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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임성기 약국'에서 기술수출 신화...전설로 잠들다

  • 천승현
  • 2020-08-02 15:52:21
  • 끊임없는 차별화 전략 시도...국내 제약산업 업그레이드 초석
  • 한미약품 창업 이후 승승장구....2015년 초대형 기술수출 성사
  •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2일 숙환으로 타계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큰 별이 졌다.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고인은 임성기 약국에서 출발해 초대형 기술수출 신화를 쓰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글로벌 무대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
2일 업계에 따르면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이날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한 고 임성기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종로 5가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고 1973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한미약품을 설립했다.

임 회장의 철학은 “남들과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끊임없는 차별화 시도였다.

해열제를 삼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먹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직장 내에 삽입하는 제품으로 만든 ‘써스펜좌약’은 임 회장의 차별화 전략의 시초로 불린다. 써스펜좌약은 이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 필수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약을 만들지 않더라도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한미약품의 기술력은 복제약(제네릭)부터 개량신약, 신약 등으로 순차적으로 발전해왔다. 2000년대 들어 한미약품의 차별화 시도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2004년 세계적인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보조 성분만을 바꾼 ‘아모디핀’을 내놓으며 개량신약 시대를 열었다. 아모디핀은 연간 500억원 이상 팔리며 ‘제네릭이 아니라도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개의 고혈압약을 결합해 만든 ‘아모잘탄’, 고혈압과 고지혈증약을 섞은 ‘로벨리토’ ,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 등 임 회장의 차별화 전략은 늘 진화했다.

임 회장은 유례없는 초대형 기술수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지난 1997년 노바티스에 ‘마이크로메절전’이라는 약물전달기술을 당시 제약산업 최대 규모인 6300만달러에 기술 수출한 경험이 있다. 이때부터 임 회장은 “제대로 된 신약만 만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해볼만 하겠다”며 임직원들에 ‘신약 개발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며 지속적으로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R&D 파이프라인을 재편하면서 신약과 복합제에만 집중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항암제, 면역질환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두드렸다.

임 회장의 신약개발 고집은 2015년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3월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은 무려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도 연이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사노피아벤티스와 최대 39억 유로(약 5조원)의 퀀텀프로젝트 기술수출 계약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에 꼽히는 빅딜로 기록됐다. 당시 계약금으로만 4억유로(약 5000억원)를 받았다.

한미약품이 2015년 올린 영업이익은 2118억원은 아직도 국내 제약사가 기록한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비록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과제의 일부가 반환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임 회장의 고집과 집념이 누구도 해내지 못한 신약 기술수출 성과를 성사시켰다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는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임성기 회장은 평소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임 회장이 골프장에 처음 나가기 전에 연습장에서 공을 30만개 쳤다는 얘기는 제약 원로들에게도 유명한 일화다. 임 회장의 남다른 승부욕도 유명하다. 평소 자신의 바둑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임 회장은 한 번은 지역 바둑대회에 나가서 예선 탈락을 했는데 당시 유명한 바둑 기사를 찾아가 개인 지도를 받고 자신을 탈락시켰던 바둑대회에 다시 나가 우승한 적도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16년 1월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우리 모두가 연구자가 되고, 우리 모두가 R&D 없이는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정말 저는 확신한다. 제약강국 신약강국이 될 수 있다. 아시아 극동의 대한민국이 제약강국이 되길 희망한다. 확신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씨와 아들 임종윤∙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확정되는대로 추후 알릴 예정이며 발인은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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