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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 약국의 희망을 알려준 세 여약사의 관심2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세 여약사의 건강증진 사례 발표는 약사와 약국이 왜 필요한 존재인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약사와 약국이 그 존재감을 내비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제시했다. 그런가하면 경제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의약품 자판기를 도입하고, 편의점 판매 의약품 숫자를 늘리는 정책이 왜 영혼이 없다고 비판받고, 중단돼야 하는지 또한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서기순 약사는 파스를 사러온 할머니가 발목에 기브스를 하고, 팔뚝 곳곳에 든 멍을 살펴 잘 넘어지고 쓰러지는 원인이 처방의약품의 특성과 할머니의 식생활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부실한 아침 식사, 당뇨약에 따른 저혈당, 신경안정제 등을 조절하도록 안내했다. 김경우 약사는 주 30병 등 습관적으로 액제감기약을 복용하는 환자를 케어해 10병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로 거의 복용하지 않도록 이끌었다. 김선유 약사도 3년 가량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복용해 온 환자가 소대변 본것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를 발견해 주치의와 연계, 복용량을 줄여 결국 이 약을 끊는데까지 이끌었다.매우 흐믓한 사례지만, 일상에 바쁜 약사와 약국이 이 처럼 대단한 일을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약물 복용 후 부작용이나 습관적 약물 복용의 경우 환자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처방약 말고는 다른 약물 복용 실태를 파악하기 조차 어렵다. 따라서 평소 환자와 눈을 맞춰야하고, 주의 깊은 상담을 해야 발견해 낼 수 있다. 발견했다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세 여약사의 관심과 조치들, 이에 대한 환자들의 감사의 표시는 약사와 약국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물론 이렇게 하기위해서는 정책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에 앞서 더 많은 약국들이 세 약사처럼 해준다면 약국에 관한 사회의 시선은 한층 따뜻해질 것이고, 자판기나 편의점 판매 품목 확대같은 정책은 그 필요성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세 약사 말고도 전국에서 약사 직능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심초사 고민하는 약사와 약국을 응원한다.2016-07-21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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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FDA '프란시스 켈시'와 식약처 '정지원'작년 101세 나이로 타계한 '프란시스 올덤 켈시' 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의약품 심사관들에게는 본보기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1960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 신청서 평가 업무를 담당하며 제약회사가 낸 각종 자료가 규정을 준수했는지, 임상시험은 프로토콜대로 이행됐는지, 해서 새로운 의약품으로 허가해도 되는지를 전문가적인 식견과 양심으로 검토하는 공무원이었다.그가 직면한 환경은 도전적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혁신신약이 세상에 나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 유명한 '탈리도마이드' 성분의 입덧 치료제였다. 시도 때도 없이 헛구역을 하는 임신부에게 복음의 약처럼 사용됐다. 당시 기준을 따른 동물실험이나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당연히 개발사는 미국 진출을 위해 이 서류를 앞세워 FDA를 당당히 노크했다. 그러나 켈시는 서류 검토 끝에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그렇게하자 다양한 압박이 밀려왔다. 고집스러운 신참내기라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기업은 신약으로 승인받기위해 필사적으로 로비했다. 그런데도 그는 평가자로서 합리적, 과학적 의심과 원칙으로만 말할 뿐 꿈쩍도 않았다. 어찌되었나. 유럽에서 1만명이 넘는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 탄생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때 미국은 그 참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탈리도마이도 사건은 임상시험 및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고, 켈시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칭찬받은 공무원이 되었다.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일까. 2016년 7월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흡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줄기세포치료 물질인 바스코스템을 둘러싼 개발사와 허가당국 식약처 사이의 시판허가를 둘러싼 팽팽한 다툼이다. 바스코스템의 개발사인 알바이오는 이미 제출한 2상 임상시험이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한 만큼 판매 허가를 해 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벌써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했던 식약처는 이번에는 완강히 버티고 있다. 제출한 임상자료는 불충분하다며 추가 2상 임상시험으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시키라고 주문하고 있다.1960년대 FDA의 전면에 켈시가 있었다면, 2016년 식약처의 전면에는 정지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세포유전자치료제 과장이 서서 '게이트 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하고 있다. 정 과장도 지금 '켈시의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바스코스템 개발사와 대결은 데이터, 다시말해 과학적으로 다툼하는 것이니 평가자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쉬울 것이다. 정작 어려운 것은 줄기세포치료제는 '국가 신성장 산업의 총아'라는 식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일지 모른다. 물색 모르는 공무원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따위의 무지막지한 공격 말이다.우리 사회가 먼나라 공무원이었던 켈시를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으려면, 전문가를 제외한 대중이나 정치인들은 침묵해야 한다. 전문 공무원의 판단력에 대한 존중과 그가 속한 기관인 식약처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면 된다. 허가와 관련한 문제는 오로지 과학의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숙고 끝에 만들어 낸 규제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 프로세스로 이미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가 허가된 합리성을 신뢰해야 한다. 켈시는 그 스스로도 훌륭한 인물이지만, 또한 철저히 그 사회의 소산물이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해온 '정지원'은 과학 영역의 고민을 빼고는 자유로워야 한다.2016-07-14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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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젠 '임성기 같은 기업가'만 나오면 된다제약바이오 산업계 안에 '게임의 새 법칙'이 제정됐다. R&D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끊임없이 혁신에 도전하며, 기꺼이 모험을 감수하겠다는 기업가(entrepreneur)들이 존경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새 룰이다. '영업 중심의 산업계'를 깨울 정책을, 2016년 7월7일 보건복지부가 꺼내들었다. 정책 메시지는 간명하고 단호하다. '내일도 기업의 문을 열고 싶은가? 그렇다면 R&D를 하라. 그리고, 혁신의 성과물을 보여줘라. 그러면 보상한다'는 것이다. 과거 방식으로 영업하고, 매출과 이익만 관리하는 경영자보다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하는 벤처정신의 기업가를 떠받드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 이병철, 정주영 회장처럼 말이다.복지부는 이날 '바이오의약품 및 글로벌 혁신신약에 대한 보험약가 개선안'을 대통령에게 보고 했는데, 기업들이 혁신으로 이룬 성과물에 대해서는 산업계가 그토록 열망해왔던 '약가'로써 보상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혁신신약은 대체 약제 최고가에다 10%를 덧붙여주고,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가의 80%를, 바이오베터(일명 바이오 개량신약)는 오리지널 대비 20%를 인센티브처럼 주기로 했다. 제약업계가 경기를 일으켰던 시중 실거래가 조사 후 1년 단위 약가인하를 2년에 한번으로 완화했다. 요약하자면, R&D하는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이에 앞서 정부는 4월29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 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R&D 세액공제율을 30%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내용 중에는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연구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의미있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신약개발 R&D 세액공제 대상을 종전 임상 1상과 2상에서 , 돈먹는 하마로 불리는 국내 3상시험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글로벌 신약이 되려면 필수적인 해외 3상임상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단 진전은 진전이다. 식약처는 획기적 의약품 지원·허가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고, 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 평가기간을 줄이는 등 경쟁적으로 산업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물개박수'로 응원하고 있다.이 처럼 정부를 춤추게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작년 한미약품의 8조원대 신약 기술수출이다. 특히 임성기라는 남다르고 독특한 기업가가 영업이익이 적자가 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R&D를 멈추지 않고 10년간 1조원 가까운 투자를 했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며 제약바이오산업이 국가 신성장 산업의 기린아로 주목받게 됐다. 최근 110억원을 유치한 모 벤처사 대표는 SNS에 '한미약품이 마련한 전기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진출과 유럽 EMA 허가, 셀트리온의 미 FDA허가,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 미 FDA 허가 등 활발한 굿 뉴스들도 크게 한몫했다.곳곳에 미흡함은 있을지언정, 도전해서 성공하면 보상받을 수 있는 R&D의 선순환의 기초 궤도는 마련됐다. 다만, 이 궤도에 열차를 올리는 일은 기업과 그 기업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기업가들의 몫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가들의 도전으로 혁신의 성과물이 쌓일수록 정부 지원책은 더 늘어나고, 게임의 룰은 도전하는 곳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더욱 견고하게 굳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가치를 중시해온 투자자들 역시 앞으로는 점차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선택을 할 것이다. 기업들이 적자생존하려면 방법은 벤처처럼 아이디어 중심으로, R&D 중심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뿐이다. 이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2016-07-08 06:1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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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해못할 '화상투약기와 상비약 확대' 정책근래들어 정부가 잇따라 발표한 '원격 화상 투약기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등 두 건의 정책은 얼핏 아주 다른 듯 비쳐진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책 시행 후 실질 영행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예상되지만 '소비자들에게 의약품을 권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일맥 상통한다. 해서 '의약품은 안전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보수적 가치를 지나치게 경원시한다는 우려를 피해갈 수 없다.정부는 5월18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신 산업 분야이자, 약국 폐문시간 공백을 24시간 메워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 대안으로 원격 화상투약기를 언급했다. 주무 부인 복지부는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달 29일 관련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액면으로 약사만이, 약국시설의 일부로써 투약기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이어서 약국들에게 특혜라도 안겨준 정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 작동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살구이자 계륵'일 뿐이다.반면 애초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출발했다던 편의점 상비약 확대 정책'은 진출입 및 영업규제 완화를 내걸고 편의점들에게 실질적 이득을 안길 게 확실하다. 두 정책 모두 약국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의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두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 보면 결과적으로 '편의점 판매 상비약 품목 확대' 만이 분명하고도 뚜렷해 진다. 약국 입장에선 어수선한 상황에서 의약품 몇 품목만 편의점에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 셈이다.두 가지 정책이 떠오르고,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면 앞으로도 '안전한 의약품 사용같은 가치'보다,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을 앞세운 다양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걱정된다. 의약품을 편의점으로 옮겨 놓으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상비약 확대는 예약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상비약 확대가 일으킬 경제활성화 효과도 불분명지만, 설령 효과가 있다손쳐도 정부는 지금도 진행중인 가습기 첨가제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100% 안전한 의약품은 세상에 없고, 다만 안전하게 쓰여질 때 약(藥)이 될 따름이다.2016-07-06 12: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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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 사회적 발언권 확대를 위한 두 사례'원격 화상투약기'처럼 사물 인터넷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를 앞세워 약국의 고유 영역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약사 및 약국 고유의 존재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최근의 두 가지 시도가 눈에 띈다. 다시 말해 두 가지 사례는 굳이 약사법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광범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확보해 시민들이 먼저 '화상투약기가 웬말이냐'는 여론이 조성되도록 하는데 필수 요소로 보인다.한 가지 사례는 제 11회 경기약사학술제에서 대상을 받은 논문이다. 김민영 박종필 모연화 홍성광 약사들은 전국에 퍼져있는 '약국 자산'을 기반으로 '처방전 건수 대비 처방감사 후 내역 수정'이 이뤄진 정보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발표했다. 이같은 사례는 약국이 갖고 있는 정보를 어떤 관점에서 취합, 의미있는 정보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이 사회와 정책 개선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다른 사례는 안산시약사들이 경기약사학술제에서 소개한 약국안에 상비약 특별 코너다. 가정상비약도 약사와 상담한 후 약국에서 구매하라는 일종의 실증적 캠페인인데, 이는 의약품은 안전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각성시키기 위한 것이다. 물론 상비약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얼마전 가습기 첨가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일부 약사들이 행동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적극적 발언권 행사로 주목 받았다. 안전에 관한 약사 전문성이 뒷 받침돼 더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약사 사회는 앞으로 전국 2만여개 약국 자산을 바탕으로 국민건강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관한 발언권을 높여 가야 한다. 그러려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경기약사학술제의 사례들처럼 더 많은 연구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는 전문인들이 했던 역할을 기억하고 있다.2016-06-23 12: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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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제약강국 스위스 '넘사벽' 아니다2016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느 때 보다 역동적이다. '카피 산업이다' '제네릭 비즈니스다' '전형적 내수 산업이다'와 같은 갖은 비판과 오명을 한꺼번에 뒤집어 썼던 산업은 이제 국가 경제를 견인할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년 한미약품의 눈부신 8조원대 기술 수출이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한미약품 말고도 바이오벤처나 제약회사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들은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진군에 나섰다. 오늘 당장 누군가 조단위 기술 수출을 한다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정도로 산업은 단단해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을 앞세우던 현재가치 중시 산업 문화 역시 어느 새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투자액을 꼼꼼하게 따지는 '미래가치 중시 문화'로 이동했다. 개별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산업계 내부 체질이 바뀌고 있다.데일리팜이 창간 17주년을 맞아 의약분업 이후 1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R&D 동향을 분석해 보니 산업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었다. 개별 제약회사들의 사업 방향이 연구개발과 글로벌 쪽으로 적잖이 움직이고 있었다. 2000년 의약분업을 모멘텀으로 제네릭 비즈니스가 융성하면서 몸집을 불린 제약산업은 이후 수차례 대대적인 약가인하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서 크게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의약분업 효과에 힘입어 R&D 여력을 닦은 산업계는 상황이 나빠질수록 연구개발(R&D)에 더 투자하며 출구를 모색했다. 실제 2005년과 2015년으로 잘라 비교해보면 매출액 R&D 비율과 금액은 크게 증가했다.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에게 운명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의 2% 남짓한 내수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시장 마저 급격한 인구감소로 쪼그라들고 있다.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라 해도 내수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보장성은 강화되는 상식적 관점에서 봐도 약가인하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쩌면 임계 상황인지도 모른다.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조선산업이 휘청거리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산업이 선진국가와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 발전의 싹이 보인다지만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앞날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추격자 중국이 두렵다"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적잖은 상황이다.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이 운명이자 과업이라면 우리는 제약 강국 스위스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기업도, 정부도 함께 배워야 한다. 스위스는 내수라야 인구 800만명 뿐이다. 그런데도 노바티스, 로슈, 액타비스, 액텔리온, 갈더마 등 세계 50대 제약회사가 5곳이나 된다. 페링, 세르노 같은 곳도 있다. GDP의 5.7%를 제약산업이 차지하고 수출의 30% 가량을 의약품이 담당한다. R&D 세액공제율과 대상 확대 등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스위스 정책을 더 철저하게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스위스 제약산업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내 전문가는 사실상 거의 없다. 아름다운 꽃들이 스위스안에 피었다는 사실을 알거나 피어난 꽃들을 보며 이 나라 정책을 그저 유추할 따름이다.개별 기업들도 한층 더 확고한 신념으로 연구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한미약품이 R&D에 매진한다고 했을 때 8조원대 기술 수출의 성과를 예상한 사람들은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신념으로 자신을 무장한 임성기 회장 뿐이었을 것이다. 매우 바람직한 가치인 R&D를 비판할 수 없어 "잘한다"고 박수를 쳤지만, 진심으로 박수를 친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결국 한미는 성과를 냈다. 1973년 출범한 한미약품이 R&D 깃발을 높이들고 남들과 다른 차별성, 도전과 모험을 일관되게 유지한 결과 40여년만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한미가 했다면 그보다 펀더멘탈이 강한 곳이나, 더 역동적인 바이오벤처 등 다른 기업들이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구 800만 스위스가 했다면 대한민국이 못할 이유 역시 조금도 없다. 정부와 기업이 스위스를 꿈꾸며 '임성기의 신념'으로 가면 스위스를 넘어 제약강국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2016-06-01 06:14:56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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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상 의약품 투약기라고? 참 부질없는 짓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몽롱한 새벽, 섬광처럼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면 이를 놓치지 않겠다고 "잊지말자, 꼭 기억하자" 다짐하며 흐믓한 기분으로 다시 잠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을 대비해 머리 맡에 두었던 공책을 더듬거려 끄적이기도 한다. 균형감각이 살아난 현실로 돌아온 아침, 희망에 부풀어 메모를 보며 상상력을 덧붙이고 따져보다가 거의 대부분 별게 아니어서 실망했던 기억들, 누구나 갖고 있을 지 모른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나 해야할까? 정부가 도입해 보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화상 투약기'를 보면, 그 어느 날 새벽이 떠오른다.지난 3월 국무조정실 신산업투자위원회에 섬광처럼 떠오른 '화상투약기' 아이디어는 의약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떠안아 오는 8월 이를 실현할 근거인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제반 절차를 거쳐 10월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진전됐다. 투자위원회가 던진 '경제적 아이디어'에 복지부가 뼈와 살을 붙이는 작업을 맡게 된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복지부, 정확히 말해 담당 공무원의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상충되는 논리들의 좌충우돌을 교통정리 하느라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으로 신산업투자위원회가 거론한 화상투약기에서 복지부는 국민 안전에 관한 불안한 그림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존재들이 신념을 등지면서 상반되는 논리를 개발하는 일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화상투약기는 신산업일까? 경제적 파급 효과, 한번 따져보자. 화상투약기 한대와 설치비용은 대략 1800만원이다. 정부가 약사관리 아래 둔다 하니 약국의 절반인 1만개 약국이 기기를 구매한다 가정하면 18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다 참여할 때 3600억원 시장까지 커질 수 있다. 지속 성장, 가능한가. 불행히도 여기까지다. 화상투약기라는 말이 설명해 주듯 이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약사들이 상시 근무하는 콜센터는 필수 요소다. 약국이 문 닫는 시간은 야간이니, 밤샘 근무할 약사가 필요한데, 이들의 적정 한달 급여는 얼마나 될까. 근무약사 임금이 대략 500만원인데다 야간근무를 감안하면 더 들 것이다. 한달동안 화상투약기가 얼마만큼 매출을 올려야 근무약사 임금을 주고도 남을까. 기계만 팔고 끝날 공산이 크다.정부가 구상하는 사업이 시장을 형성하며 돌아가려면 동전 넣고 커피를 빼 마시는 유형의 단순 자판기처럼 전국 방방곳곳에 화상투약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투약기 이용 시간도 야간, 공휴일 등에 한정해서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다. 2만개 넘는 약국이 도처에 산재한 상황에서 누가 굳이 밤 늦은 시각 밖에 나가 화면을 보면서까지 의약품을 구입하겠는가. 진통해열제 같은 구급약은 이미 안전상비약이라는 명목으로 약국 만큼 많은 24시간 편의점서 판매하고 있다. 이건 어떤가. 비오는 날, 바람불고 꽁꽁 언날 화상투약기 앞에 서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시라. 이런 날씨에 자판기는 의약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경제적 파급효과는 불투명한데 비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 등 화상투약기가 몰고 올 부정적 전망들은 너무도 빠르고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토록 의약품 자판기에 집착할까. 약사와 환자가 만나는 '대면의 판매의 원칙'을 무너뜨려가면서 '약 권하는 사회'를 정부가 앞장서 조성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화상 만남도 대면이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는 현 시스템엔 문제가 없다. 해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경험한 정부의 안전의식이 여전히 안일해 보이는 이유다. 해없는 단순 도우미로 여겼던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의약품에서는 왜 보지 못할까. 의약품 사용설명서를 보라. 효능이 한 두줄, 주의사항이 10줄이 넘는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사과할 줄 모르른 옥시를 적극 압박한 것도 약국, 약사들이다. 사회적 편익이라고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는 화상투약기는 시작도 않는 게 진정으로 남기는 길이다.2016-05-28 06:1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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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자와 약국, 제약사 그대들의 도구 아니다자신들이 생산했거나, 수입해 유통시킨 의약품에 대해 올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제약회사들의 당연한 책무지만, 현장에선 이를 무시하는 정황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사와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을 정도로 포장이 변경되거나, 모양과 색깔이 바뀌었는데도 가타부타 않고 버젓이 유통시키는 제약회사들이 적지 않다.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고나서야 지역 책임자들이 약국을 찾아 연신 사과하는 촌극은 장기 공연 중이다.가까운 예로 최근 한 제약사는 소염제 캡슐의 크기를 종전 대비 절반 가량 줄인 캡슐제를 변경 생산, 유통하면서도 약국이나 소비자가 이를 '정상 범위의 조치'라는 사실을 알도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급기야 약사가 환자를 세워두고, 제약사에게 문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더 한심한 것은 회사 콜센터 직원조차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품절 정보를 쉬쉬하는 제약사들의 태도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의약품이 신뢰의 바탕 위에 있지 못 할때 그것들은 한낱잡동사니에 불과할 것이다.제약사들이 정보 제공을 꺼리는 이유는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듯 돈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발생되면 그 때 임시방편 해결해도 될 일에 처음부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이 결과로 약국들은 매일 제약사를 대신해 현장에서 소비자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약국도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최근들어 안전에 더 민감해진 소비자도 화가나는 사안이다.분명하게 말하지만, 제약회사가 생산, 유통된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제약사의 책무지 '배려'가 아니다.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따라서 정보 제공에 투자하는 것은 헛돈 쓰거나 헛심 쓰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낳아 양육하듯, 의약품을 출시한 제약사들은 육약(育藥)과 용약(用藥)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와 약국은 제약사 그대들의 이윤창출 도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2016-05-25 12:02: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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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약 27개, R&D 결실…제약, 자긍심 갖자에스케이케미칼이 1999년 7월15일 국내 처음으로 항암제 신약을 허가받은 이래, 한미약품이 올해 5월13일 폐암치료제를 신약으로 내놓기까지 국내 제약회사들은 17년동안 모두 27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쾌거를 거뒀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될 당시만해도 "대한민국 제약산업에 조종이 울렸다" "우리가 과연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던 우려와 회의가 지배했으나, 이젠 거침없이 글로벌 신약과 진출을 이야기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한 환경에서 나름 분수에 맞게 형편대로 연구개발(R&D)의 끈을 놓지 않은 눈물나는 노력의 성과물들이다. 국내 신약은 상업적 성과가 미약했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저평가를 받았고, 이로인해 후속 국산 신약들도 연쇄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던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이 신약개발 초창기 자국 제약사들의 신약을 애지중지하며 시장에서 키워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아쉬운 17년이긴하다. 그러는 중에도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 개발의 능력과 품질은 꾸준히 진화해 왔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시장이 넓은 영역에서 신약이 개발됐는가하면, 동아에스티 시벡스토로나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처럼 기술 수출돼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품목이 신약으로 나왔다. 이들 품목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약의 지위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들이다.국내 제약회사들의 꾸준한 R&D 투자와 노력은 최근 국내 산업의 현실을 보면 더욱 돋보인다. 한 때 나라경제를 주도한다고 박수를 받고, 실제 많은 이윤을 남겼던 조선산업이 휘청거리고, 앞으로 자동차산업 등 그간 국가경제를 견인해 온 산업들이 중국 등과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있다는 암울한 현실에서보면 제약산업이 그나마 나라경제의 미래에 한줄기 빛 노릇을 하고 있다. 미약했지만 꾸준했던 제약사들의 R&D는 이제 기술축적 효과 단계에 접어들어 세계 빅파마들이 주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 모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17년 결실을 축하하면서, 제약 강국 대한민국을 꿈꿔 보자.2016-05-17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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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베이트 의심사 공개하는 불상사 없어야한국제약협회 이사회가 26일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종전 불공정거래 의심기업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추출한 다양한 불법 리베이트 유형을 회람했다. 회사와 관련 의료기관 명을 제외한 채 회람된 자료는 그 자리에서 회수해 외부 유출을 막았다. 이번 불법 유형 회람의 목적은 간명하다. '많은 눈이 또렷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 회사가 하는 일을 알고 있으니 더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일 것이다.제약협회는 불법 유형 회람은 이번이 끝이며, 다음 번 6월 이사회에서는 다수가 지목하는 2개 혹은 3개 제약회사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명단 공개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제약협회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방치하다가는 모처럼 정부와 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노심초사 때문이다.불법 리베이트와 산업발전은 공생할 수 없는 사이다. 특히 거의 모든 국민이 보험 가입자인 환경에서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리베이트는 용납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제약산업에겐 또다시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부디 이번 불법 유형 회람이 리베이트와 단절하는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6월 이사회까지 개선되지 않아 끝내 명단이 공개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이것이야 말로 제약산업이 스스로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2016-04-27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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