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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적발 영업사원…차마 퇴사까지야"

  • 영상뉴스팀
  • 2015-01-07 06:14:58
  • [내러티브-인터뷰] '고독한 포청천' A제약사 CP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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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팀장! 오늘 징계위원회 소집 안건 상정해 주세요."

2014년 3월 12일, A제약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징계위원회 분위기가 '싸~'하다.

징계위원회 위원장인 사장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저음이다. 영업본부장, 인사관리본부장도 안건 내용이 적힌 A4용지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

"서울 북부지점 김기수(가명) 대리는 진통제와 항생제 등 5개 품목에 대해 관할지역 클리닉에 과도한 대가성 현금지원을 해오다 이번 정부 조사에 적발, 회사 경영 손실과 이미지를 크게 실추했기에 이를 징계위원회 처리 안건으로 상정합니다."

"영업본부장님! 이번 사안,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적어도 시말서로 끝 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퇴사, 감봉, 정직 중 하나 아닙니까?"

"예, 사장님.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만…." 이하 중략.

이날 A제약 징계위원회는 김기수 대리를 감봉 처리했다.」

나는 A제약사 CP총괄팀장이다.

나의 주요 업무는 CP뿐만이 아니다. 사장님 직속 사업전략팀 운용도 맡고 있다.

전략적 MOU체결, 신제품 런칭, 해외 판로 개척 등 팀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을 때 얻는 보람은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CP팀장으로서 유통 부조리 영업사원을 징계해야할 때면 진심 마음이 아프다.

뭐랄까? 아군의 승리를 위해 싸우다 부대로 복귀한 병사에게 포상이 아닌 철퇴를 내린 비정한 장수의 마음이랄까.

그러나 나는 이 회사에서 녹을 먹는 직장인이다.

영업사원이 자신의 실적을 위해 또는 회사의 암묵적 정책 수행 지시로 리베이트 영업을 하는 것처럼 나 또한 CP팀장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시말서와 경위서는 기본. 감봉, 정직 처리를 내 손으로 직접 전달했던 직원만 10명 남짓.

그들은 울지 않았다. 물론 웃지도 않았다. 다만 눈빛으로만 흐느끼고 있었다.

징계 처리된 마음, 오죽했으랴.

형에게 서운하고, 동생에게 속상했으리라.

그들과 나는 그동안 수많은 회식자리에서 언제나 형이자 동생이었다.

어제도 유통 부조리 건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매번 그랬듯, 사장님의 목소리는 저음으로 변했다.

이번에도 징계 당사자 영업사원은 감봉 처리됐다.

인터폰 벨소리가 울린다.

"김동수(가명) 팀장. 잠깐 내방으로 와봐."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장님이 내게 말한다.

"김 팀장. 어제 감봉 처리된 박명수(가명) 과장 말이지. 영업본부장 재량으로 감봉 처리된 부분만큼 따로 보존해 달라고 지시했네."

다음은 A제약사 CP 총괄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제약사에 CP를 총괄하고 있는 OOO입니다.

-CP업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CP는 Compliance Program의 약자입니다.

CP팀은 공정경쟁규약 자율준수규정을 감독하는 부서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제약산업의 화두는 리베이트이기 때문에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불법행위가 있을 때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영업사원을 징계조치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각 제약사마다 CP규정은 다른가요?

=회사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CP팀이 직접적으로 리베이트 부분을 적발해서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은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지금까지 징계한 영업사원은 얼마나 됩니까?

=퇴사 조치까지 한 케이스는 없습니다.

10명 정도의 영업사원을 징계 조치했고요.

감봉 조치를 제일 많이 했어요. 해당 팀장들을 보직해임 한다거나 팀원 같은 경우 다른 팀으로 보낸 다거나. 시말서, 경위서는 당연히 받고요.

-징계위원회 구성은

=영업본부장, 관리본부장, 인사담당자, CP팀장, 사안에 따라서는 해당 팀장까지 배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베이트 영업사원 징계 후 영업본부 차원의 보상도 있습니까?

=영업본부장이 해당 영업사원이 감봉 등 중징계처리 됐을 때 (영업본부장 직권으로 사후에 금전적으로) 신경을 써 줍니다.

혹시라도 징계위원회에서 퇴직결정이 되면 영업본부장 재량 선에서 몇 개월 간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금일봉도 주는 것으로 압니다.

-징계 처리 시 심경은요?

=애로사항이 많죠. 사실 영업사원도 자신을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관행적인 리베이트를 하는데…. 안타깝죠.

-CP담당자로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리베이트는 존재합니다.

어쨌든 공급하고 공급받는 부분에서 금융비용 등 여러 이유로 인해서 어느 정도의 리베이트는 인정해 줘야 하는 점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을 정부가 정책이나 제도를 정비할 때 충분히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제약환경을 고려해 1000억 이하 제약사들이 1000억 이상으로 갈수 있도록 (아울러 5000억 이상의 제약사는 1조 이상의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와 발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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