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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전문가 경험담이 주목받는 이유(23)TV는 건강의 주요 정보원이다. 대표적인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과 '명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건강 프로그램은 주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 형식을 가지고 있다.반면 종합 편성 채널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고려하는 인포테인먼트의 형식을 취한다. 이를테면, 전문가와 연예인이 출연해 건강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의료 토크 쇼가 대표적이다.건강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콘텐츠의 형식을 짤 때, 프레임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수인 로버트 엔트만(Robert M. Entman)은 프레임이 인식된 현실의 일부 측면을 선택하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프레임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관점과 관심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TV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이야기 구조 프레임의 대표적인 예는 스탠포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 샨토 아이엔거(Shanto Iyengar)가 제시한 주제적 프레임(thematic frame)과 일화적 프레임(episodic frame)을 들 수 있다.주제적 프레임은 전체적 맥락 속에서 이슈와 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구조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화적 프레임은 개인에 초점에 두고 개인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강조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실업 이슈에 관한 주제적 프레임은 최근의 실업 수치를 보고하고 경제가 실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제학자나 관련 전문가의 논평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반면, 일화적 프레임은 특정 실직자의 어려움을 다양한 측면의 사례적 예시로 제시함으로써 실업 이슈의 이야기를 구성한다.어떤 프레임이 더 감정 동요를 일으킬까? 당연히 후자다.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에피소드 프레임은 몰입도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이러한 현실 때문에 일화적 프레임의 건강 정보 구성이 다큐멘터리 형식보다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예방 접종에 대한 영상을 상상해 보자. A는 다양한 전문가가, 인터뷰 형식으로 예방 접종의 비율, 필요성, 근거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주제적 프레임을 택했다. B는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 사망한 젊은 여성의 사례를 보여주는 일화적 프레임을 택했다.A의 콘텐츠는 예고편만 봐도, 그것이 정말 좋은 콘텐츠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청까지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면, 인간은 인지적 노력이 들지 않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지금도, 주제에 맞게 글을 나열하는 이 칼럼을 클릭한 독자님들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프레임이 구성까지 읽고 '그렇구나….' '어렵구나….'라며 엑스 표를 누르고 싶을 것이다. 왜냐면, 이 글의 구조도 에피소드를 통한 몰입보다는 주제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을 가지기 때문이다.프레임에 따른 몰입도와 관심의 차이를 이유로, 시청률을 중시하는 종합편성채널의 건강 콘텐츠는 타인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로 구성되곤 한다. 가령,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험담으로, 건강 습관 및 질병 상황을 검증하고, oo만 먹고 oo 질병이 나았다는 구성이 대표적이다. 혹은 연예인 패널들의 텐션 높은 궁금증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내어, 관심을 높이는 구성도 이와 같다.물론, 이러한 구성은 자극적이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확실히 재미있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식 설명보다 이러한 에피소드 프레임에 더 끌려 하고, 연계 홈쇼핑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한편, 현장의 약사들은 개인의 경험을 나누는 일화적 프레임보다 심층적이고 논리적인 메시지 구성을 하는 주제적 프레임에 좀 더 익숙하다. 앞서 말했지만, 주제적 프레임은 몰입도와 관심이 낮은 이야기 구성 방식이다.때로는 우리도 누군가의 에피소드를 활용해 감정을 일으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은, 이야기 즉 '네러티브'이기 때문이다.가령 "당뇨 발 관리를 하면, 발가락 절단의 확률이 낮아진다"라는 메시지보다 "50대 당뇨 환자가 나뭇가지에 엄지를 찔렸는데, 아프지도 않아서 그냥 뒀다가, 어느 날 발가락을 자르게 되었대요"라는 이야기가 훨씬 더 무섭지 않은가.혹은 "어머님. 고지혈증을 약을 드셨다가 끊었다가 하시지 말고, 꾸준히 드셔야 동맥경화가 예방되어요"라는 메시지보다 "70대 여성이 건강검진 덕분에, 단단한 죽상경화를 발견했대요. 근데 위치가 목에 있는 동맥이라, 막히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우울해 했어요. 근데 약을 잘 먹고, 식이 조절을 잘했더니 그게 조금 줄었대요. 어머님. 어디 어떻게 쌓일지 몰라요. 꾸준하게 잘 챙겨 듭시다"라는 이야기가 조금 더 몰입되지 않나.에피소드 프레임은 감정에 먼저 닿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동안 설득해야 할 때 유리하다. 사실, 주제적 프레임을 통한 논리적 설명만으로 약사의 역할을 다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시대가 바뀐 부분도 에피소드 프레임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제에 맞춘 설명은 구글, 네이버, 이제는 chat GPT까지 나서서 해주기 때문이다.작금의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경험에서 우러난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기술과 정보가 범람할수록,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가 주목 받는다. 이제, 약사들에게도 에피소드 주머니가 필요하다. 오늘 하루, 어떤 에피소드를 수집했는 지가 무엇을 공부한 만큼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2023-03-01 14:48:58데일리팜 -
[오늘약사] 의료유인·알선행위 제도화한다는 정부우리나라 의료법은 환자에게 의료 유인 및 알선행위를 한 누구든지 처벌할 수 있도록 돼있다. 1981년에 제정된 이 조항의 입법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입법취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환자 유인행위는 병고에 지쳐 있는 환자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하여 영리적인 목적을 추구하고자하는 비인도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러한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진작부터 필요했던 것”아픈 것도 서러운 사람을 대상으로 돈 벌려고 하지 말란 뜻으로 풀이된다. 의료법에서 유인 및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의 상품화를 막기 위함이고 의료기관들의 경쟁 과열이나 환자 유인에 따른 담합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고자 함이다.나아가 의료인이 오롯이 환자의 건강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할인, 교통 편의나 금품을 제공하는 것들이 해당 환자에게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그 비용 대비 질 떨어지는 의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결과적으로 환자 유인을 위해 제공되는 편의들을 방치하면 환자들은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더 많이 무분별하게 이용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게 될 것이다. 결국 피해는 또다시 국민 몫이 된다.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에 따라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을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 십여 곳이 난립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서 현재 생겨나고 있는 폐해 중 하나가 바로 의료법 27조로 금지하고자 했던 의료 유인 및 알선 행위다.양면시장 구축을 위해 이용자 확대에 혈안이 된 플랫폼 업체들은 무분별한 의료행위 및 전문의약품 광고를 하고, 지불한 본인부담금을 100% 포인트로 페이백을 해주는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동네 의원들까지 의료 대란이던 시기에 업체들은 진료비, 약 배송료 모두 0원 이라는 홍보로 의료 남용을 부추겼다.플랫폼이 자체 알고리즘으로 의원과 약국에 비대면진료 환자를 알선해 매칭해 주니 오피스텔에 책상과 전화기, PC만 있으면 진료 가능한 비대면진료 전문 의원이 생겨나고 배달 업체 창고 구석에 칸막이를 치고 운영하는 배달 전문 약국이 생겨났다.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약배달 중개 플랫폼을 제도화 하겠다는 뜻은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 알선 및 유인 행위를 제도화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게다가 이러한 민간업체 플랫폼 이용료를 플랫폼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수익자 부담이 아닌 의료 공급자에게 부과토록 하고 그걸 건강보험 수가로 보전해주겠다고 발표한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발상과 발언은 숙고가 있었나 의심될 정도로 처참하고 우려스럽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 브로커 배불리기 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발언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의사, 약사 주머니를 거쳐 민간 플랫폼 업체 주머니를 채워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좋은 명분에도 민간 업체 플랫폼 제도화는 어불성설이다. 플랫폼들이 시장 확대 타깃으로 삼는 이용자는 애플리케이션 이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이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지역도 이미 의료기관이 포화 상태인 도시 중심이다. 제도의 취지와 민간업체의 이윤추구 방향이 동떨어짐을 보건복지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핑계로 대기업 자본 투자를 뒷배로 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운영 민간업체들과 그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려는 발상을 이제라도 중단해야 한다. 정수연 약사 이력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서울시 강서구약사회 총무위원장 그레이그래피티 CMO2023-02-26 15:51:1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셀 수 있는 수인가…수치를 이해하게하라(22)많은 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면서 상대방도 똑같은 감정적 유대감을 느낄 거라 착각한다. 소위, 지식의 저주다.숫자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는 해독이 필요하다. 가령,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다 혹은 태풍 힌남노의 최대 풍속이 초속 60m가 예상된다는 위험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대다수의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숫자의 해독은 인간적 경험으로의 변환으로 완성된다. 예컨대, 규모 4.1의 의미는 실내에서 대다수가 느낄 수 있는 진동으로써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초속 60m의 풍속은 가로수를 뿌리째 뽑거나 철제 송전탑을 휘어 놓을 정도라는 경험적 묘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숫자가 경험으로 전환될 때 인간은 그 숫자를 이해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아울러 숫자는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삶 속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성인의 40%는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보다 인간이 셀 수 있는 손가락 숫자에 기반한 설명인 "성인 5명 중 2명은, 집에서 화장실을 사용 후 손을 씻지 않는다"는 문장이 좀 더 직접적인 것처럼 말이다.측정을 위한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현무 씨가 베트남 달랏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 달랏은 해발 1500m라는 설명을 하며,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이라 비유했다. 해발 1,500m라는 숫자로는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았지만, 대관령 양떼목장이 해발 1,200m라는 비유를 통해, 달랏이 꽤 높은 곳에 있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종양 측정에서도 비유는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종양이 4cm 이상이면, 악성 위험 커?’라는 머리기사를 읽고, 그것의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그래서, 미국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암연구소에서는 암의 크기를 몇 cm이라고 설명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식품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암이 1cm 정도라면, 완두콩 크기라고 설명하고, 4cm 정도라면 호두 크기라고, 7cm 정도라면 사과 크기라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약료 영역에서도 숫자는 전달되는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하는 수치여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예컨대 A씨의 혈압이 작년엔 130mmHg였는데 올해 170mmHg로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의·약사는 수치를 보자마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의 의미를 모르는 A씨는 덤덤할 수 있다.전문가는 숫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숫자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내과 전문의 브라운과 버셀(Brown & Bussell, 2011)은 고혈압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기 위해 127개의 논문을 검토하고, 고혈압의 위험과 고혈압약 복용의 이익을 표현할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예를 들어, 170mmHg가 되었다는 사실 전달에 덧붙여, "정상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이 2배로 증가합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40mmHg가 늘었다는 사실 직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병과 연관지어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어떤가? 훨씬 생생한 위험으로 인식되는가?연구자들은, 약물 복용의 이익을 설명할 때도 "약물 요법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고작, 3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의 사망률의 8%나 낮아지고 관상동맥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5%나 낮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숫자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고 제안한다. 꾸준히 잘 낮춰보자는 설득을 숫자와 질병을 통해 묘사한 예라 하겠다.종합하자면, 숫자는 말한 사람 혼자 이해해서는 의미가 없다. 듣는 사람도 이해해야 의미 있다. 건조한 통계 수치는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숫자는 다양한 비유를 거듭하고 나서야,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어느 정도 그 숫자를 이해했는지는 건강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숫자를 그저 숫자가 아닌 인간의 경험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헬스커뮤니케이터로서의 전문가에게 필수적이라 하겠다.2023-02-22 14:39:44데일리팜 -
[오늘약사] 인공지능에 비대면 진료 정책을 묻다대화형 인공지능(AI) ChatGPT가 요즘 화제다. 이용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300만 명을 넘었다. ChatGPT는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의 4개 과목 시험도 통과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과정에선 B와 B- 사이의 학점을 받기도 했다.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강력한 인공지능 ChatGPT에게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질문하고 얻은 의외의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다음은 필자와 ChatGPT의 대화 내용이다.이윤표 : 약사회가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를 반대할 수 있는 근거를 알려줘.ChatGPT : 약사회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환자 안전 :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약사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없으면 투약 오류, 약물 부작용 및 기타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성 부족 : 약사는 환자가 적절한 약을 복용하고 잠재적인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약사가 중요한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여 환자 치료와 안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약사의 역할 감소 : 비대면 치료 플랫폼은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약사 직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과 소통하는 경우 약사의 조언과 안내를 구할 가능성이 낮아져 약사의 전문 지식의 가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법적 책임 :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제도화할 경우 약사에게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약물 또는 치료 계획과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치료의 질 : 약사회는 비대면 치료 플랫폼을 통해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환자가 차선의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건강과 웰빙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전반적으로 약사회는 이러한 플랫폼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 환자 치료에서 약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법적 책임 문제를 야기하며, 잠재적으로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간 비대면 치료 플랫폼의 제도화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지난 9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민간 플랫폼 업체를 포함하는 비대면 진료 설계안을 언급했고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무결성과 소비자 선택권 보장 원칙 등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정부가 비대면 진료 산업화를 추진하고 대한약사회가 처방전 흐름을 고민할 때 환자의 약물치료를 주관하는 약사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모순적이게도 인공지능이 가장 인간적인 우려를 결과 값으로 내놓는다.젊은 약사들은 전문지식이 더 이상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며 심지어는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투명사회에서는 약사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사회가 약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줄어든다. 대한약사회가 약물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약사 역할 축소 정책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젊은 약사들은 믿는다.2023-02-16 16:35:4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환자가 얻을 이익의 결과를 설명하라(21)"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에 관한 지각은 사람을 움직인다. 중요한 건, 좋은 것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좋으냐로 지각하느냐이다. 이익을 사적으로 인식해야 귀찮고 지루하지만, 몸에는 좋은 행동을 (굳이, 꾸준히)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 행동의 이익 지각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가?먼저, 과학적 발견과 증명을 통해 건강 행동이라는 이름표를 받아야 한다. 일례로, 지금은 손 씻기가 감염 예방 행동이지만, 손 씻기가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1800년대 후반까지 인식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 의료진은 안 좋은 공기(miasma)가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을 뿐, 세균의 존재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노동의 상징인 피 묻은 손과 가운을 명예처럼 보이며, 진료했다.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스 젬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수술 후 적지 않은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하는 이유를 의료진에 의한 감염으로 가정하고, 손 씻기를 주장했지만 보이지 않는 세균을 믿어주는 의료진은 없었다.손 씻기는 세균이 과학적으로 "발견", 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증명"된 이후에야, 건강 행동 이름표를 받게 되었다. 즉, 과학적 발견과 증명 과정은 건강 행동을 인지하게 하는 전제조건이다.둘째, 자연과학적으로 건강 행동임이 증명되었더라도, 사회과학적으로 사람들의 뇌 속에 행동의 이점이 (언어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내 너에게 이르노니’ 같은 당위론만으로는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다.이점이 뇌 속에 한 자리를 잡고 언어로 자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 속에서 "행동의 결과"가 상상되어야 한다. 즉, 세균의 모양을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준 후, 손 씻기가 그러한 병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구체화해줘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행동의 이점을 상상하고, 귀찮은 손 씻기를 열심히 해낼 수 있다.코비드 창궐 후, 필수 행동이 된 마스크 착용을 예로 들어 보자. 코비드 초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마스크라는 물리적인 장치가 과학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이 다양한 연구로 검증되었다.이후 사회과학자들은 메시지를 통해 마스크의 지각된 이익을 인지구조에 넣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 감염자와 차를 함께 타도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 활용, 바이러스의 양을 80∼90% 차단한다는 예방 능력 수치화, 노약자 보호 효과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메시지들로, 사람들은 자신과 주위의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마스크 착용의 이익을 생생하게 지각할 수 있었다.이제 약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자.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위적인 고혈압 조절을 위해 필요한 건강 행동은 약물학적으로는 고혈압약 복용, 비약물학적으로는 체중 조절과 유산소 운동 등이 있다.그런데 현장에서 전달되는 고혈압 관련 메시지는 많은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고혈압이니 고혈압약을 드세요." "고혈압이니 운동하세요." "고혈압이니 살을 빼세요."이 메시지들의 특징은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결과를 이점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그저 "내, 너에게 이르노니"에 머물러 있는, 전문가들의 권고 행동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혈압약의 결과를 사적인(나의) 이익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짜 뉴스, 강력한 확신을 가진 마케팅 메시지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강조했듯이 건강 행동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결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명시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혈압약을 왜 먹어야 하느냐에 대해, 의사가 먹으라고 하니 먹지라는 대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사실 생명 연장을 위한 약이지 않은가. 그 부분이 개인의 삶에서 언어로 인식되어야 한다.만약에 메시지 수용자의 가족력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있다면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혹은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로 세분화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면 가족력은 관여도를 높이고, 관여도는 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생활습관 교정도 마찬가지이다. "살을 빼려면, 만 보를 걸으세요"가 아니라, "만 보를 걸으면, 라면 한 그릇(혹은 밥 한 공기와 찌개) 만큼의 열량이 소모됩니다. 운동했다고 더 드시지 말고, 기존대로 드시면서 만 보 걷기를 한 달 정도 해주셔야 1kg 가 빠져요."라고 내 삶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익의 결과를 알려줘야, 사람들은 꾸준히 귀찮은 건강 행동을 해낼 동기를 슬며시 꺼낼 수 있다.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정 행동이 삶 속에서 이익이 될 거라는 언어를 심어줄수록, 행동 의도는 높아진다. 이익이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냐고? 그 고민이 바로, 메시지 전략의 시작이다. 상대방의 삶 속에서 지각되는 이익의 언어화, 그걸 공략해야 그가 행동할지니.2023-02-15 14:24:4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위험대상 설명: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20)위험을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행동, 구체적으로 예방접종, 금연금주, 복약이행, 근육운동 같은 건강 행동은 건강 전문가들이 독려해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앞선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위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건강 행동에 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 인식의 하부 개념들을 살펴보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도화 해야 한다.건강 심리학자 닐 D. 와인스타인(Neil D. Weinstein)과 동료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인식을 세 개로 구분했다. 첫째, 지각된 심각성 둘째, 지각된 취약성 셋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다. 먼저,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과 관련 메시지 전략은 앞선 칼럼을 참고하시길 부탁드린다.한편, 지각된 취약성의 개념적 정의는 [자신이] 그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내가 당면한 위험에 관한 지각이다. 가령, 독감 예방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 독감의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경제적 심각성을 설명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자신]은 독감에 걸리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면, 백신을 접종할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을까?이에 "너도 걸릴 수 있어! 너도 위험해"처럼 대상을 명시하여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일례로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보다 "독감 유행 기간입니다. 당신도 걸릴 수 있습니다. 예방 접종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취약성을 높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마찬가지로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보다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 당신의 뇌졸중 확률이 높아집니다"라고 대상을 명시하는 것 역시, 지각된 취약성을 높이는 메시지 전략이다.한편,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말 그대로 그 위험이 실질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에 관한 지각이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은 50대 여성보다 유방암에 관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을 작게 인지한다. 그래서 20대 여성에게 유방암 검진 행동을 독려할 때는 "매년 300명 이상 발병하는 20대 유방암"처럼 관련 유방암 데이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혹은 "비만이라면, 가족력이 있다면, 초경이 빨랐다면" 등의 묘사로 지각된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사례들을 함께 제공하여, 대상자들의 검진을 독려할 수 있다.그런데 지각된 취약성과 지각된 발생 가능성은 특히,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위험 인식일까? 위험 심리 연구자인 멜리사 L. 피누케인(Melissa L. Finucane)과 폴 슬로빅(Paul Slovic)이 발견한 ‘백인 남성 효과(white male effect)’는 젠더와 인종 그리고 지각된 위험의 관계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연구자들은 백인 남성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들의 건강과 회복 가능성을 매우 과대평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과신은 그들이 질병에 취약하지 않고, 낮은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각으로 연결되었다. 결과적으로 백인 남성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백신 투여율, 마스크 착용률, 만성 질환 조절률 등의 건강 행동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른바, 사회적 관계성에 관한 지각이 낮고, 육체적 건강을 과신하며, 돌봄의 대상자가 적으면(아이 혹은 노인) 이러한 경향을 자주 보인다고 한다. 그러므로 약사는 메시지 수용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관련된 유병률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탐색하여, 메시지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예를 들어, 당뇨약을 드시는 분 중 상당수가 다리 절단 합병증의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그 위험을 겪을 가능성은 작게 평가한다. 그래서 당뇨를 앓고 계신 분이, 발 상처에 후시딘/ 빨간약 등을 바르기만 하는 경우를 약사들은 종종 목격한다. 대다수 약사가 염증 치료 진료를 권하지만, 그런 분들은 "젊었을 때는 이거 바르면 하루면 나았어. 며칠 바르면 금방 괜찮아져~"라며 위험 가능성을 얕잡아 보고, 권고 행동에 따르지 않는다.이럴 때, 지각된 취약성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당뇨 환자의 4명 중 1명이 당뇨병성 족부궤양을 앓는다는 메시지로 (후시딘을 사는 당신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다며 지각된 취약성을 자극해야 한다.덧붙여 지각된 발생 가능성 메시지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대한당뇨학회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기에 당뇨발 증상이 나타나도 10명 중 4명은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30초마다 1명 꼴로 족부를 절단한다는, 생각보다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며 말이다. 적절한 치료를 권고하는 것도 약사의 역할이기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메시지 전략이라 할 수 있다.정리하자면, 위험 인식은 건강 행동의 동기 역할을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추천된) 건강 행동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험 인식은 단순하지 않다. 건강 행동에 영향을 주는 지각된 위험의 구성요소는 '심각하군 + 나도 걸릴 수 있군 + 위험 가능성이 크군'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생생하게 위험을 묘사하고, 대상자를 명확히 하며, 관련 가능성을 인지시켜야 권고하는 행동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커진다.2023-02-08 06:10:4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위험 설명: 지각된 심각성 메시지 전략(19)현대 사회의 공중(public)은 일방적인 건강 메시지를 무조건 배우고 따라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메시지에 이성적, 감성적으로 반응하고, 설득되는 메시지 수용자이다. 그러므로 헬스커뮤니케이터는 메시지의 옳음만으로 수용자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 설득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그래서 헬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인지 이론들은 "이게 사실이야" 보다, 메시지 수용자가 그 사실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실제 임신 가능성이라는 사실보다, 한 개인이 임신 가능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가 피임법 활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받는 개인일지라도 스스로 그 가능성을 지각하지 못한다면 피임법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건강 메시지는 어떤 지각에 영향을 미쳐야 할까?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구하기 위해 사회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가 이루어진 상황은 1950년대 미국이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국가의 권고에 따른 결핵 검사를 잘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조기에 결핵을 발견, 격리, 치료 단계를 실행하기 어려웠다.이에 보건당국은 연구자들에게 결핵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X-ray 검사에 사람들이 왜 참여하지 않는지, 그리고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공중 보건국의 고드프리 호크바움(Godfrey H. Hochbaum) 박사는 1,200명의 성인을 조사하여 어떤 지각이 건강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조사 결과, 결핵이 심각한 질병이며 자신이 결핵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기 발견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82%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고,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단 21%만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지각된 심각성, 지각된 취약성, 지각된 이익 등으로 개념화하고, 행동과의 관계를 검증한 후, 건강신념모델(Health belief mod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요인의 개념화는 아주 중요하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것을 현실에 적용할 수 없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건강신념모델의 핵심 변인 중 지각된 심각성(perceived severity)의 정의를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적 정의는 어떠한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혹은 병을 방치했을 때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지각을 뜻한다. 그런데 '심각'이라는 개념 역시 모호하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심각인지를 개념화했다. 결론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심각성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지각된 심각성이다.예를 들어보자.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은 심각하다는 설명일 뿐, 개인이 지각하는 심각성을 자극하기 어렵다. 왜냐면 어떤 심각인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각된 심각성에 영향을 미쳐 고지혈증약 복용 행동을 독려하고 싶다면, 다양한 차원의 심각성을 지각할 수 있게 메시지를 도출해야 한다.구체적으로 육체적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심각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줘야 한다. 가령,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으면, 동맥 경화에 의한 심장 마비를 겪을 수 있고, 이것은 우리나라 사망 순위 3위 안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자. 어떤가? 좀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가? 동맥 경화를 피를 돌게 하는 관이 녹슬고 이물질이 쌓여 막혀버리는 상태로 묘사하는 건 어떤가? 육체의 손상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는 지각된 심각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사회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을 관리하지 않았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손실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맥 경화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냥, 뭐 죽지 뭐.’ 이런 식이다. 그런 분들에게 장애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그 결과 지금 하고 계신 사회적 활동, 구체적으로 모임에 나가기 어려워짐, 취미나 여가 생활을 즐기기 어려워짐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경제적 심각성을 강조한 메시지 전략은 고지혈증약을 관리하지 않아, 즉 월에 몇만 원을 사용하지 않아, 나중에 몇천만 원을 쓰게 된다는 묘사가 대표적이다. 즉 관련 질병을 겪게 되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해를 입을지에 관한 지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메시지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권고하고자 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만약 지각된 심각성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현장에서는 환자에 맞춘, 다양한 예시로 권고하는 건강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겪을 수 있는 심각함을 인식시킬 수 있다.심각함은 그저 "심각해집니다." 혹은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도의 문장과 근엄한 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심각의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해보자. 그래야 상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할 테니까.2023-02-01 20:11:1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치료실패 10% vs 성공 90%, 프레이밍 전략(18)인간이 다면체이듯, 현상도 다면체이다.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 사건의 다양한 면 중 하나의 면이 보이게 메시지를 생성한다.이를테면, 수학 문제 20개 중에서 4개나 틀렸다는 아이에게, 16개나 맞춘 것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하거나 혹은 4개밖에 틀리지 않았다는 의기양양한 말에 4개나 틀린 걸 수도 있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말이다. 같은 결과일지라도, 의도에 따라 인간이 생산하는 메시지의 면은 달라진다.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담긴 메시지 구조화 방법의 하나인 프레임(frame)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특정한 프레임을 통해 메시지 수용자가 바라볼 관점을 의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프레이밍(framing)은 어떠한 관점을 강조하거나 내용을 포함(inclusion) 및 제외(exclusion)하는 과정을 통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틀짓기"로 불린다.헬스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프레이밍은 설득을 위한 메시지 전략의 방법론으로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프레이밍 방법은 아이오와 대학교의 심리 마케팅 교수인 어윈 레빈 (Irwin P. Levin)에 의해 속성 프레이밍(attribute framing)과 결과 프레이밍(outcome framing) 방법으로 개념화되었다.먼저, 메시지를 속성 프레이밍한다는 것은 특정 속성을 강조하여 프레임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치료제 A는 30%의 치료 성공 가능성이 있다"로 메시지를 짠다고 가정해보자. 치료는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30%의 성공은 70%의 실패와 동등한 의미이다. 하지만 "치료제 A는 70% 치료 실패 가능성이 있다"라는 부정적 속성 프레이밍보다 성공을 강조한 긍정적 속성 프레이밍에서, 사람들은 좀 더 치료받고 싶어 했다.마찬가지로 "부작용 가능성이 1%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부작용을 강조한 부정적 속성 프레이밍 방식으로 볼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은 99%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상황, 즉 긍정적 속성을 강조한 프레이밍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명시될 때, 복용 의도를 높게 보였다.또 다른 예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가(열의 아홉이) 복용 후 2주 정도면 고혈압약에 적응한다"와 같은 긍정적 속성 프레이밍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며, 부작용에 대응하는 과정까지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인플루엔자 백신에도 같은 프레이밍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으면 부분적으로 팔의 아픈 증상을 느끼지만, 대부분 일주일 안에 괜찮아진다"라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의약품의 특성상 완벽한 긍정성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속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한편, 결과 프레이밍 방법은 행동 유무와 특정 결과 득실을 연결한다. 예를 들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의 유무를 피부암이라는 결과와 연결하여, 이득과 손실로 프레이밍할 수 있다. 먼저, ‘선크림을 바르면 혹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으로 행동 유무를 표현한다. 이후, 피부암 예방 여부로 결과의 이득과 손실을 연결한다.결과 프레이밍 법칙에 따라, 도출된 이득 프레이밍은 "선크림을 바르면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이고, 손실 프레이밍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암을 예방할 수 없다"이다. 전자는 건강 행동을 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결과를 표현했고, 후자는 건강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잃을 수 있는 결과를 표현했다.어떤 결과 프레이밍이 효과적이냐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에 관한 태도가 관련이 있었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임상 심리 분야 교수인 알렉산더 로스먼(Alexander J. Rothman)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을 이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할 때는, 확실한 이득을 강조하는 이득 프레이밍이 좀 더 효과적이었다.반면,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을 그다지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비타민 D 부족, 면역력 부족, 피부 손상 등) 손실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좀 더 효과적이었다. 즉, 결과 프레이밍은 메시지 수용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 태도에 따라 적합한 프레임이 다르다는 의미이다.전략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컬크 할라한(Kirk Hallahan) 교수는 프레이밍이 사람들의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실의 구성(the construction of reality)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다시 말해, 전문가가 어떤 프레임으로 대상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평가하는 속성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전문가가 사람들의 기존 태도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맞춤 결과 프레이밍을 제공할 때, 사람들의 행동 의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여러 번 강조하지만,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환자의 건강 결과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메시지 전략을 활용해 고객 혹은 환자의 관점을 공략하여, 건강 행동으로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사고의 틀을 바꿔 주는 프레이밍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라는 점, 기억하자.2023-01-25 20:05:00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인지부하 유발하는 부작용 메시지 구조(17)위험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폴 슬로빅(Paul Slovic)은 위험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표현되면 그 자체로 이해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위험 관리는 위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탐구하는 거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이러한 맥락에서 메시지 구조와 인간의 인지구조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인지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정보(novel information)가 들어오는 감각기관(sensory input),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스키마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그것이다.그런데 메시지를 처리하는 인간의 작업기억은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을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항목의 수는 고작 7개 정도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작업기억의 용량 한계는 교육심리학자인 존 스웰러(John Sweller)가 연구, 발표한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의 기본 전제 역할을 한다.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인지구조를 고려한 메시지나 정보 설계를 주창한다. 실제로, 우리는 메시지 나열 구조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효율적인 기억을 위해 노트 정리를 다시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교과서에 나온 긴 문장을 쪼개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게 바꾸고, 관련되었으나 떨어져 존재했던 정보들을 포스트잇에 붙여 한곳에 모으는 작업 말이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인지부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어떤 인지부하를 줄일 수 있을까?학문적으로, 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 내에서 겪는 인지부하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내재적 인지부하(intrinsic cognitive load),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 본유적 인지부하(germane cognitive load)가 바로 그것이다.이 중, 우리가 노트 정리를 통해 다른 말로 나열된 메시지의 구조 변경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인지부하는 외재적 인지부하이다. 외재적 인지부하는 정보의 형식 및 절차 구조에 의해 발생하며 메시지 이해를 낮추는 인지부하로 알려져 있다. 한편, 본유적 인지부하와 내재적 인지부하는 꾹 참고 견뎌야 배울 수 있는 내용 자체에서 오는 부하를 의미한다. 참고로, 이것들은 메시지의 구조적 형식을 바꾼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먼저, 의약품 부작용의 내용은 안전성 및 알권리 확보 차원에서 발견된 부작용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부작용 메시지의 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부정적 정보 과부하(negative information overload)로 불리며 의약품에 대한 불안(anxiety)과 공포(fear)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내용에 의해 발생하는 부정적 인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태생적 운명 같은, 내재적 인지부하인 것이리라. 문제는 부작용 메시지가 나열되는 구조적 형식이다. 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 구조를 살펴보자.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는 신체 기관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과 부작용 종류를 나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신체 기관은 11~13개로 구분되기 때문에 항목 숫자는 열 개 이상이다. 이에,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부작용 종류와 가능성을 나열한다. 이런 형식의 부작용 메시지를 본 경험이 있는가? 보통은 예시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용기 내어 읽기를 시도하는 메시지 수용자조차, 신체 기관을 확인하고, 각각의 부작용의 가능성을 해석하고, 종류를 확인, 종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를 포기하게 된다. 즉, 신체 기관별로 부작용 메시지가 분산되어 있으면, 학습자는 분산된 대상들을 각각 이해한 후, 통합해야 하므로 외재적 인지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부작용 메시지의 구조적 문제를 일찍 파악한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교하지 않은 메시지 구조와 위험 인식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그 결과, 2009년 1월 12일 유럽 연합은 부작용 메시지를 수용자의 위험 인식에 근거하여 모호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Guideline on the Readability of the Labelling and Package Leaflet of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구체적으로 "기관/ 시스템/ 군"(organ/system/class)에 의한 분류는 일반적인 메시지 수용자에게 익숙하지 않으니(not familiar)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very common"의 구두적 표현을 사용할 때는 "more than 1 in 10 patients"을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부작용 메시지는 신체 기관 별로 부작용을 나열하지 않고, 다섯 단계의 부작용 가능성 별로 부작용 종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부작용 메시지 구조 개정은 수용자의 인지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부작용 메시지 표현 및 구조에 의한, 수용자의 인지부하 그리고 왜곡된 부작용 인식 정도에 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메시지를 읽는 일반 수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머리가 덜 아픈 부작용 메시지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2023-01-18 20:00:34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고작?' 읽을 수 있다고 아는 건 아닌데(16)약의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아는 것은, 치료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에, 약사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용량과 용법을 설명한다. 가령, 복약 안내문은 기본이요, 손글씨로 정성스레 적어주거나, 세세한 라벨을 붙여주거나, 손가락을 활용해 하루 몇 번인지를 강조하는 노력 등을 하며 말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용법과 용량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고작'이라는 이름으로 프레임돼 왔다. "약국에 가면, '고작' 하루 몇 번 먹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해요."라는 식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인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사의 용법, 용량 복약지도를 잘 듣지 않는다. 매번, '그냥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듯하다.그 결과 약국 현장에서는 용법, 용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사고들이 곧잘 목격된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에 사용하는 타미플루는 하루 2번(12시간 간격) 5일간 복용 용법이다. 그래서 딱 10캡슐의 약이 처방, 조제된다. 그런데, "아니, 약이 5일분이라고 했는데, 왜 3일 먹었는데, 약이 없냐?"라는 항의 전화가 종종 약국으로 걸려 온다. 이런 경우, 약사들은 약을 하루, 몇 번 드셨냐고 물어본다. 대다수 하루 3번이라는 답을 받는다. 분명히 하루 2번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말이다.강의할 때는,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끄는 전문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에이, 약사 말 좀 잘 들어주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는 약사의 복약지도 중 기본이다. 흔히들, 약봉투에 적혀 있는데? 라고 하지만,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일례로, 병원 투약구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멕타를 처방받은 한 어르신께 복약지도를 하면서, ‘공복’에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참 후 한가해진 투약구에 그분이 다시 오셨다. 약을 받을 때마다 궁금했는데, 공복이 대체 언제냐고 물으셨다. 본인은 하루에 두 끼, 오전 11시와 오후 6시에만 식사를 하는데 하루, 세 번, 공복을 어떻게 챙기면 좋겠냐고 말이다.그래서 공복은 속이 비어있는 시간으로, 보통 식전 1시간 / 식후 2시간 정도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약을 챙겨 먹기 편한 시간을 체크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 주무시기 전 이렇게 세 번을 드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변이 무르지 않는 단계가 오면 횟수를 줄이시라고 말씀드렸다. 짧은 문장이지만 공복의 정의, 용량/용법 조정을 통해 고도로 맞춤화된 대면 서비스(highly tailored, in-person services)를 제공한 셈이다.실상, 공복이라는 용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어는 읽기 쉬움으로 인해, 읽었으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하고, 생각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다름에 기반을 둔,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헬스리터러시는 개인이 건강 정보 용어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건강 정보는 의약품 메시지, 질병 메시지, 의학 관련 단어, 건강 관련 정보의 수치 등을 포함한다. 헬스리터러시는 자율적인 건강 관리 및 의료 서비스 활용에 필요하며, 의약품 정보 공개 이후, 개인의 건강 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구체적으로 헬스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의료 정보, 전문가의 조언, 약의 용법/용량 등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와 참여에 대한 동기가 높아 건강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낮은 헬스리터러시는 건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 구체적으로 높은 입원율, 높은 응급실 방문율, 높은 사망률, 높은 의료비, 낮은 유방암 검사율, 낮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헬스리터러시 아카데미(Global Health Literacy Academy) 창립자인 크리스틴 쇠렌센(Kristine Sørensen)과 의료 연구가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W. Baker)는 공공의 건강을 위해 헬스리터러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와 보건 전문가들 간의 질의응답 커뮤니케이션은 헬스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에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 만한 게 없다는 의미이다.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설명에 관한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예시로 든 ‘공복’ 상황처럼 말이다. 고작’ 용법이 뭐가 중요해. ‘고작’ 용량이 뭐가 중요해, ‘고작’ 하루에 몇 번이 별거냐는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용법은 무척 중요하고, 적혀진 의미는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어떤 약은 식후라 적혀 있지만, 약사에게 질문해 보면 빈속에 먹어도 큰 무리가 없는 약이 있고, 어떤 약은 공복에 먹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은데, 식습관에 따라 공복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은 반드시 식 직후에 먹어야 하거나, 어떤 약은 식사 중간에 먹어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식사 루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용량 또한 마찬가지다. 용량은 남용과 오용을 예방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하루에 한 번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세 번 먹으면 큰일을 치를 수 있고,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세 번 먹으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으며, 두 알씩 먹어야 하는데 한 알씩 먹게 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 시럽을 먹여야 할 때, ml를 잘 못 읽는다면, 엉뚱한 용량을 투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약사에게 질문하면 대다수 약사가 시럽병에 줄을 그어주거나, 주사기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용량을 이해시키고자 한다.종합하자면, 헬스리터러시는 환자 중심 약료를 끌어가는 개념이다. 치료 과정 혹은 치료 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은 올바른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헬스리터러시는 설명 듣기로 점철된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묻고 질문하는 상호작용 형태로 전환될 때,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먹게 하려는 약사의 루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복약상담이란 '용량, 용법;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해 깊이를 더해가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말이다.2023-01-11 19:53:0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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