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당뇨…약물 선택기준은 에비던스
- 안경진
- 2017-04-27 06: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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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당뇨병연구 석학 델 프라토 & 칠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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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프라토 교수는 2011~2014년까지 유럽당뇨병학회(EASD) 부회장직을 역임한 뒤 란셋(Lancet)이나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당뇨병학(Diabetes) 등 세계적인 저널의 검토자로 활동하고 있는 당뇨병 석학으로서, 최근에는 칠튼 교수와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당뇨병 환자들이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혈당강하를 넘어 심혈관계 안전성과 혜택, 복약순응도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 이들 두 전문가의 콜라보는 심혈관계 혜택이 입증된 당뇨병 치료제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도 하겠다.
"다양한 유형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할까?" 이들에게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다. '임상 근거(clinical evidence)'만이 맞춤형 치료의 비결이라는 것.
수학공식처럼 일대일로 매칭할 순 없지만 검증된 주요 임상연구와 가이드라인을 참고한다면, 고령 환자나 동반질환이 많은 고위험군 등 어떤 환자를 만나도 혈당을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기 전에 환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오랜 기간 연구활동을 함께 해온 덕분에 개인적인 친분도 돈독하다는 스테파노 델 프라토 교수와 로버트 칠튼 교수와의 대담 현장을 공개해본다.
두 분이 공저하신 논문이 있다고 들었다. 당뇨병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갖는 다양한 연구들을 함께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델 프라토: 대표적으로 #SGLT-2 억제제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EMPA-REG 연구의 해석 논문을 꼽을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랄프 디프론조(Ralph DeFronzo) 교수도 함께 참여해 이미 출판을 마쳤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 모두 과거 심혈관사건을 겪었던 고위험군임에도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환자들에게 좀 더 많은 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조합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평가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피오글리타존과 SGLT-2 억제제, 피오글리타존과 #DPP-4 억제제의 병용요법이 베타셀을 보호하는 효과에 대한 내용이다.
칠튼: SGLT-2 억제제에 관한 EMPA-REG 연구 외에도 DPP-4 억제제와 관련된 SAVOR, TECOS 연구 등 순환기내과와 내분비내과의 협력으로 진행된 임상연구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심부전과 같이 심혈관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할 때도 첫 방문 시 심초음파를 촬영하기 때문에 두 진료과의 협력이 필히 요구된다. 가령 심장마비를 겪었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심장마비와 당뇨병을 동시에 경험한 환자들은 당뇨병 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치료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심근경색(MI) 등 다른 심혈관질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혈관계 고위험군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알로글립틴의 영향을 평가했던 EXAMINE 연구 역시 순환기 전문의와 내분비 전문의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잘 드러내는 좋은 예다.
동반질환자나 고령 환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두 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이해해도 될까?
델 프라토: 그렇다. 제 2형 당뇨병은 혈당조절 뿐 아니라 혈압, 지질 수치를 변화시키고 심혈관계 위험성도 높이는 복잡한 질환이기에 하나의 신드롬이라고 보고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실제 식이, 운동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요소가 제 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감소하거나 지방세포, 간세포, 근육 등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 포도당이 체외로 배출되기 전에 재흡수되는 것, 글루카곤을 분비하는 알파세포의 기능이상 등 도 고혈당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생리요인 중 하나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때 단일 제제만으론 지속적인 혈당조절이 어렵고, 조기 병용전략이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미국당뇨병협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 최신 가이드라인은 환자가 처음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경우 메트포르민을 먼저 처방하고 당화혈색소(HbA1c) 목표수치를 설정한 다음, 3개월째 목표값에 도달하지 못하면 두 번째 제제와의 병용요법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고정용량 복합제는 복용해야 하는 정제 갯수를 줄일 수 있어 환자 부담도 덜어주게 된다. 당뇨병 치료제들에게 심혈관계 안전성 프로파일이 강조되는 것도 비슷한 개념인가?
칠튼: 그렇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당뇨병 환자에 대한 협진이 활발하다. 임상시험도 두 과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내분비 분야에서 좋은 당뇨병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궁극적으로 환자의 심혈관계 영역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바로 심혈관질환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들은 내분비뿐만 아니라 심혈관 분야에 대한 연구 설계도 잘 이뤄지고 있다.
앞서 가이드라인을 잠깐 언급하셨다. 올해 초 업데이트된 ADA 가이드라인에서 주요하게 살펴볼 사항은 무엇인가.
델 프라토: 매년 업데이트되는 ADA 가이드라인에서 항상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환자 중심 치료'다. 올해도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individualization)이 한층 강조됐다. 약물치료에서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지만 개별 환자의 기대치와 니즈를 고려해 제 2형 당뇨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심혈관계 아웃컴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대거 반영됐다. SGLT-2 억제제와 GLP-1 작용제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잠재적인 혜택을 검증한 임상연구들로, 등록된 환자군 자체가 대부분 과거에 심혈관사건을 경험했던 고위험군이었음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제 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가능성이 더 많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선 2차치료제로 DPP-4 억제제가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DPP-4 억제제를 선택할 때 참고할 만한 연구를 소개한다면?
델 프라토: 임상시험의 모든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DPP-4 억제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이 처음 확인된 이후로는 학습효과에 의해 연구 설계가 개선됐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알로글립틴에 관한 EXAMINE 연구와 시타글립틴에 관한 TECOS 연구, 삭사글립틴 관련 SAVOR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은 모두 달랐다. 특히 EXAMINE은 임상시험 참여 15~90일 이전에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을 경험했던 환자들을을 모집해 차별화를 뒀다. 심혈관질환은 물론 사망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에게서 사망 위험이 감소됐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EXAMINE 사후분석에서도 심부전이나 ACS 유무에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응급실을 내원하거나 심장병동에 입원한 ACS 환자의 약 30%가 제 2형 당뇨병으로 신규진단된다. 이런 환자들은 심질환과 당뇨병을 동시에 치료받아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임상연구들이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DPP-4 억제제를 선택할 때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전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당뇨병 치료는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화 할 순 없다. 다만 임상의가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과 니즈, 데이터들을 고려해 적절한 제제를 선택할 수 있다.
칠튼: 전적으로 동의한다. 환자들에게 약물만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중을 줄이고,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많은 임상연구들을 통해 개별 약물의 이점이 밝혀지고 있지만 참여했던 환자들의 프로파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칭시키기가 쉽진 않다. 순환기 전문의 입장에서 현재 가장 우려없이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제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라고 본다.
한국은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비만한 당뇨병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환자들에겐 어떤 약제가 추천되나.
델 프라토: 인슐린 저항성을 고려해야 한다. 피오글리타존이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에게 최고의 개선제다. 피오글리타존 관련 PROactive 연구의 2차 평가변수와 사후분석을 살펴보면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성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 대상의 IRIS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1차치료제인 메트포르민도 인슐린 저항성을 일부 개선하지만 주로 간에 작용하기 때문에 말초조직까지 고려한다면 피오글리타존의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체중증가와 체액저류 등의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피오글리타존은 다른 제제와 병용할 경우 베타세포 기능을 보호하는 데도 기여한다는 장점을 갖는데, 최근에는 지방간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가 발표됐다. 3~40년 전에 비해 제 2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칠튼: 순환기 전문의 입장에서도 IRIS 연구는 의미가 크다. 과거 뇌졸중을 겪었던 환자들의 뇌졸중 위험이 피오글리타존 복용 이후 현저히 줄었다. PROactive 임상연구에서도 재발성 뇌졸중이 47%나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제들 가운데 이러한 제제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아시아 지역은 심장마비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높다고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도 피오글리타존이 아시아인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치료옵션이라 판단된다.
한국 의료진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델 프라토: 의료는 정밀과학이 아니다. 예술적인 영역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다. "100%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진단도구나 치료제, 환자 등에 관해 포괄적으로 이해한 다음 치료해야 한다. 가령 메트포르민은 1차치료제로 사용할 만한 데이터들이 많이 누적돼 있어 전 세계 국가들에서 1차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일반적인 권고사항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좋은 사례인 셈이다. 반면 2차치료제를 선택하는 규칙은 없다. 환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 환자가 해당 제제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환자의 준비도를 평가해야 한다. 가령 인슐린 저항성이 있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들은 2차적으로 피오글리타존 단독 또는 병용을 고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당뇨병 전문의나 내분비 전문의들께 보수적인 태도가 아닌 적극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초기에 메트포르민을 사용해 보고 3개월 뒤에도 목표 혈당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즉각 두 번째 제제를 고려하는 것이 적극적인 접근방식이다. 최근 란셋(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도 당뇨병을 집중치료했을 때 혈당이 잘 조절되고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메타분석 논문이 발표됐다. 미세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면 대혈관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어 연쇄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후원을 받아 GRADE 연구를 진행 중인데,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메트포르민과 GLP-1 작용제를 조기병용했을 때의 효과를 5년간 추적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병용요법에 관해서도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환자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들었는데, 저혈당과 신기능감소 등의 부작용 측면에서 데이터를 통해 더욱 안전하다고 입증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칠튼: 일반 대중들에게 당뇨병이 상당히 위중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2000년에 출생한 아이들 중 당뇨병으로 인해 부모보다 먹저 죽는 이들이 3분의 2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당뇨병은 그만큼 중증 질환이다. 당뇨병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혈당 수치 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연관된 모든 요인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당뇨병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광범위한 질환이다. 향후 당뇨병 치료에서 내분비 전문의와 순환기 전문의 사이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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