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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김 약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

  • 정혜진
  • 2016-03-04 06:14:59
  • |이·약·궁|일반약 엄선...이익은 직원복지와 약국에 재투자

[31]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약국

거리를 걷다보면 흔히 만날 것같은 메디컬빌딩 1층에 자리한 센텀시티약국.

김연석 약사(경성대 약대·42)는 별로 보여줄 게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하다 어렵게 수락한 터, 약국 자랑보다 자신이 속한 스터디 그룹과 주변 약국들 칭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부산지역에 거래질서를 지키지 않는 약국들이 꽤 많이 있지요. 그런데 해운대구 중에서도 이 주변 센텀지구 약국들은 난매는커녕 과열 경쟁 없이 질서를 잘 지키십니다. 약국 경영 면에서도 모두 뛰어난 약국들이고요."

주변 약사들에게도 '깐깐하리 만치 철저하게 약국 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연석 약사의 약국 경영 노하우를 들어봤다.

'제약사 마케터 출신' 약국장의 절제된 약국 인테리어

기자가 약국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마케팅적 요소였다. 의약분업과 함께 약국에 마케팅을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마케팅이 돋보이는 약국을 찾아보긴 힘들기 때문. '전직 마케터'가 꾸린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약대를 졸업하며 한미약품에 입사, 마케팅팀에서 일했습니다. 약국 아닌 다른 길을 원했고, 제약사 중에서도 약사들이 가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거든요. 당시 조언 주신 선배님들과 교수님께 지금도 감사합니다."

지금이야 약사들도 제약사는 물론 마케팅 분야에 많이 진출해있지만 김 약사가 막 사회에 나선 2000년 즈음만 해도 '약사 출신 제약사 마케터'는 흔치 않았다. 주변에서도 우려가 많았지만 김 약사는 마케터로 일하다 또 지방 약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대학병원 전공약사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약국 첫인상은 '비어있는' '깔끔함'이었다. OTC 진열은 물론 POP도 최대한 고르고 골라 절제한 듯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POP는 최대한 자제하되, 제품 정보는 POP대신 카운터 위에 설치한 모니터영상자료를 활용합니다. 자료는 제약사에서 정보를 받아 우리 근무약사들과 함께 만들고요. 모니터도 환자 정보가 열람되는 모니터와 멀찍이 떨어뜨려 시각적으로 복잡하지 않게 배치했습니다."

시원한 벽면에 제품이 가득 들어차있지 않은 공간이라 '밀도 높은' 약국에 익숙한 환자들에게는 다소 허전해 보일 수 있겠다 하자 김 약사는 "단골 환자분들은 이걸 더 좋아하신다"며 "약국이 제품 광고와 판매보다 상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더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위)왼쪽상단, 제품 POP역할을 하는 모니터, (중간)폴딩도어와 야외 테라스, (아래)한쪽 벽면에만 주로 진열된 OTC 품목들.
김 약사가 '우리 약국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라며 약국 밖 벽면에 설치한 '옥외 제품 정보 전시 공간'과 테라스를 보여주었다.

옥외 전시공간은 제약사에 특별히 요청해 제품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패널과 제품을 진열한 곳인데, 유리장을 직접 제작하고 조명을 설치해 약국 밖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김 약사는 이 공간을 일정 기간을 두고 제품과 정보를 교체하며 관리하고 있다.

테라스는 폴딩도어를 설치, 바깥에 테이블을 두고 카페처럼 꾸몄다. 지금은 겨울이라 항시 문을 닫아놓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환자들과 약사, 직원들의 아늑한 휴식공간이 된다. 이따금 어린이 환자가 오면 부모들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워한다고.

OEM 일반약을 팔지 않는 이유

약국 전반적으로 깔끔할 수 있는 건 제품 구색에 절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OTC종류가 많지 않아보인다'는 질문에 김 약사는 "다국적사 오리지널 제품과 국내 상위제약사 제품 위주로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김 약사는 소위 '역매품'이라 할 만한, 마진이 많은 OEM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문 오른쪽, 바깥에서도 보이는 옥외 제품 홍보공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김 약사는 "그 제품군 중 제품력이 있는 제품만 판매한다"며 "약국 입장에선 마진이 적어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지만, 환자에게 내가 믿고 줄 수 있는 걸 주자는 주의다. 내가 먹고 우리 가족이 먹는 제품만 환자들에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약국 인테리어 뿐 아니라 제품 구색에서도 '절제의 미'가 돋보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비단 환자가 '좋은 제품'인지 몰라주더라도 내가 좋다고 믿는 제품을 팔고 싶은 김 약사의 욕심인데, 그는 이것이 '약사로서의 자부심이자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픈매대에 진열한 것은 비타민, 건기식, 외품 위주의 제품이다. 김 약사는 진통제나 해열제, 소화제 등의 일반의약품은 모두 카운터 안에 두었다. 내복하는 일반의약품은 반드시 약사가 상담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 카운터에 벨을 설치했어요. 카운터에 약사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일반의약품을 골라와 질문을 하면 직원이 '약사님 불러드릴게요'라며 벨을 눌러 조제실 안 약사를 부르는 시스템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약이든 건기식이든 판매와 상담은 오로지 약사만 하게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직원들이나 약사들 입장에서는 너무 빡빡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실제로 저는 우리 약국 약사들에게는 상당히 힘든 상사일 겁니다."

"경비 아끼지 않아…이익은 약국에 재투자"

근무약사 얘기가 나와 둘러보니 약국 규모에 비해 약사 수가 많아보였다. 센텀시티약국에는 현재 약사 4명과 직원 5명이 일하고 있다. 얼마전 3월부터 약사 한 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김연석 약사가 지난 2월 진행한 소규모 스터디 그룹
"지금 약국을 개국한 지 만6년이 됐는데, 조금씩 시스템을 갖춰와서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약사든 직원이든 주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해요. 점심시간 만큼은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1시간 동안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오도록 하고요. 직원이 좋아야 약국도 좋아집니다. 이런 부분을 지켜줘야 직원도 근무약사도 더 잘 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 약사는 장기적으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 약사 수를 늘린 거라고 했다. 지금은 조제와 매약 매출 비중이 8:2지만, 매약 비중을 차차 늘려야겠다는 판단인데, 약국 지출경비는 늘어나지만 조제 매출은 크게 늘어날 방도가 없으니 남은 방법은 일반약이라고 생각해서다.

"약사들이 일반약에 더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약사 수를 늘렸습니다. 초반 비용은 더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게 약국을 위해 맞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근무 약사에게 '환자 시각에서 POP를 만들어 보라'고 했어요. 조제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두 알았으면 합니다."

김 약사는 약국 직원들에게 하듯, 일반약 제조사를 따지듯, 환자들에게도 꼭 먹어야 하는 제품만 권한다고 말했다. 지명구매를 하려는 환자에게도 불필요한 제품이면 사가지 말라고 말하고, 제품의 가격이나 마진을 떠나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제품을 권한다.

"이런 상담이 당장 일반약이나 건기식 매출이 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그 환자는 그런 기회를 통해 나를 '판매원'이 아닌 '전문가'로 믿게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꼭 단골이 됩니다. 이후부터는 내가 무엇을 권해도 가격 저항 없이 구매합니다. 저를 믿고 오는 소비자를 보면 나 역시 더 좋은 제품, 더 적절한 제품을 권하고자 애씁니다."

김연석 약사
환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김 약사는 전부터 준비해온 약사들 스터디 소모임을 3월부터 정례화했다. 제약사에 '좋은 밥이 아니라 좋은 정보를 원한다'며 일반약과 건기식 위주의 제약사 마케터 초청 스터디를 지속하고자 한다.

그는 "약사들의 열의와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질문에 지난 스터디에 초청된 마케터도 깜짝 놀랐다"며 흐뭇해했다. '귀한 시간 들여 모였으니 정말 좋은 시간, 좋은 공부를 하고싶다는 약사들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영을 잘 한다고 하기에 우리 약국은 수익률이 너무 낮은 약국입니다. 아직도 내 약국이 이렇게 기사화되고 조명을 받아도 되는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앞으로 새로 시도할 것, 발전의 여지가 더 많이 남아있는 약국이라는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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