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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해의식 한방에 깨준 젊은 약사의 '그것'

  • 조광연
  • 2017-04-07 12:14:53

미세먼지로 인해 봄을 잃었다. 한가지 더 보태자면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귀찮아진 일상을 견디는 중이다. 훌쩍거리는 통에 모양 빠지지 않으려 하는 수 없이 알러지성 비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가끔 사 먹고 있다. 얼마전 새 건물에 막 자리잡은 깨끗하고 아담한 약국에 들렀다. 30대 초반 여약사가 벚꽃처럼 화사한 미소로 맞아줬다. 평소 습관대로 "ㅇㅇㅇ 주세요"라고 했다. "그 약이 좀 비싼데…"하는 말이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신념이 라도 꺾인듯 옹졸함이 밀려왔고, 뭘 억지로 건네려하나? 피해의식이 발동했다. 침묵으로 맞섰다.

이 뜬금없는 거부감은 어디서 왔을까. 그간 경험과 주변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뒤얽혀 머리에 하나의 스토리로 재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리라. 말한 것은 주지 않고, 자꾸 다른 것을 내밀며 "이게 더 나아요"라고 했었던 씁쓸한 기억, 그래서 마진 좋은 것을 권하나 의심했던 편린들의 반작용이었다. 한데 그 약사, 달랐다. 내가 찾는 약과 3가지 다른 약을 보여주며 같은 성분인데 찾으신 건 5000원, 나머지는 3000원이라 했다. 참조가격제 실현의 현장이랄까? 덧붙여 말하기를 다 신뢰할만한 제약회사가 만든 것이라 했다. 선택권을 내게 돌려주자 단단했던 마음은 금세 벚꽃이 되었다. 그 약사의 이미지도 신뢰로 바뀌어 있었다.

대중 광고 효과에 힘입어 잘 알려진 유명의약품들, 이름하여 광고품목이 약사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불쑥 들어온 사람들이 "ㅇㅇㅇ 주세요" 지명하고, 가격을 말하면 고개를 갸웃하거나 '비싸다'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탓이다. 토막 정보라도 줄라치면 '내가 다 아니 아무말 말라'는 듯 쏜살같이 나가버리기 일쑤다. 전화를 하며 들어온 이가 끝내 통화를 하며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은 더 복잡해 진다고 한다. 재판매가 제도 아래서 경쟁 때문에 마진도 박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광고품목이라면 '애초부터 거부감이 든다'는 약사들이 적지 않다.

영락없는 계륵이다. 약국이 광고품목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보면야 마진도 박한데다, 약사의 전문직능이 중재되기 힘들고, 가격 시비 대상만 되니 진열대 뒷편에 숨겨 놓고 싶은 심정이 들지 모른다. 한데 그럴 수 없다. 광고로 유명해진 의약품들의 모객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 역시 마냥 외면할 수 없다. 대체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경영을 잘한다는 한 약사는 이런 품목들일수록 약국 전면에 배치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제품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야 말로 의약품의 수납이 아니라 진열이라고 말한다. 진열은 마케팅 커뮤니테이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출발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정보 서비스나 건강상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의 어떤 약국에서 보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약국은 광고품목 곁에 주요 성분이 같은 다양한 제품을 진열해 놓고 포인트를 준다. 광고품목보다 함량이 많은 주요성분을 POP 형태로 강조한다. 선택지를 받은 소비자들은 약사에게 말을 건다.

요즘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진위야 어떻든 스스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기를 좋아한다.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쇼핑 장소가 그에 맞게 설계돼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공간이다. 다만, 의약품은 보다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하므로 약사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수업받기'는 싫어한다. 자신이 선택하고, 스스로 가진 의문점에 대해서만 언급해 주기를 바란다. 만약 젊은 여약사의 방식처럼 동일성분조제(대체조제)도 접근하면 결과는 달라질까?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좀더 빠르고 넓게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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