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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 걸음만 더 걷듯, 3분 상담의 노력

  • 정혜진
  • 2016-10-31 06:14:50

'운동은 하기 싫고, 살은 빼고 싶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많지만 원인은 하나다. '채무'는 갚기 싫고 '채권'은 챙기고 싶은 마음이다. 운동을 해야 칼로리가 소비되고 근육량이 늘어나며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고, 조금씩 체내 잉여 지방이 분해된다.

하지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까지, 맘 먹기부터 몸을 움직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존재하는가. 더군다나 요즘처럼 기온도 뚝 떨어지고 나라 꼴에 대한 걱정만 늘어나 의욕이 없는 때라면 운동하러 집을 나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좀 더 원천적인 원인을 들자면 그동안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생활 패턴을 바꾸기 힘들어서다. 먹던 만큼 먹고 싶고, 술약속도 빼놓기 싫고, 새삼스레 시간을 내 걷고 뛰는 건 생활을 바꾸는 일이다. 반대로 운동을 생활화해온 사람에게 움직이지 말고 며칠만 견디라 해도 몸이 찌뿌드드하지 않나.

아무리 생각이 트이고 새로움을 향한 의욕이 넘치는 약사라 해도 '지금 내 약국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간의 패턴의 문제다. 하던 대로 계속 되려는 관성. 아침에 기계적으로 문을 열면 또 어제처럼 밀려드는 처방전, 진상 고객과 씨름하다 지쳐가다 보면 약사들에게 '상담을 잘 하는 약국', '일반약이 유일한 해방구', '드럭스토어형 약국'이라는 표어는 남 일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어느날 하루이틀 약국 환경을 개선해 조금씩 상담을 늘려가는 약국이 있다. 생활패턴을 바꾸어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소수의 사람이 주변에 꼭 있듯이 말이다.

제품을 개발, 생산, 공급하는 업체들과 통증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들. 모두 약사가 자세한 정보를 주고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길 바란다. 되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이 아픔을 치유하고 싶은데, 어떤 약국은 몇만원짜리 영양제부터 권하고, 옆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오라 말한다.

약국이 상담 기능을 잃어간 사이 환자들은 발달하는 IT와 손에 들린 스마트폰으로 입소문난 제품만 찾기 시작했다. 약사의 추천보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 네이버 카페 멤버가 '강추'하는 제품이 믿을만 하다. 안하다 보니 사람들이 필요로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 안하게 됐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말 달라지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하루 한숟갈의 밥을 덜 먹고, 10분이라도 더 걸어야 체중이 줄어들 듯, 일반약을 사러 온 환자에게 1분 얘기하던 걸 3분으로, 5분으로 늘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알파고가 보도되고 조제로봇이 뉴스에 나오는데도 약사가 변하지 않으면서, 약국이 발전하기만을 바라는 어리석은 고리를,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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