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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멸시효제도 관련 판례 소개"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한 말로 유명한 법언 중에 하나이다. 일정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 효과를 발생하게 된다.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일정기간 동안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제도로 법적 안정성의 확보,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 행사 태반에 대한 제재라는 측면에서 그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고 함) 제91조는 민법 제162조 이하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에 대한 특칙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일정한 권리에 대해 3년의 단기소멸시효 대상이 되는 권리 및 시효중단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에서는 같은 법에서 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상 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법에서는 '보험급여 비용을 받을 권리'는 3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법 제91조 제1항 제4호) 위 시효는 보험급여 또는 보험급여의 청구가 있는 경우 중단되며(법 제91조 제2항), 소멸시효기간 및 시효 중단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법 제91조제3항)하고 있는 한편, 법 제47조 제1항 후문은 요양기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 도과 후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이행 의무과 관련된 판결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안에서 소멸시효 제도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소멸시효 완성과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 등이 쟁점이 된 최근 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개설명의자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이라고 함)은 원고에게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제4조 제2항 위반을 이유로 하여 원고가 청구한 이 사건 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중 미지급분의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종전 지급거부처분'이람 함)을 하였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근거하여 2012. 8. 24. 부터 2013. 12. 10. 까지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처분(이하 '종전 환수처분'이라 함)을 하였다. 이 중 종전 지급거부처분은 원고와 공단의 소송계속 중에 직권 취소된 사실이 있고 원고는 공단을 상대로 종전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하여 원고의 위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2019. 5. 3. 확정되었다. 2013. 12. 26.부터 2014. 1. 22.까지의 진료로 인한 미청구 요양급여비용 (이하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이라 함)에 대하여 원고는 2020. 1. 22.부터 2020. 2. 4. 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라고 함) 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심평원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위 심사청구를 반송처리(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함) 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공단으로부터 종전 지급거부처분과 종전 환수처분을 받았고 관련 소송이 장기간 계속되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가 추가적으로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였으며, 관련 소송 계속 중에 공단이 종전 지급거부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지급거부 중이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을 포함한 전체 요양급여비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이므로 심평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소멸시효 이익 포기에 반하여 위법함을 주장하였다. 한편, 소멸시효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하여 기존에 법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한 바 있다. 1심 법원은 위 대법원 2008. 9. 19.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이 사건이 다르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1심 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에서 요양급여청구권과 휴업급여청구권이 별개의 청구권으로 소멸시효가 각각 진행하기는 하지만, 요양급여청구권과 관련된 소송의 재판에 장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는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는 사실상 근로자의 휴업급여청구권 발생의 전제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점을 들어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 원고가 곧바로 휴업급여를 청구하였다면 근로복지공단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종전 지급거부처분과 관련된 소송의 재판에 장기간이 소요되어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였고,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종전 지급거부처분의 적법 여부가 사실상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청구권 행사의 전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법원과는 달리 이 사건 항소심 법원은 공단의 직권 취소의 대상인 요양급여비용은 2013. 6.부터 2013. 12. 27.까지의 진료에 대한 것이고,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은 2013. 12. 26.부터 2014. 1. 22.까지의 진료에 대한 것이므로 요양급여기간 및 이에 대한 처분이 달라 별개인 점(종전 지급거부처분의 요양급여기간과 이 사건 요양급여기간이 외형상 일부 중복되는 것처럼 보이나, 중복되는 기간 발생한 진료비용을 나누어 청구하여 실제 요양급여비용비용이 중복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함)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공단과 심평원이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021. 12. 16.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이 사건 항소심 법원은 ⅰ)종전 지급거부처분 및 종전 환수처분의 대상인 요양급여비용와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은 진료기간이 다르고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 건별로 심사를 하게 되므로, 심사대상이 별개이고 동일하지 않으며, 요양급여기간을 달리하여 별개로 심사할 경우 동일한 요양기관의 요양급여청구라도 사정에 따라서는 심사의 결론을 달리할 수 있고, 반드시 동일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자기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ⅱ)원고가 종전 지급거부처분 및 종전 환수처분 관련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이라도 이로 인해 원고가 심평원을 상대로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를 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ⅲ)심평원과 공단은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독립된 기관이고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와 같은 사항은 어느 일방의 판단에 기속되는 관계에 있지 않고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하여 각각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심평원이 요양급여비용이 적정하다고 심사하더라도 공단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절 할 수 있는 점 등 공단과의 종전 관련 소송의 진행이 심평원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가 객관적으로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 심사청구를 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ⅳ)원고가 소멸시효 완성 시점 이전에 심평원에게 심사청구를 하지 않았고 심평원은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시점 이전에 원고에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고,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없는 점, ⅴ)법 시행규칙 제20조 제4항에 근거한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보건복지부 고시) 및 「요양급여비용 청구방법, 심사청구서·명세서서식 및 작성요령」(보건복지부 고시) 등의 규정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평원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요양기관의 심사청구를 반송(거부)하는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점을 종합하여 원고가 객관적으로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 관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평원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심 법원은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8. 9. 19.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하여 항소심 법원은, 위 판결은 근로자가 입은 부상이나 질병의 사고가 동일하고 급여의 지급주체가 근로복지공단으로 동일하며 요양급여 신청의 승인 여부 및 휴업급여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차례로 결정되어 요양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가 사실상 근로자의 휴업급여청구권 발생의 전제가 되는 밀접한 결련관계가 있었던 사안으로서, 요양급여의 대상을 달리하고 심평원과 공단으로 주체를 달리하며 심사청구건마다 별개의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하여 사실상 전제가 될 정도로 밀접한 견련관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종합해본다면, 근로자가 입은 부상이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요양급여의 신청의 승인, 휴업급여청구권의 발생 여부가 차례로 결정되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처분의 적법 여부가 사실상 근로자의 휴업급여청구권 발생에 전제가 되므로 근로자가 요양불승인에 대한 취소소송의 판결확정시까지 근로복지공단에 휴업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위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인 것이다. 심평원과 공단은 고유 업무를 가진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독립기관으로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와 같은 사항이 어느 일방의 판단에 기속되는 관계에 있지 아니하고 각자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하는 점을 고려해보건대 위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같이 소멸시효 완성에 대하여 밀접한 견련관계를 성립하기 힘들다고 보여진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은 요양불승인처분의 적법 여부의 판단이 휴업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 사유가 되는 예외적인 사실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 사건 판결은 소멸 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소멸시효 규정을 둔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기존 법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원고가 종전 관련 소송을 이유로 심평원이나 공단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한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면, 종전 관련 소송 제기 전후 시기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권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의미를 상실하여 소멸시효 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이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취지의 이 사건 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생각건대 법적 안정성의 확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를 상기해 본다면 건강보험제도 상의 법률관계를 조속하게 확정하는 것은 나아가 건보재정의 안정화에 이바지 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부디 국민건강보험법이 보호하고 있는 여러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되지 않도록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관하여 단기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입법취지 및 위 최근의 판결 등을 고려하여, 향후 공단과의 소송 진행 중이더라도 소멸시효 완성이 되지 않도록 기간 안에 요양급여비용 심사 청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할 것이다.2022-02-21 14:46:48데일리팜 -
[칼럼] 희귀약 접근성, 공공보건정책 우선순위 돼야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 수 2만명 이하, 인구 10만명 당 4.25명 이내의 유병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방법과 치료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 세계에 등록된 희귀질환은 대략 7000여 가지이며 매년 250개 가량의 새로운 희귀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는 희귀질환의 시장규모가 작고 임상시험 등 경제성이 떨어짐에 따라 전통적인 제약기업들의 투자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1983년 미국에서 판매독점권을 포함한 여러 혜택을 부여하는 희귀의약품법(The Orphan Drug Act)이 발효되는 등 선진국들에서 보건정책의 우선순위로 희귀의약품의 개발지원정책이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2015년 ‘희귀질환 관리법’이 발효되어 희귀질환자들의 치료 및 삶의 질 개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각 국의 투자 및 지원에 힘입어 희귀의약품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11.3%의 추세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처방의약품의 글로벌 시장성장률은 5.3%) 2024년에는 전 세계 처방약 매출액의 1/5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항암제 등을 위시하여 바이오의약품과 첨단의약품 등이 그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희귀의약품 개발 이후 추가적인 적응증 확장을 통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 의약품 개발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국내외 희귀의약품 시장 및 연구개발 현황 분석, 곽수진 정순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9) 이렇듯 희귀의약품 시장이 의약품 개발의 큰 흐름을 이루게 되면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최선의 대안들이 나타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가격이다.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데다가 희귀의약품 개발정책에 힘입어 독점권 등이 보장되다 보니 가격형성대가 고가인 것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닌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수 억원 대의 초고가약 ‘킴리아’ 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킴리아는 지난 달 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기준확대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보험등재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지만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킴리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가약들은 그 가격으로 인하여 보험 등재에 이르기까지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힘겨운 호소를 전제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의 목적은 환자들의 치료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치료라는 대의명제가 저해되는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보건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희귀의약품 시장에 있어 저해요인은 비용과 시간이다. 신속심사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보험등재까지의 단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희귀질환자 및 중증질환자의 심사기구를 따로 두고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재원이 과감히 투입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건보재정지출에 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여 기업들과의 재원분담 등 부수적으로 제도적인 보완책들도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혹은 초기에 환자들의 본인부담율을 조정하여 건강보험재원의 부담을 줄이고 여건에 맞춰 공단의 부담률을 높혀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산업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는 희귀의약품 개발 및 지원책과 함께 그 대상이 되는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국가가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희귀의약품의 내수시장 확대는 국내 제약사들의 희귀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기본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희귀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확보가 공공보건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2022-02-08 08:12:58데일리팜 -
[칼럼] 호르몬 보충요법과 남성건강[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어느 날, 40대 부부가 같이 찾아왔다. 우선 부부가 같이 오면 서로 대화가 잘 되는 상태이므로 우선 호감이 간다. 무슨 문제이든 두 사람이 서로 상의하고 돕고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오셨나요?” “남편 건강 체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부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글쎄요. 바쁘게 일하다 보니 피곤함을 많이 느껴서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중장비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남편에 대한 기본검사를 지시하고 남편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인과 마주 앉았다. “남편과 처음 어떻게 만나셨나요?” “엄마의 소개로 3번 만나보고 성실한 것 같아서 손도 한번 안 잡아보고 결혼했어요. 남편은 아주 성실하고 착해요. 겨우 아들 하나 낳아 지금 8살이에요.” “부부 생활에 문제가 있나요?” “남편은 일 밖에 모르고 부부 생활은 거의 못해요. 관계를 하려면 긴장해서인지 식은땀만 흘려요. 저는 이혼까지도 생각을 해보았는데, 남편이 너무 착하고 불쌍해서…” 갑자기 부인은 울음을 터트린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기만의 고민을 털어 놓으니 감정이 복받친 것이다. “너무 걱정 마세요. 우선 정밀검사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검사결과를 보니 소변에 현미경적 혈뇨가 나타난다. 신장 초음파검사를 하니 신장에 3cm정도의 물혹이 보인다. 또한 방광내시경검사를 하니 방광에 이상은 없고 전립선비대증 초기증세를 나타낸다. 발기초음파검사에서 음경 해면체에 섬유화된 결절들이 많이 보인다. 벌써 동맥경화증의 모양이 음경 해면체에 나타나고 있다. 혈류검사에서 피가 잘 들어가지 못하는 동맥성 혈류장애로 나타난다. 단단한 발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호르몬검사에서는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상범위였으나, 실제 역할을 하는 유리남성 테스토스테론 양이 정상에 못 미치게 나타난다.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호르몬의 활성도를 정확하게 나타내지는 못한다.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은 혈중에서 타 물질과 결합하여 쉽게 이용되기는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호르몬에 잘 결합되는 글로불린이 증가되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되면 이렇게 실제 일을 하는 유리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우리 몸의 각 조직세포에 침투하여 근육강화, 성기능강화, 정신활력 등은 모두 유리 남성호르몬의 역할이다. 전체 남성호르몬의 2-3% 밖에 안 되는 유리형이 실제 효력을 나타내는 남성호르몬이다. 그러므로 중년 이후 이상적인 호르몬균형을 유지하려면 체중조절로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비만해지면 테스토스테론은 감소되고 에스트로겐은 더 늘어나서 유리남성호르몬은 더 떨어지게 된다. 아직 48세의 젊은 나이의 남편은 벌써 남성 갱년기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하는게 있나요?” “운전하느라 바빠서 거의 못해요. 집에 와서는 피곤해서 눕자 마자 골아 떨어지지요. 깨어나서 시간만 되면 가족 먹여 살리려고 일하러 나갑니다.” “술, 담배는 안하시나요?” “담배는 안하고 술도 거의 안합니다.” “아주 성실한 가장이시군요. 운전하는게 상당한 스트레스이지요. 운전하는 도중에 조금씩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하루종일 스트레스에 쌓이고 운동부족이니 벌써 갱년기증세가 시작되네요.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을 해야 해요. 그리고 우선 약물로 치료를 하면 호전될 수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생활습관이 중요해요. 조금 여유를 갖고 두분이 같이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우선 남편에게 남성호르몬 보충요법과 약물요법, 운동요법을 권하며 한달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2-01-19 07:55:55노병철 -
팽창형 보형물 삽입술의 일석이조[데일리팜=노병철 기자] 56세 C씨, 5년 전에 우연히 검진에서 전립선 특이항원(psa)수치가 12로 높게 나왔다고 통보를 받았다. 암이 의심되나 비대증이나 염증이 있어도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하여 우선 염증과 과비대증에 대한 약물 치료를 3개월 동안 받았다. 그후 다시 검사해도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조직검사를 권해서 받아보니 글리아슨 스코어 7의 악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됐다. 전이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뼈 동위원소 검사에서 암전이 소견은 없었고, 암 전문 의사와 상담하게 되었다. “초기암이니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받는게 좋겠습니다.” “저는 아무 증세가 없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꼭 수술을 받아야 하나요? 수술 안하고 다른 치료법은 없을까요?” “글쎄요. 전립선 암은 비교적 순하게 천천히 진행되므로 수술하지 않고 적극적 관찰요법으로 psa수치를 철저히 관찰하면서 두고 보는 방법을 권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질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생존율에도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설입니다. 그러나 한번뿐인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실 수 있겠습니까? 수술시기를 놓치면 완치는 어렵고 나중엔 증세에 따른 보조적인 치료만 받는 것입니다.” “수술받으면 남성기능이 다 망가지고 기저귀를 차야 한다고 하던데요?” “예. 그 두 문제가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합병증이지요. 최근 로봇 수술로 정밀하게 성신경과 혈관들을 잘 보존시키고 있어 발기 기능을 최대한 보존시킵니다. 처음엔 요실금이 생기기도 하나 대부분 일년 이내에 소실됩니다.” 고민하며 망설이던 C씨는 가족과 상의를 하고 수술받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하여 유명 대학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C씨는 수술 후 원치 않는 요실금이 생겨 기저귀를 차야 했다. 또 남성도 전혀 신호가 안 오고 반응이 없다. 오직 암에서 완치됐다는 것만으로 위안& 51014; 삼았다. 이렇게 말 못할 고민이 5년이나 계속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필자의 본 칼럼을 접하게 된 C씨는 필자를 찾아왔다. C씨는 팽창형 보형물 삽입수술을 받게 됐다. 국소마취로 삽입 수술을 끝내고 2시간 만에 요도 카테터를 제거하고 바로 걸어보라고 했다. 요실금이 나타나지 않자 환자는 놀라는 표정이다. “아직 수술 후라 요도 주위가 부어서 요실금이 잠시 없어진 것입니다. 부기가 가라앉으면 요실금이 다시 나타날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곳을 팽창시켜 요도 내압을 올려주면 요실금이 치료됩니다.” “그런데 발기 상태라 불편하지 않겠어요?” “아니요. 요실금이 좋아지니 기분이 좋고 또한 남성이 살아나니 제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꼭 필요할 때는 이렇게 팽창시켜 놓으시고 집에서 쉴 때나 주무실 때는 풀어놓으시면 됩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확인한 C 씨, 이제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서울 성공의원)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12-21 08:55:47노병철 -
[칼럼] Large Simple 코로나19 임상시험12월 14일 기준, 지난 1주일 일일 평균 66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민의 80% 이상이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지만 코로나19 발생율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연말 연초가 되면 하루 만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고도 한다. 일본은 왜 또는 대만은 어떻게 코로나19를 관리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고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지만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정부가 무엇인지를 하겠지 하면서 막연하게 기다릴 수도 없다. 불행하게 우리 정부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MSD의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또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Paxlovid)만 쳐다볼 수도 없다. 국내에서 식약처의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의약품과 백신 임상시험이 37건이다. 지난 4월 13건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그러나 환자모집을 못해 임상시험이 중단되거나 진행이 되지를 못하고 있다. MSD는 연초 국내에서 몰누피라비르 임상시험을 철회했고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하루에 확진자가 7000명 발생하는데 환자 모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원격의료, 원격약물배송, 원격임상시험을 허가한다면 오늘부터 2개월이면 치료임상시험을 마치고 결과에 따라 환자들에게 약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루 속히 임상시험을 마치고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데 심각한 장애물이 있다. 죽어가는 코로나19 환자와 코로나19로 마비되는 대한민국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집단과 관료집단이 코로나19 의약품 임상시험을 가로 막고 있다. 바로 식약처와 약사집단 그리고 의사집단이다. 하루에 지난 1주일간 일일평균 6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하는 긴급 상황에서 의사들은 오진이 우려되기 때문에 대면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약사집단은 약물의 오남용을 이유로 환자에게 임상시험 의약품 직배송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식약처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코로나19에 신음하는 환자들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원격임상시험이 안 되는 이유만 찾고 있다. 세계 52개국이 참여하는 WHO의 solidarity 임상시험은 원격으로 임상시험을 한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임상시험은 2개월 만에 끝났다. 모두 원격임상시험이다. 현재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이 승인된 의약품 대부분은 이미 다른 적응증에 승인된 의약품이고 코로나19를 새로운 적응증으로 추가하는 임상시험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만을 강조한다. 그래서 원격임상시험은 승인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식약처는 임상시험 중에 만약 희생자가 나타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이미 다른 적응증으로 승인된 의약품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무능한 식약처는 코로나19 의약품 임상시험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나 같다. 필자는 large simple 원격임상시험을 제안한다. 죽어가는 환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식약처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다. 식약처에 부화뇌동하는 이익단체들도 쌍수를 들고 반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적인 양심을 걸고 임상시험 전문가로서 다음을 건의한다. 국내 유수 의과대학 감염 전문의 4~5명이 현재 식약처의 임상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의약품 후보물질 3~5개를 선정한다. 시간이 촉박하니 블라인드(blind)는 불가능하다. 대조군은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환자와 가족이 될 것이다. WHO의 Solidarity Plus 임상시험도 공개 임상시험(open trial)이고 no treatment 대조군을 둔다. 참가조건은 PCR 검사에 의해 확진된 코로나19 환자와 가족이다. 임상시험 참여 조건이 맞는지 여부와 시험 약물에 부작용 가능성 여부는 문진으로 진단한다. 의약품 5개가 선정되었다고 가정하자. 스터디 본부에서는 환자와 동거하는 가족을 하나의 유닛(unit)으로 하여 비대면 플랫폼으로 면담하고 환자와 임상시험 참여에 동의하는 가족은 원격으로 등록하고 동의서를 원격으로 전자 서명한다.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약물은 가족단위로 무작위배정(randomize)하여 택배로 임상시험 의약품이 배송된다. 배송되는 의약품과 더불어 체온 측정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되고 의약품 복용법 등이 포함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병원은 1~2개면 충분할 것이다. 5,000~10,000 PCR 양성 확진자와 가족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RO가 Coordinating Center를 하고 데이터 센터를 선정하여 모든 데이터는 참여자가 직접 휴대폰으로 입력하면 될 것이다. 이미 이런 기술을 갖고 있는 IT 전문회사가 있다. 3주(週)면 스터디 세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세부사항들이 있다. 이는 스터디 집단이 만들어지면 단기간에 준비가 될 것이다. 펀딩은 임상시험과 관련 없는 개인이나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가능할 것이다. 정부에게는 바라지도 않고 간섭만 하려 할 것이니 정부의 지원은 원치 않는다. 큰 돈 들지 않을 것이다. 임상시험은 적응적 임상시험 설계(adaptive design) 방법을 쓸 것이고 필자가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를 할 것이다. 정부는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2021-12-18 06:03:07데일리팜 -
[칼럼] 방문약료 거점약국 사례로 본 약배송 논란지난 2019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시작했던 거점약국을 통한 방문약료는 뇌전증 등의 치료제 에피디올렉스로부터 기안되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해외 의약품 에피디올렉스의 안전한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공급기간과 협소한 적용범위, 보험등재 여부 등 에페디올렉스에 대한 사회적인 주목도가 높은 터였고 대체로 중증환자분들이 그 적용대상인 데다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해외 대마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센터로서는 특히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마의약품 전주기 관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였었다. 이에 해당 의약품의 보험등재에 관한 기본업무에 돌입하는 한편 신속공급체계로 기존 시스템을 재개편하여 공급기간을 기존의 3개월에서 2주 안에 처리하도록 단축하였고, 각 단계마다 전문인력들을 배치하는 한편 마약류 취급에 적정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 다음 단계의 핵심은 ‘센터에서 환자까지의 의약품 전달체계를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가’였다. 당시 센터의 의약품 공급은 환자들의 직접방문이 기본원칙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대상 환자분들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이거나 소아환자가 많았던 탓에 직접방문의 기본칙은 환자들로서는 무리수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유권해석을 거쳐 일정한 증명서를 제출하면 환자 가족들이나 간병인이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수령방식을 확대하였다. 그럼에도 센터는 서울의 한 곳에만 자리하고 있었고 지리적인 접근성의 불편함은 특히 지방의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나 소요시간 등에 있어 큰 부담이었다. 그에 따라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자 대안으로 제시하였던 것이 거점약국을 통한 의약품 전달이었다. 대마의약품은 그 취급과 복약 형태에 있어 많은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다. 그와 같은 특성상 해당약국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전국의 각 권역에서 해당조건에 충족되는 약국들을 선정하였고, 담당약사 분들에게 직간접적인 교육과 복약지도 시연 등 여러 단계의 파트너 교육을 거치도록 하였다. 센터의 담당약사들과 지역의 거점약국 약사들의 복약지도와 취급 행태를 표준화 함으로써 지역에 상관없이 안전하게 설계된 표준화된 경로로 의약품이 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보건의료체계에서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심축의 하나인 약사들의 전문성이 공적기관과 연대하여 효율적으로 기능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공급기간은 더 단축되었고 동시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거점약국을 통해 의약품이 전달된 이후에도 센터에서 환자들을 직접 모니터링 하며 복약순응도 또한 더욱 높혀 나갔다. 그럼에도 거점약국에서조차 환자본인이나 가족들, 간병인의 수령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산과 인력이 현격히 부족한 상황 속에서 악전고투 하듯 방문약료를 시행했던 것은 그와 같은 상황을 지나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약품으로 생명을 살리고 보다 건강한 삶의 질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센터의 기본 이념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약사와 관리직원을 2인1조로 배치하여 전국의 어느 곳이든 방문하도록 하였고 이해도가 떨어지기 쉬운 중증 환자분들이 적확하게 의약품 복용을 할 수 있도록 전담약사가 철저한 복약지도를 실시하였다. 언어조차 원할치 않은 환자분들이 약사의 손을 잡고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약사들도 직원들도 힘겨운 상황을 보람으로 소명으로 지켜냈다. 의약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약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신참내기 약사들의 사후 보고는 그것이 방문약료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추후 진행된 평가 및 환자만족도 조사결과는 방문약료에 대한 만족도가 단연코 높았고 거점 약국이 그 다음의 순이었다. 위의 사례를 본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재택치료 환자의 코로나치료제 전달방식에 대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의 관점에서 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환자투약단계에서 누가 의약품을 직접적으로 취급해야 하는가? 어떤 경로로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적정한가? 특히 코로나와 같은 재난적 사태에서. 그리고 각각의 경로에서 어떤 형태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것인가? 의 담론이 그것이다. 의약품은 특히 환자투약단계에서 약사들을 통한 복약지도와 의약품을 취급함에 따른 정밀함이 필수적이다. 센터 직접방문이외에 거점약국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던 것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거점약국 약사들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에 기대어 적확한 의약품 공급과 복약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었다. 취급이 까다로운 대마의약품이었고 열악한 예산에 충분한 지원도 쉽지 않았으나 거점약국 약사들 전체가 직능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기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었다. 거점약국이 성공적인 대안으로 평가 받았던 주된 요인 중 하나였다. 이렇듯 직접적인 방문, 대리수령, 거점약국, 그리고 방문약료까지 수령방식의 선택지를 늘렸음에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경계가 강화됨과 동시에 환자들도 대면을 꺼리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센터의 약사들이나 직원들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거듭되어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관련부처의 해석을 거쳐 그에 대비하기로 하였다. 의약품 전용의 특수용기를 따로 준비하여 경로를 재설계하기로 하고 사전 준비를 세밀하게 진행하였다. 사후 모니터링 또한 더욱 정밀하게 실시하도록 하고 복약순응도가 저하되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하여 복약지도 및 확인작업을 시행하였다. 이는 지역사회의 약국들과 전문인력들이 포진한 공공보건의료의 체계에서 감당되지 않는 말 그대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의약품 안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고도로 정밀한 설계를 거쳐 제한적으로 시행되었다. 의약품 안전성과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작금의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및 재난 시 환자들에게 어떻게 의약품을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는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적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넘는 경우 대안 없이 원칙만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편의성에 기대어 단순하게 풀려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향후 닥쳐올 수 있는 재난상황에 적용될 매뉴얼로서 지속적으로 기능하게 될 뿐 아니라 보건의료의 왜곡된 산업화를 조장하는 잘못된 시그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도된 바처럼 처음부터 ‘일정한 비용으로 도매상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약 배송을 할 수 있다’라는 전제는 환자 투약단계에서 확보되어야 하는 의약품의 사회적 기능과 안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급속도로 발달하는 산업기술에 힘입어 드론으로 약을 전달하는 청사진까지 제시되곤 하는 시대이다.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은 각 직능의 전문성에 산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되어 앞으로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체계 및 전달방식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향성에 있어서도 핵심은, 단순한 의약품 전달의 편의성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문명에 기대어 더욱 안전하고 전문적인 의약품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권과 환자들의 생명권을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2021-12-02 23:43:12데일리팜 -
[칼럼] 약가인하 환수법, 소송권 침해 아닌가제약사는 관행적으로 정부의 약가인하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처분의 효력을 선고일까지 정지시켜 약가를 유지하는 소송 전략을 사용해 왔다. 최근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러한 제약사의 소송 전략을 무력화시켜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막자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요지는 제약사 등이 신청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으나 본안에서 패소하면 그 기간 동안 지급된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할 수 있게 하고, 승소한 경우 제약사 등에게 발생한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제약사 등이 소송을 할 수 없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특히 리베이트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일반 행정소송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인하되지 않은 약가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가 패소하면 그 금액을 일시 또는 분할로 징수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경영의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푼돈으로 받았다가 목돈으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은 금액의 약가인하처분은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조치에 분통을 터트리는 의사들이 그 금액이 적으면 귀찮아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는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절대가치는 아닌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악법이 하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통해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사무장병원이라고 확인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물론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보류된 요양급여비용에 이자를 더하여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다. 현실은 지루한 재판과정에서 요양급여비용을 받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자금문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병원이 망한 후에 돈을 줘봐야 뭐하나. 의료진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실직하게 되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개정안과 유사하지 않은가. 무죄추정의 원칙은 차치하더라도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사고다. 우리 헌법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식의 입법은 제약사 등의 소송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처분의 효력 또는 집행정지는 전적으로 법원이 결정하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 집행정지의 인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제약사 등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공공복리-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입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2021-11-26 06:13:48데일리팜 -
[칼럼] "진료는 의사, 약료는 약사"지난 칼럼에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코닥필름의 영광이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바닥으로 추락해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된 필름 산업 현주소를 공유하면서 이 케이스가 약사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없는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 12월 하버드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잡지 중 하나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헬스케어 디지털전환 환경에 코비드 팬더믹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제목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 공급자 중심 양적서비스를 통한 소비자(환자) 케어가 환자 중심 맞춤형케어로 변화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즉, 기술과 인터넷 융합은 헬스케어 공급자로 하여금 환자가 원하는 형태와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소비자 가치중심케어’ 환경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 진단했다. 여러분은 지난 수십년 간 보아온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독자 마다 해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이라는 제품(물질)을 취급하고 전달하는 역할로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문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코닥필름의 사례, 4차산업혁명, 최근의 팬더믹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일관된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변화(change)’다. 그러면 약사(pharmacist, 藥師)업무인 약사(藥事)에 대한 사회적 정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 약제사규칙에 ‘약제사는 약국을 개설하고 약재의 진위를 판별하고 조제에 능숙한 자를 말한다’로 돼 있었다. 일본의 법이 준용되던 일제시대를 거쳐 1953년도에 약사(藥事)에 대한 정의가 법률로서 제정돼 현재 ‘약사(藥事)’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鑑定)·보관·수입·판매[수여(授與)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그 밖의 약학 기술에 관련된 사항으로 정의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른 약사의 업무는 초기 의약품 조제 및 투약에서 약물치료의 최적화를 위한 모든 행위(의약품 품질관리, 투약, 환자교육, 환자상담, 지역사회 서비스등)로 확대됐다. 미국플로리다 약학대학 교수인 Hepler and Strand 교수는 1990년도에 발표한 ‘약료에 있어서 기회와 책임 (Opportunities and responsibilities in pharmaceutical care)’이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약료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약사의 직접적이며 책임있는 약물관련 보살핌(케어)를 제공하는 것(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medication-related care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definite outcomes that improve a patient’s quality of life)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그 후 수 십년 동안 약사사회뿐만 아니라 많은 건강관련종사자(Healthcare provider) 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 미국 병원 및 기타 의료환경에서 근무하는 약사를 대표하는 조직이고, 보통 한국에선 미국병원약사회로 칭하는 ‘ASHP(American Society of Health-System Pharmacists.)는 약료의 정의를 구분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약물관련(medication related)서비스란 단지 약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 맞춤 약물투여를 위해 적절한 약물선택, 용법, 용량, 투여경로, 약물모니터링, 관련약물정보, 환자상담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또한 보살핌(Care)이란 다른 건강관련종사자들이 제공하는 의료, 간호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약료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의약품의 적절한 투약 및 모니터링을 위한 전문가들과 소통 및 팀 활동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 well-being을 위한 맞춤형 상담등 포괄적 활동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약료서비스 정의에서 결과(Outcome)는 질병치료, 증상경감 또는 제거, 질병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정지, 질병이나 증상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듯 약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어야 한다. 즉 증상이나 질환에 맞는 약물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효능 효과가 맞지않는 약물이 사용된 것은 없는지, 복약순응도에 문제는 없는지, 용법 용량에 맞게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물상호작용이나 부작용 문제는 없는지 등 약물관련문제점을 파악해야 약료서비스 정의에 부합하는 약사 업무를 할 수 있다. 또 환자, 보호자 및 다른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이러한 활동이 적절하게 논의되고 전달돼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정확한 약물선택이나 용법용량등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지식뿐만 아니라 약사의 업무환경 또한 최대한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는 의사, 약사, 간호사 등 건강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환자 및 일반소비자가 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부적절한 약물사용 또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예방이 가능한 사고인 '의약품사용과오(Medication Error)'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며 약료서비스에서 요구하는 필수 기능 중 하나다. 참고로 2016년에 발행된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연간 12%의 환자가 의약품사용과오에 노출됐으며 75세 이상에선 38%, 5개 이상 약물을 투여 받는 환자의 경우 30%까지 그 수치가 증가했다. 또 처방전 중 5%에서 에러가 발생했다. 또한 이러한 의약품 사용과오의 원인은 부실교육 및 훈련, 열악한 업무환경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 의약품 이름(Naming of Medicines), 의약품포장과 라벨(Labelling and packaging)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세계보건기구는 보고했다. 이러한 점에서 국제표준명제도(INN)는 약국의 재고 문제나 환자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 예방 가능한 의약품사용과오를 줄일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한 가지다. 이는 사회경제적 이득이나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할 환자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영역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내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약료서비스 제공은 팬더믹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환자)의 요구에 응답해야만 하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약사의 업무라 할 것이다. 2020년 1월 경기도에서 제정된 조례에 따르면 ‘사회약료서비스’란 ‘경기도민의 건강한 삶의 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사회적으로 의약품 돌봄이 필요한 건강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약사가 약물사용실태조사와 평가, 포괄적 약물정보 제공 및 의약품 사용관리, 약력관리, 약물요법 지원, 복약지도, 올바른 약물사용 및 건강증진 교육, 의료전달체계 및 복지전달체계와 연계 및 협력, 지역 약료봉사, 재난구호 등 사회적 약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한국의 약사사회가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적합하며 국제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명문화하며 이를 공유하고 실천해 공급자중심이 아닌 환자(소비자) 맞춤형으로 약사가 보살핌(care)을 제공한다면 언젠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료는 약사에게’ 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2021-11-21 19:39:15데일리팜 -
[칼럼] 필름사진의 추억과 약국'리더십(Leadership)과 약사(藥師, Pharmacist)' 라는 주제로 지난 컬럼에서는 리더십(Leadership)이란 "긍정적이며 비점진적 혁신(non-incremental change)을 만들어내는 것으로서, 사람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끌며, 구성원의 협력을 만들어내고, 변화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한 낸시 코헨 교수의 주장을 공유했다. 여기에서 비점진적 혁신이란 기존의 것과 연속적인 관계에 있는 형태가 아닌 기존에 사용되지 않았던 자원이나 속성들을 사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써 하버드대학 크리스텐센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과 어느 정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예를 들면 우버(Uber)나 넷플릭스(Netflix) 등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소비자와 함께 윈윈(Win-Win)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많은 독자 분들은 아마도 코닥(Kodak)필름을 구매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필름사진기를 이용한 사진이 우리의 삶 속에서 유일한 것이라 여겼으며 이러한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던 필름사진 산업 중심에는 코닥(Kodak)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1988년 뉴욕소재 은행 서기였던 조지 이스트만(George Eastman)에 의해 창립된 코닥은 “당신은 찍기만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라는 광고와 함께 필름카메라 사진 산업에 뛰어들었고 그후 필름을 코닥이라 부를 정도로 사진산업에서 세계 1위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1975년 코닥회사 엔지니어인 스티브 새슨(Steve Sasson)이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을 때, 경영진은 필름 없는 사진이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으며 수십 년간 기존 필름 사진이 가져다 주는 성과에 만족하며 변화를 주저했다. 코닥 경영진은 기존의 사고 틀 안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필름이 없는 새로운 사진 영역, 즉 파괴적 혁신이 보여주는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지만 디지털사진 시대를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다. 과거로부터 단단하게 만들어진 필름사진 산업 영역에서 나오는 필름 매출이 코닥 회사에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는 오히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매출 구조가 됐다. 코닥은 뒤늦게 필름 사진을 대체할 디지털 사진 기술에 집중했으나, 사진을 통한 추억과 정보의 공유 같은 변화된 소비자의 서비스 욕구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결국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고로 접근한 경영 방법은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됐고, 마침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사진 기능이 확장된 스마트 폰과 같은 파괴적 혁신 제품의 등장으로 회사는 결국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 지금 대부분 약국의 역할과 기능이 조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약국들의 매출이 대부분 처방조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제 기능은 약사와 약국의 중요한 역할이며 약사법에 따라 보호 받고 있다. 하지만 100여년간 필름 사진 시장을 장악해 온 코닥이 바로 그 필름 매출에만 의존하고 환경변화에 따른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인식과 이에 필요한 변화된 행동을 하지 않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금번 코로나 사태는 한국의 약사와 약국의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이 사회에서 자리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약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코닥필름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있었던 후지(Fuji)필름의 파괴적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필름 매출로 인한 이익이 코닥처럼 압도적이며 안정적이었지만 후지필름은 2000년도 초반부터 정밀화학제품인 필름 개발의 노하우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사진 필름의 주요성분인 콜라겐 가공 기술을 재생의료분야에 적용하여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사진 필름의 변색을 방지하는 기술을 화장품에 응용하거나, 나노입자 생산기술을 약물전달물질 개발에 활용하면서 바이오 헬스케어산업으로 회사를 확장하고 있고 현재까지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품에는 수명이 있지만 기술에는 수명이 없다" 라는 말이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조제, 복약상담, 처방검토, 약물모니터링, 의약정보제공, 만성질환관리, 기능성화장품, 일반의약품상담, 경증질환상담등 약사와 약국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확장성은 엄청나다. 결국 약사의 역할과 기능이 상품의 영역에서 머물지, 기술(서비스)영역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지는 약사 사회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필름 사진이 주는 느낌, 추억 등을 디지털사진이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한다. 손 편지가 주는 감동을 이메일이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필자 역시 이 부분은 동의한다. 세월이 흘러도 필름사진이나 손 편지는 없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름 사진의 추억은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고 이것이 주는 기쁨은 그대로 그 자리에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름 사진이 아닌 디지털 사진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를 소비자가 원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들이 의약품 관련 건강전문가에 요구하는 많은 것들에 약사 사회가 빠르게 답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대체 가능한 다른 상품과 기술(서비스)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100년 넘은 코닥 회사도 필름 사진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필름 사진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2021-10-04 18:52:56데일리팜 -
[칼럼] 정낭염의 조기치료 중요성[데일리팜=노병철 기자] 58세의 L씨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병원을 찾아왔다. 자신의 생식기관에서 정액과 함께 피가 섞여 나왔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런 증세가 나타났습니까? 혹시 과도한 성행위를 했거나 회음부를 다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이런 증세는 처음입니다.” “과거에 요도염이나 전립선염을 앓은 적이 있으신가요?” “젊어서 한두 번 있었는데요.” “정액에 피가 나올 때는 정낭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낭, 전립선, 방광 등을 정밀 검사해야 합니다.” 우선 혈액 화학 검사 및 전립선, 정낭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전립선 PSA 수치는 정상, 초음파 검사에서는 전립선이 50g으로 비대해져 있었다. 정낭은 정상보다 조금 커지고 부어 있었다. 정액 검사에서는 혈정액과 염증세포가 관찰됐다. 간혹 방광으로부터 혈뇨가 묻어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방광 내시경 검사도 시행했으나 방광에는 이상이 없었다. “암은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정낭에 염증이 생기고 충혈돼 나타난 현상입니다. 만성 전립선염과 비대증 등이 생겨 정낭염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과 휴식을 취하시고 약물 치료를 하면 좋아지십니다.” “휴! 암만 아니면 다행입니다.” “전립선과 방광 쪽에는 암이 잘 생기지만 정낭에는 암이 잘 안 생기니 염려 마세요.” 정낭은 전립선 뒤쪽에 위치한다. 정낭은 수많은 방으로 나뉘어 있다. 길이는 약 5㎝로, 작은 손가락 정도의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 4㏄ 정도의 용적을 가지는 방추형 모양으로 무게는 약 2g이다. 정관의 팽대부와 합쳐져 사정관을 형성한다. 사정관은 전립선을 통과한 뒤 요도 둔덕에서 열린다. 정낭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분비물을 만든다. 정액의 60%를 정낭액이 차지하며 과당이 풍부해 정자운동의 1차 에너지가 된다. 사정 직후에는 유백색의 묽은 청포묵 모양을 하고 있다가 20∼30분 뒤에 액화돼 맑아지며 정자운동을 좋게 한다. 정액의 과당이 부족하면 정자운동에 영향을 미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낭염은 대부분 만성 전립선염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랜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와 소염제 및 남성 호르몬 억제 약물을 처방했다. L 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가 궁금해하는 것은 부부생활과 정낭염과의 관계였다. “부부생활을 금해야 하나요?” “아니요, 오히려 정액과 전립선액을 오래 배출하니까 성생활을 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금욕 생활을 하게 되면 전립선과 정낭이 울혈이 돼 피가 나오는 증상이 다시 나타납니다. 더운 물에 하루 30분 이상 회음부좌욕을 하세요. 처방약을 4주 정도 드시고 충분한 휴식 후 오세요.”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정액에 피가 묻어 나오는 혈정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전립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므로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이 칼럼은 최형기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의 비뇨기 임상 경험을 근간으로 작성되었습니다.2021-10-03 12:32:42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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