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 기치의 불안한 식약청식약청이 MB정부의 이른바 실용코드에 맞춘 '혁신바퀴'를 사실상 오늘(6일)부터 돌린다. 지난 98년 개청 이래 11년여 만에 가장 파격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그에 걸맞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식약청의 변신한 모습이 실용라인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빨리 보고 싶을 정도로 그 결과가 예의 궁금하다. 지난달 30일자로 단행된 인사를 보면 국·과장급만 95명이고 5급 이상은 무려 198명에 달한다. 아니 인사파괴라고 할 정도의 행정직과 연구직 및 기술직의 교차 회오리 인사가 단연 주목거리인데,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크로스 인사가 이곳저곳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친 파격행보는 아닌지 우려스럽고 불안하다.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모두 갈아입은 식약청은 당분간 원하지 않는 업무 파열음이 불가피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식약청은 크게 보면 행정직과 연구 및 기술직으로 나뉜다. 인·허가와 감시 및 사후관리 업무 등을 맡는 행정직이 당연히 청의 파워 포스트로 인식돼 왔으나 이번 조직개편은 그 인식 자체를 아리송하게 바꿔놨다. 행정의 핵심 포스트에 연구직을 요소요소에 기용한 것에서 나아가 연구업무 자체의 '대민원 연계비중'을 크게 높여 놓았으니 적이 놀랍다. 식약청이 이번 조직과 인사개편을 두고 자랑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니 그렇다. 식약청의 공식 멘트가 행정-연구-기술 등의 직렬 장벽을 허물었다는 것인데, 그런 '칸막이 제거'를 자랑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혹시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짚어보아야만 앞으로 발생할 시행착오에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국(局 ) 산하의 ' 3개 심사부'다. 단순히 예전의 평가부가 이름만 바꿔 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약품심사부의 경우를 보면 허가심사조정과가 정식 직제로 승격돼 심사부에 편입되면서 이 자리의 장은 허가와 평가를 총괄하는 막후 파워 포스트로 부상했다. 이 부서의 주요 과장들은 독성과학원 연구직들이 전진 배치됐다. 행정과 연구의 적절한 업무조합을 꾀한 것이라는 점에서 MB 실용코드라고 보인다. 일단 긍정적 평가를 해볼 만한 시스템이라고 보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인·허가 업무를 단순 지원하는 부서에서 관장하는 자리로의 탈바꿈이기 때문에 의약품안전국 산하의 과(課) 업무와 엄정하게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를 교통정리 하지 못하면 업무충돌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옥상 옥을 만든 것에 불과해진다. 행정과 연구업무의 혼재에 따른 결재라인이 당초 기대한 시너지 보다 오히려 혼선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또 하나의 핵심 의제는 국립독성과학원이 간판을 바꿔 달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이다. 식약청은 이를 '씽크탱크'라고 자랑삼아 언급한다. 그에 걸말게 평가원은 3부 18과에서 3부 29과로 11과나 증가하면서 인력도 기존 137명에서 238명으로 101명이나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단순히 조직과 사람 수만을 늘린 것이 아니라는데 식약청은 절제심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 평가원 역시 민원인들이 지근거리에 몰릴 수 있는 행정의 권한이 많이 가미됐다는 것이다. 본청과 지방청까지 아우르는 식품의약품안전관리 정책개발과 집행업무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곳으로 바뀌는 것은 큰 탈바꿈이다. 식약청이 채택한 실용코드의 또 다른 이름으로 비춰진다.그러나 국립독성과학원은 전신격인 예전의 국립보건안전연구원이나 국립독성연구원 등의 명칭만 봐도 순수연구 및 조사업무를 관장해 왔다. 미국 FDA를 보면 식약청이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면서 존재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순수연구가 뒷받침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평가원의 업무가 '지원'이라고 한정하기는 했지만 그 지원범위가 국정현안 및 주요 정책과제로까지 범위를 대폭 넓혔을 뿐만 아니라 지원 시에는 '직접적이고 신속하게'라는 의무까지 주어졌다. 그런데 식약청은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해 내지 독성에 대해 '국가적 잣대'를 만들고 그것으로 평가하는 일을 하는 최후의 보루 기관이다. 이 역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적당한 인력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 지원기능에 치중한 나머지 연구기능이 위축된다면 국가 미래적으로 봐서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4개 분야의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나 신약 등의 제품화 기술지원을 위한 제품화지원센터를 신설한 것은 잘한 일이기는 하지만 굳이 순수연구 기능과 혼재해서 갈 이유가 있는지는 자문해 봐야 한다. 평가원 내 독성평가연구부(구 독성연구부)는 전 국민들의 건강을 무차별 담보하는 잠재적 투자처 성격을 지녔기에 국내외 고급두뇌들이 대폭 확충돼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축돼 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식약청 전체적으로 보면 현 정부 조직개편 기준에 따라 대국대과(大局大課) 체제를 갖춘 것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15명 미만 과를 통폐합해 3개과 당 1국(관)을, 2국 당 1실을 설치토록 한 것은 복잡한 조직의 명료화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 원칙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행정 서비스는 업무 자체의 군살빼기가 훨씬 중요하다. 실제로 6개과가 줄어 1관5국48과 시스템이 됐다고 하지만 정원은 반대로 식의약 안전관리 인력의 보강에 따라 77명이 늘어났다. 업무 슬림화를 통한 유휴인력을 투입하고자 하는 조직개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약청은 개청 당시 인력이 776명이었으나 20여 차례의 많은 직제개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그 두 배 가까운 1437명이나 되면서도 잊을 만하면 국민적 위해사건이 터진다. 행정서비스 부문에서도 실감나게 나아지고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함께 곱씹어 봐야 한다.위해예방정책국이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등의 신설 조직도 그런 점에서 보면 기구조직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물론 이 기구들 또한 식약청의 실용노선에 즉각 활용이 가능한 측면에서 보면 시의적절한 신설조직이다. 하지만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기존 관련부서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처리하면 될 일을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중복 우려가 있는 부서를 만들거나 확대·개편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경우는 검찰의 직접적 기소권으로 예방적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식약청 본래의 기능은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업체들은 심정적으로 청장 위에 위해사범조사단장이 있다는 식이어서 청의 파워기류가 수사기관으로 기우는 쏠림현상이 엿보인다. 이와관련해 지방청의 감시인력 101명을 지자체로 이관한 것 또한 식약청 본래의 감시기능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식약청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자 하고 있지만 그 역풍이 불 소지가 있는 것들을 잘 보다듬으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식약청의 조직 및 인사개편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2009-05-06 06:20:33데일리팜
-
지정기탁 강제화 서둘러야올 춘계학회에서도 제약업계의 학회지원은 여전했다. 오히려 업계가 유통투명화를 선포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제약사들의 직접지원은 노골적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제약협회가 아무리 힘을쓰고 노력을 해도 유통투명화라는 것은 참으로 실현하기가 어렵다. 협회도 지쳐가고 있는 모습이다.제약협회 유력한 관계자는 "올 봄에 제 3자를 통한 지정기탁에 동참한 제약사는 아마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과연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 제약협회만의 책임일까?제약업계, 특히 국내제약사들은 지정기탁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한국의학원에 따르면 오히려 다국적제약사들이 지정기탁을 통해 학회지원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지정기탁이 요원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의무화조항이 없기 때문이다.협회는 이미 지정기탁제를 강제화할수 있도록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에 명시해 복지부에 제출했다.그러나 아쉽게도 공정경쟁규약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듯 하다. 협회의 희망대로 6월에 공정위 승인이 나면 좋겠지만, 공정위가 규약을 검토할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개정된 공정경쟁규약이 시행되려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할 듯하다. 공정위는 지금 제약사 리베이트 추가조사로 정신이 없다.하지만 지정기탁이라는 좋은제도를 빨리 정착 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 제도가 의무화 될 수 있도록 빠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지금 제약업계는 자정결의 선포대회도 갖고, 리베이트 근절에 동참하겠노라고 결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흐름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하루 속히 지정기탁 의무화가 시행돼야 한다. 유통투명화는 이제 거스를수 없는 대세이다.2009-05-04 06:30:26가인호 -
'리피토'의 딜레마고지혈증치료제 시범평가를 완결하기가 만만치 않다.평가의 방법과 수위를 두고 2년을 끌어온 논란이 일시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복지부의 정책적 카드로 결론을 맺는가 싶더니, ‘리피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리피토를 주축으로 한 아토르바스타틴 성분 고지혈증치료제는 약가인하 방식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문제가 제기돼 다른 평가 대상 약제들과 열외로 건정심 산하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두 차례 더 다뤄졌지만, 급여평가위원회로 재회부될 상황에 처했다.성분내 대표함량인 아토르바스타틴10mg과 대응할 비교함량으로 가상의 함량인 심바스타틴 30mg을 대응시킨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는데, 급평위 평가를 다시 거치는 것은 일정부분 추가인하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변수로 떠올랐다.그간의 논의 과정을 돌아보면 ‘리피토’ 문제는 기등재약목록정비의 큰 방향성을 정리할 수 있는 중대한 제도적 딜레마들을 압축하고 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등재목록을 재편하는 포지티브리스트의 본래 취지는 “비용효과적인 약은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은 약은 목록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기등재약 시범평가를 통해 예행연습을 거치고 있는 한국형 포지티브리스트는 목록내 약제들이 비용효과성의 한 축인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른바 경제성을 확보할 경우 급여 리스트에 존속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여기에 “약가인하(재정절감)'와 '목록정비'(비용효과성에 따른 약의 가치 보상)의 갈림길에 놓인 한국형 포지티브리스트 제도의 대표적인 딜레마가 있다.리피토 논란도 따지고 보면 성분내 대표함량인 아토르바스타틴 10mg의 지질강하효과(LDL-C강하)가 심바스타틴20mg~40mg 사이에 있다는 임상데이터에서 출발했다.심평원은 애초 아토르바스트타틴 대표함량의 지질강하효과를 다른 고지혈증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심바스타틴20mg에 맞춰 32%대 가격인하율을 산정했지만 아토르바스타틴의 우수성을 주장한 화이자의 이의신청을 수용, 약가인하율을 27%대로 수정했다.‘가격인하’라는 견지에서 ‘가상의 함량’은 “전례 없이 평가원칙의 형평성을 훼손한 특혜로 약가인하율을 축소시킨 결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러나 ‘약의 가치’라는 또 다른 견지에서 ‘가상의 함량’은 “주어진 현실에서 근거에 입각해 약의 가치를 평가한 합리적 결론”이라는 대응논리를 갖추고 있다.사실 가격인하를 둘러싼 과격한 논란이 '목록정비'보다 '재정절감(가격인하)'에 초점을 둔 포지티브리스트의 정책노선으로부터 예견된 일임을 부인할 수 없다.때문에 시범평가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향후 본평가에서는 비경제적인 약을 목록에서 퇴출해 목록 자체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원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랐다.'목록정비'를 배제하고서 보험재정의 부담에서 벗어나 '약의 차별적 가치'를 입증해내려는 경쟁구도와 수용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그런 점에서 ‘리피토’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원하든 원치 않든 “약의 차별성'과 '가격'라는 포지티브리스트의 교과서적 딜레마를 일정부분 정리해야 할 부담을 지게 됐다.포지티브리스트의 정책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표식이자 신호탄으로도 구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책적 결과로서 조만간 나타날 ‘리피토’에 관한 추가 결론이 본평가에 적용될 포지티브리스트의 정책노선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지, 사회적 합의에 일정부분 못 미친 채 후속 논란을 예고할 '낙인’이 될 지 주목할 일이다.2009-05-01 06:32:09허현아 -
의사 짓밟는 끈질긴 입법새로운 입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수차례 통과되지 못하는데서 나아가 아예 논의만 되다가 종국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한다면 입법을 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해봐야 한다. 일명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으로 불리며 지난 2006년부터 장장 3년여째 국회 상임위원회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법안은 논란의 와중 속에 그저 이름만 유명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니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입법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하고 착잡하다. 국회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의협, 병협 등 관련단체의 강력한 반발과 이해관계 때문에 속도조절을 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과연 스피트메터를 조절할 가치가 있는 법안인지부터 엄정히 그리고 분명하게 다시 따져 봐야 한다.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4대 사회보험료 징수 통합을 골자로 한 건보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으로 내세워졌다. 하지만 누가 봐도 복지위에 상정되지 못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빙빙 돈 시간이 벌써 3년여가 넘고 손을 댄 국회의원들도 16대~18대에 이르기까지 다섯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16대 국회 때는 김성순 의원이, 17대 국회에서는 장향숙 의원이 추진 또는 발의했다가 무산되거나 폐기됐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의원시절에 추진하기도 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으로 5수째다. 법안소위 통과 전례도 이번으로 두 번째다. 오는 6월 열릴 다음 임시국회때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장담하는 복지위 일부 인사의 판단력이 그래서 심히 의심스럽다.단순히 '원인제공'(원외처방)만으로 부당이득금을 환수할 수 없어 민법까지 동원해야 하는 정부의 애타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재정 누수를 막아야 하는 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의 입장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조차 난 상황이 아닌가.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의료기관의 책임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는 해석까지 하는 것은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지나치다. 잘못의 책임이 있으면 제3자가 받은 돈임에도 그 돈을 물어내야 하는 논리가 맞는다고 전제한다면 그 잘못의 잘잘못을 엄정히 가릴 수 있는 또 다른 대전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불분명하다. 의료와 의학의 잘잘못은 정부가 아무리 전지전능해도 쉽게 판단할 일이 못 된다.실제 이를 감안하지 않은 요양급여비용 삭감으로 의료계는 억울한 사례를 많이 당했다. 의료계가 줄줄이 정부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무효소송이나 취소소송에 나서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정부는 이들 소송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 때문에 추진된 입법정신 그 자체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근거가 필요해 입법이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법률을 정부는 수시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가. 설사 범죄행위라도 법률 조항을 마구 양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우리는 물론 의료진의 과잉처방을 무조건 옹호할 생각은 없다. 매년 150~200억원 가량이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로 환수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반영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도별 원외처방약제비 조정건수와 금액'을 보면 그 내역이 세세히 나온다. 그런데 과잉처방이라는 기준이 참으로 모호하기 그지없어 고무줄 해석이 가능하다. 단순한 지표를 놓고 과잉처방 잣대를 일방 적용하기에는 환자의 상태나 진료 상황의 변수가 너무나 많다. 진료 자체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시각으로 바라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일률적 잣대로 과잉처방 기준을 설정한다면 행정부나 관료가 의사나 의학의 눈으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의대와 의학 자체를 정부가 부정하는 출발선에 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설사 원외처방 이슈에는 이른바 '리베이트'가 암묵적으로 걸려 있다고 해도 그것을 빌미로 잡는다면 말이 안 된다. 그 부분은 검·경 수사를 통해 리베이트 부문만 떼어 내 단죄하는 것이 맞다. 과잉처방은 그 자체만으로 놓고 봐야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정부는 해석을 자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아예 잣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참에 의원입법으로 밀어붙이려는 의지를 버렸으면 한다. 정부가 스스로 부여한 배타적 의사면허를 누구보다 신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면허의 활용에 대해서는 의학과 의사의 양심과 소신에 맡기는 것이 옳다. 설사 일부의 과잉처방과 그로인한 부닥이득금이 제3자에게 발생해도 그렇다는 얘기다.현행 건강보험법에는 의사가 부당 또는 과잉처방을 하면 처벌받는 규정이 이미 있다. 법 제85조(업무정지) 제1항1호에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때'라는 규정이다. 이 경우 1년의 범위에서 해당 요양기관은 업무정지 명령을 받는다. 개정 법안도 '거짓이나 그 밖에 부당한 방법'라는 문구로 상정됐다. '속임수'와 '거짓'의 용어 차이가 무엇이 다른가. 다시 말해 현행법으로도 요양기관은 보험공단에 허위 또는 부당청구를 했다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처방 자체에 단죄규정이 있는 이상 원외처방까지 곁들여 또 다른 단죄 규정을 만든다면 의사는 이른바 '제3의 이익' 내지 '미지의 이익'에 대해서까지 온통 범법자 취급을 받는 셈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현행 법 조항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85조의2(과징금)를 보면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를 불가피하게 내리지 못할 경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역시 '처방'이라는 큰 울타리에서 '의사'라는 객체만을 보면 의사는 현행법에 5배라는 강력한 과징금 규정을 적용받는 것이 중요한 맥락이다. 어느 직종보다 사회적 품위와 신뢰를 담보해야 하는 의료진에게는 다섯 배의 금액도 그렇지만 그 자체로 치명적 손상이 되는 형벌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에 과잉처방시 단죄를 줄 조항이 이렇게 겹겹이 둘러쳐 있기에 원외처방 만큼은 의료계의 양심을 끈기 있게 기대해 보자. 라이선스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지켜가 준다면 의료계는 자정활동으로 그 신뢰에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믿음을 반드시 가져갔으면 한다.2009-04-30 09:52:50데일리팜
-
당번약국 의무화로 슈퍼판매 넘어야국민권익위원회와 법제처가 복지부 등과 함께 당번약국 지정·운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이 과정에서 권익위 등은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 확대를 ‘장기적’ 사안으로 규정하고 그 대안으로 약사회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당번약국 활성화를 제시했다.이는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추진의 우선순위가 일반약 슈퍼판매 보다는 당번약국 활성화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당번약국 의무화 및 과태료 부과는 새로운 규제로 비춰질 수 있지만 약사 사회에 정부가 일반약 슈퍼판매의 대안으로 당번약국 활성화를 선택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대한약사회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발의한 당번약국 의무화를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이나 정부의 지원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실제로 당번약국 의무화가 일반약 슈퍼판매를 저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협상’이 가능한 사안이다.약사 사회가 당번약국 의무화를 수용하고 운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당번약국 의무화는 약사들 스스로가 일반약 슈퍼판매를 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약사들의 손으로 슈퍼판매를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당번약국 의무화라는 모습으로 약사들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다.비록 의무화와 과태료 부과라는 강제적인 당번약국 운영이라고 하더라도 탈크 의약품 파동 등을 겪은 상화에서 의약품 구매에 대한 국민 불편만 해소된다면 누구도 쉽게 일반약 슈퍼판매를 다시 거론하지는 못할 것이다.약사회장을 지낸 원희목 의원이 지난 11일 열린 전국 임원·분회장 워크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희생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약사들의 자성을 촉구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이제는 우리나라의 인구 당 약국수와 외국을 비교해 접근성이 높다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약사들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늦은 시간에라도 약국에 가면 일반약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때이다.당번약국 의무화와 일반약 슈퍼판매 사이에서 약사들 스스로가 ‘이대도강’, 즉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지혜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2009-04-29 06:22:52박동준 -
막강 심평원에 초라해진 공단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간의 기싸움이 또 재현됐다. 이번에는 이사장과 원장이라는 양 최고 책임자간의 양보하기 어려운 설전으로 비화됐다. 양 기관장은 그래도 그동안 어투만이라도 점잖게 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속내들을 적나하게 드러낸 것이 지금까지 제각각 숨은 날을 갈아 왔음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양 기관장은 더 이상 체면 차릴 여가가 없는 듯 한 양상으로 공방을 벌였다. 심평원장이 그간 짓눌렸던 공단의 선제 공세에 내놓고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나섰다면 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단 하루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정면 응수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전례가 드물게 전개된 신속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설전이고 공방전이다.심평원 송재성 원장은 mbn뉴스 대담에서 보험공단 이사장의 선 행보에 선을 분명히 그으면서 한마디로 약가 일원화 주장을 일축했다. '제약사는 약값을 자기가 결정하기를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재정을 아껴야 하는 공단도 약가결정을 맡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은 누가봐도 공단의 권위에 대한 도전적 발언이다. 제약사들과 보험공단을 같은 연장선장으로 놓고 비교한 것 자체가 그렇다. 쉽게 말해 보험공단도 제약사들처럼 자기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을 한다고 정면 비판한 발언이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치고는 대단히 농도가 짙다. 송 원장은 나아가 심평원이 공단과 별도로 있어야 할 '존재의미'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발언까지 치고 나갔다. '한쪽이 (약가를) 결정하면 불공정할 수 있다'고 한 표현이나 '심평원이 중립적 견지에서 경제성평가를 통해 정하도록 법에 되어 있다'고 한 발언 등은 심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엄정하게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전문성에서는 보험공단 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그러자 이튿날 공단 조찬간담회에서 비켜가지 않았다. 송원장의 발언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뼈가 있는 일침으로 응수했다. 결코 양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추가적인 공격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송 원장의 발언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볼멘소리까지 해댔다. 또한 정 이사장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갖고 심평원이 운영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보험료의 징수·관리 주체가 공단이니 심평원은 그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이 없다. 나아가 '제약사 편에서 심평원이 약가를 중재해야 한다는 얘기로 비춰진다'는 언급까지 해 더 이상 오버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탰다. '국민들 편에서 좋은 약을 가장 싸게 공급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최우선 과제'라고 한 것이 이런 강경한 입장을 뒷받침 한다.보험공단과 심평원은 사실 한 뿌리다. 업무적으로 긴밀한 보완관계에 있으면서 상호 협력해야 할 기관이다. 양 기관이 업무관장을 놓고 티격태격 다투는 모양새는 결코 보기에도 좋지 않고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공단이 국민들의 혈세나 다름없는 보험료를 철저하게 관리하게 위해서는 심평원의 심사·평가 업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심평원의 주력 업무는 병·의원 및 약국 등 요양기관들의 보험청구를 심사·평가하는데 맞춰져 있다. 심평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보험공단이 지출관리를 타이트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2000년 심평원이 출범한 이후 공단과의 업무 중복성 문제가 간간히 제기돼 왔지만 그런대로 이 같은 업무협조가 잘 이뤄져 왔다고 본다.그런데 심평원은 심사·평가 업무를 하면서 의료기관들에게는 일면 '저승사자'로 비유될 정도의 기관으로 위상이 커졌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료비 확인심사 기능까지 하면서 요양기관들은 심평원의 감시·감독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애초 요양기관들은 심평원의 독립 이전에 진료비 및 보험청구의 심사·평가 독립성을 요구해 왔다. 가입자(국민)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공단의 그늘을 그나마 벗어나야 했기 때문임의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요양기관들에게는 강력한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긴 셈이 됐다. 심평원이 신의료 기술, 치료재료, 약제 등의 건강보험 적용여부에서 나아가 이들 항목의 금액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적용여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막강한 권력 그 이상이다. 비록 복지부가 최종결정은 한다고 하지만 심평원이 일은 다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제 말고도 신의료 기술과 치료재료는 요양기관은 물론 관련업체들에게 이권이 많이 걸린 분야다.약제 분야는 지난 2006년 연말 포지티브제 시행을 기점으로 심평원을 막강한 파워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중요하게 일조했다. 반면 제약사들에게는 심평원이 또 다른 저승사자로 다가왔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등장과 함께 보험등재 의약품의 전면 가지치기를 주도하게 된 심평원은 그야말로 보험공단 이상의 파워기관으로 비상했다. 나아가 작년 10월 가동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시스템으로 의약품의 생산, 공급, 구입, 사용, 제품정보 등의 모든 내역들이 한곳에 집적·관리되기 시작하면서 심평원은 명실공히 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관, 약국을 총 망라한 정보의 총아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들 정보에 대한 수집, 조사, 가공, 이용 및 제공 등의 업무권한을 갖고 가는 것은 의약품 생산-제조-유통 전 과정을 발가벗겨 놓고 바라보면서 여차하면 생사여탈권을 갖고 가는 시스템과 매 한가지다. 여기에 2단계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이 조만간 시행되면 의료기관들을 본의든 아니든 처방정보에서 강력한 헤게모니로 또 한번 거머쥔다.반면 보험공단은 연일 강경 노조 문제로 국민들에게 안 좋게 비춰져 온 것이 사실이다. 보험공단의 사업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건이 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늘 화제의 이슈가 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과거 의료보험연합회의 심사·평가 업무가 독립된 것은 실질적으로 엄정한 심사·평가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을 정도다. 결국 보험공단은 정부 내에서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가질 만한 기관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인정을 상당부분 잃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단 고위직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니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심평원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는 공단의 뼈를 깎는 개혁과 혁신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럼에도 공단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최우선적으로 국민들에게 합당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물론 골자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공보험을 근간으로 한 사회보험체제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는 보험자와 심사평가기구가 분리돼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이라는 신약의 약가결정 구조의 이원화 문제를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넓은 틀에서 보면 심사평가 기구가 보험자 보다 더 많은 파워를 행사하는 것이 아무래도 맞지 않다. 그 작은 예가 약가결정 구조인 것이다. 제2기 약제급여평가위원 구성을 놓고 가입자 단체들의 비판은 여전하다. 반대로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의 가시 돋친 원성이 자자하고 앞으로 남은 본평가가 더 걱정이다. 심평원의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반증이다. 공단의 마스터 키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단은 마스터 키를 쥐고 심평원은 보조키를 행사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합당한 양 기관의 협력 시스템이다.2009-04-27 06:25:18데일리팜
-
약국에 온 요쿠르트 아줌마약국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무상 드링크가 최근 비위생적인 제조과정과 믿을 수 없는 품질로 떠들썩했다.그간 무상 드링크는 환자 유인행위로 약국 간 상도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두드러졌지만 요즘 회자되는 것은 내방고객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 주류다.특히 공중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약국에서 서비스를 받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다.때문에 드링크 류를 교체하거나 이참에 아예 무상 드링크를 없애겠노라 하는 약국들이 앞다퉈 생겨났고 이를 '귀신같이' 알아 채고 틈새를 노린 마케팅이 생겨났다.바로 '요쿠르트 아줌마 마케팅'.최근 한 요쿠르트 업체에서 배달 주부사원들을 앞세워 서울의 한 구를 돌며 무상 드링크를 '믿을 수 있는 요쿠르트로 바꾸라'며 영업을 한 일화가 그것이다.이 지역 약사들의 말을 빌자면 '용감한' 요쿠르트 아줌마들은 약국을 돌며 "요새 (무상 드링크 문제로) 떠들썩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싸게 줄테니 이참에 요쿠르트로 바꾸라"고 말하며 영업을 했다.요쿠르트 아줌마의 눈물겨운 영업기를 접한 약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싸구려 비위생적인 드링크보다는 차라리 요쿠르트가 낫겠다는 반응에서부터 불경기가 요쿠르트 아줌마를 약국까지 오게 했다는 반응, 귀엽고 익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사실, 약사들의 반응이 현 세태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무상 드링크가 요쿠르트로 바뀐다 해도 이것이 옳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약사법 시행규칙 제62조 제1항 제6호 규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약사들이 환자유치를 위한 호객행위로서의 무상 드링크 제공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 저촉되기 때문이다.이를 모르는 요쿠르트 아줌마의 마케팅 전략은 약사법의 엄중함에 대해 모르고 이뤄진 헤프닝이었지만 약국 현안 속 틈새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무작정 파고드는 요즘 세태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2009-04-27 06:24:57김정주 -
탈크파문과 일반약 슈퍼판매4월 한 달간 약업계를 강타했던 탈크 파문도 진정돼 가고 있다. 1000품목이 넘는 제품이 한꺼번에 보험급여가 중단되고 회수조치가 내려진 사상의 초유의 사태였다.탈크 파문으로 가장 바쁜 곳은 약국이었다. 약국은 소비자 환불, 업체 회수·반품, 조제 중단 등 지난 9일 시작된 탈크 파문의 직격탄을 맞았다.하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이번 탈크 사태로 약은 약국에서 취급, 관리해야 효율적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달아오르던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찬성 주장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었다.약사회 관계자는 "만약 슈퍼에서 탈크 의약품이 유통됐다면 회수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의약품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지부, 분회, 반회로 이어지는 조직체계를 갖춘 약국이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도 이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약사회의 분석이다.이에 따라 약사회는 PPA 사태보다 더 강력한 일반약 슈퍼 판매 반대 논거를 얻은 셈이다.일반약이 약국에서 독점적으로 유통되는 순간까지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은 계속된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이다.그러나 반대 논거만 가지고는 찬성론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당번약국 활성화, 일반약 복약지도 강화, 심야약국 운영 등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문제의약품의 회수, 반품만 잘하는 것만이 약국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약 슈퍼 판매 논란 이제부터 시작이다.2009-04-24 06:25:42강신국 -
항생제 수질오염 약국이 막자한국은 유난히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는 국가 중 하나이고 그로인한 내성률이 대단히 높다. 일례로 폐렴구균 항생제 내성률만 봐도 최근 보고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7회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에리스로마이신'의 내성률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중 7명은 에리스로마이신을 복용해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에리스로마이신은 감기, 폐렴, 편도염뿐만 아니라 매독이나 임질 등에 두루 사용하는 이른바 '국민 범용'의 항생제다. 하지만 먹어도 소용이 없는 약제가 되고 있으니 항생제라고 일컫는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하지만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식수원을 통해 항생제를 복용할 환경에 처한 것이 또한 위험상황이다. 우리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한강 본류 및 지류가 항생제, 항균제, 해열진통제 등으로 심하게 오염돼 있는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서울 구리 및 석수하수처리장과 반포대교 남단 등 한강 6곳의 수질을 조사할 결과다. 약사회는 이번 조사에서 국내 대표적인 항생제 6개, 항균제 5개, 해열진통제 1개 등 총 12개 성분을 선정해 조사·분석한 결과 11개 성분을 검출해 냈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충격이다. 그것도 방류수라는 것이 적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항생제 내성률 수위를 기록 중인 에리스로마이신이 석수하수처리장에서 1L당 최고 125ng(나노그램)이 검출된 것은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는 환경에 유해를 주는 국제 기준치인 37ng/L을 세배나 초과한 것이다. 또 탄천 물 재생센터 침전지에서는 42.8ng, 구리하수처리장에서는 39ng이 검출돼 역시 기준치를 넘어섰다. 조사대상 하수처리장이 최종 방류구 또는 침전지라는 것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에리스로마이신을 복용할 환경이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가정 말고도 수돗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대중업종이나 시설물들이 국민 생활 주변에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방류수에서 의약품을 정화할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없으면 식수에 항생제 성분이 함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 시설이 없는 구리하수처리장에서는 린코마이신이 383ng/L 검출됐는데, 이는 환경유해 기준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석수하수처리장에서도 369ng이나 나왔다. 린코마이신 역시 혐기성(嫌氣性)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로 기관지염, 폐렴, 편도염, 인두염, 중이염, 종기 등의 적응증에 널리 쓰이는 범용 약제다.이번 조사는 대한약사회가 폐의약품 수거사업의 일환으로 조사한 것이기에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가 단체가 나서서 조사한 것이기에 그랬다. 그런데 그 결과가 관심만큼 충격을 많이 주었다. 따라서 조사결과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단순히 조사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일이 결코 아니다. 검출된 약물의 성분별로 내성율과 그로인한 위험성을 정확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홍보 방법도 약국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관련 팜플렛을 제작해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배포하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가 긴요하다.하천의 항생제 오염은 담수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는데 항생제가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최종적으로는 사람에게 온다는 점에서 이 역시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중랑천과 신천 등의 담수어를 대상으로 총 16종의 항생제 내성률을 조사한 결과는 놀랍다. 테트라사이틀린의 내성률이 49.3%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다. 암피실린 등 나머지 성분도 20~40%대 수준이다. 2가지 이상의 항생제에서 내성을 보인 다재내성균은 62.1%에 달했다. 물고기조차 항생제 내성이 이처럼 높게 나온 것은 하천의 항생제 오염이 결국 사람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증이다. 테트라사이클린은 축산 농가나 어류양식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제라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동물이나 어류에 무방비로 노출돼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를 동시에 규제해야 할 시점이다.폐의약품 수거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하천의 의약품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들이 십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정도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때마침 건강보험공단이 폐의약품 수거사업에 적극 나섰다. 공단이 진행할 '안 먹는 약 수거사업'에서 목표대로 2130kg의 폐의약품이 수거된다면 약사회 사업에 큰 보탬이 된다. 이왕이면 약사회와 긴밀히 연계해서 진행하길 원한다. 전문가 단체와 정부기관이 손을 맞잡으면 실행력과 추진력에서 시너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일회성 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같이 사업에 임해 국민들이 폐의약품 수거를 재활용 분리수거처럼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미래의 잠재적 칼날이 되어 돌아올 위험성을 사전에 원천 차단하는 역할의 최일선이자 중심에 약국이 있음을 직시했으면 한다.2009-04-23 06:20:17데일리팜
-
'레보비르'의 아메리칸 드림부광약품의 아메리칸 드림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국산신약의 선진국 진출을 꿈꿨지만 믿었던 파트너가 ‘파투’를 냈다.파마셋사는 미국 허가등록을 위해 48주간 진행돼온 ' 레보비르' 임상시험을 돌연 중단했다. ‘ 근무력증’ 발병률이 5%에 달한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석연치 않다.식약청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임상 중단은 크레아티닌 키나제 상승을 동반한 근무력 등의 근육병증으로 보고된 사례가 적고 그 병증 또한 경도에서 중등도에 폭넓게 걸쳐 있었다.이는 임상시험을 시급히 중단해야할 만큼 부작용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만성B형 간염환자가 많지 않은 미국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레보비르’의 수익성 보다 당장 부담해야 할 임상시험 비용이 너무 커 시험을 중단할 빌미를 찾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실제 파마셋사는 48주 동안 진행한 임상에서만 3억달러나 되는 막대한 돈을 지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익이 확실치 않은 신약 때문에 비용지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다.임상중단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부광약품은 일단 파마셋사에 이양한 미국과 유럽 판권을 회수키로 했다.문제는 이번 아메리칸드림의 파국이 단순히 미국시장 진출 꿈이 사라지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부광약품은 미국 임상시험 중단사유로 ‘근무력증’ 부작용이 거론돼 불가피하게 국내 잠정 시판중단을 선언해야 했다.외부 전문가들에 의뢰해 안전성을 확인받은 뒤 신속히 재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그 ‘데미지’는 현재로써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부광약품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돼 ‘레보비르’가 한국시장을 넘어 글로벌 신약으로 재도약 할 수 있을지, 아니면 피다 만 꽃으로 사그라들지 그 운명의 시계추는 이제부터 비로소 진자운동을 시작했다.2009-04-22 06:25:02최은택
오늘의 TOP 10
- 1작년 국산신약 생산액 8천억...케이캡·펙수클루·렉라자 최다
- 2셀트리온 ARB+CCB 시장 공략...이달디핀 1월 등재
- 3모기업 투자 부담됐나...롯데그룹, 호텔도 바이오 지원 가세
- 4[기자의 눈] 제네릭 옥죈다고 신약이 나오나
- 5[특별기고] 조제→환자 안전…미국서 확인한 약사 미래
- 6"14일 이내 심판청구 우판 요건, 실효성 약화 요인"
- 7'빔젤릭스' 염증질환 적응증 확대…생물의약품 경쟁 본격화
- 8정부, 보정심 가동...2027년 이후 의대 증원규모 논의
- 9AI보다 장비부터…스몰머신즈가 택한 진단의 출발점
- 10한미, 로수젯·다파론패밀리, 당뇨병 환자의 지질·혈당 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