌 급여삭제와 환수는 교각살우다

  • 조광연
  • 2014-05-27 06:14:55

소화성궤양용제 스티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는 '악법도 법'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소크라테스처럼 순순히 독배를 마셔야 옳은 일이될까? 그러면 먼 훗날 이윤창출이 목적인 법인격의 동아에스티 역시 소크라테스처럼 '폼나게' 기억될 수 있을까? 만약 동아에스티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회사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가운데 법 논리로만으로 끝까지 다퉈낼 수 있을까? 600억원(현재 추정치 일뿐 정확한 산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가량을 환수당하고도 동아에스티의 신약개발과 글로벌 경영은 무탈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지난 14일 회의를 열어 정해진 기한 안에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티렌에 대해 '일부 적응증 급여삭제와 기 급여분 환수'라는 철퇴를 내리쳤을 때 이같은 물음은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제약산업계, 학계, 율사 등 적잖은 인사들에게 건정심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구해보았다. 이들 중엔 소위 동아에스티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인사들도 적지 않았지만 한결같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과도할 뿐 아니라, 뭔가 어색하고 어긋난 행정조치'라는 것이다.

사건은 이랬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6월22일 기등재 의약품 정비계획 변경을 공고했다. '동아에스티는 NSAIDs 투여로 인한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과에 관한 임상시험(RCT)을 실시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2013년 12월31일까지 학술지에 게재하거나 게재 예정증명서를 심평원장에게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거나 제출된 자료가 적정하지 않다고 평가되어 급여 제외(일부 상병에서 급여 제한)된 경우 약품 상환액(조건부 급여액 중 일부)을 공단에 상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회사는 정부 정책결정과 그에 따른 지시대로 하겠다며 각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일명 조건부 급여다.

결국 동아에스티는 약속기한인 2013년 12월31일까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오는 5월31일까지는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임상시험결과보고서를 낼 수 있다"고 읍소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정심은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엄중한 약속 위반"이라며 'NSAIDs 투여로 인한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과'에 대해 급여를 삭제하기로 하는 한편 지난 3년간 건보공단의 급여액을 환수하라고 결정했다. 추후 조치는 복지부에 위임했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비뚤어진 뿔을 바로잡겠다며 소를 잡는 일은 아닐까? 교각살우(矯角殺牛)말이다"

환수금액 산정엔 논란의 여지가 포함돼 있다. 복지부와 동아에스티가 2011년 당시 약속한 환수금액은 조건부 급여에 따라 지급한 약품비의 30%였다. 그러니까 조건부 급여 기간내 총 급여한 금액을 대략 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이 금액의 30%를 환수한다고 가정하면 금액은 대략 600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스티렌 급여약의 구성비는 위염치료 80%와 위염예방 20%정도이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가 토해내야 한다면 조건부 급여된 '20%의 30%'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100%(즉 2000억 전부) 대비 30%로 계산하게되면 이 또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복지부가 떠안은 환수금액 산정이 정밀해야 하는 이유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복지부가 2011년 6월22일부터 대략 3년간 스티렌의 'NSAIDs 투여로 인한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과에 대해 급여한 소위 조건은 딱 2가지다. 첫째 조건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야한다는 것이고, 두번째 조건은 2013년 12월31일까지 기한의 준수다. 동아에스티는 약 6개월 늦게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는데, 건정심은 '버스는 떠났다'며 게임오버를 선언해 버렸다. 복지부는 환수금액(대략 600억원) 납부 방식에서 기업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동아에스티는 기한을 지키지 못한 부분은 페널티를 감수하겠지만, 일부 적응증(NSAIDs 투여로 인한 위염예방) 급여삭제와 환수 만큼은 재고해 달라는 입장이다.

스티렌의 임상적 유용성 조건부 급여는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평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에 따라 순리대로 풀어 그 목적을 살펴보자. 그러면 누구라도 임상적 유용성이 있는지 따져 유용성이 없다면 급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풀이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이게 일반인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제출기한 미준수를 이유로 급여 제한 및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명백히 기등재 의약품 평가의 목적을 위반하는 것이다. 복지부 논리 대로라면 '기한을 준수한 임상적 유용성만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는 해괴함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NSAIDs 투여로 인한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과'로 급여한 돈을 '지각 제출했으니 이유불문 토해내라'는 논리에는 일방통행의 그림자가 어른 거린다.

동아에스티는 행정적 결정이 사실상 끝이 난 만큼 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규제와 피규제 관계인 복지부와 제약회사가 소송을 다투는 것은 기업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사례가 그랬다. 약가 인하때 결기를 보이며 소송에 나서겠다고 했던 그 많은 제약회사들이 슬금슬금 꼬리를 감췄던 전력을 보면 법논리로만 다툴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600억원은 기업 입장에선 순이익이다. 이를 환수당하고서도 글로벌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이를 낼 수 밖에 없다면 기업은 이를 현행처럼 회복시키는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 비뚤어진 뿔을 바로잡겠다며 소를 잡는 일은 아닐까? 교각살우(矯角殺牛)말이다. 기한을 어겼다고, 기업을 잡는 우를 범해도 괜찮을 만큼 대한민국 제약산업과 기업들은 여유롭지 않다. 정부 관계자들이 더 잘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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