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CAR-T 강국, 중국이 전하는 메시지"당신의 암은 완치됐습니다." "그럴리가요, 다발골수종은 치료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당신은 완치된 것이 확실합니다." 외신에서 전하는 다발골수종 환자 크레이그 체이스(Craig Chase, 57세)와 중국 암전문의의 대화다. 체이스는 중국 장쑤성인민병원에서 치료받은 최초의 미국인으로, CAR-T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에 6주간 참여한 뒤 3년간 앓아온 다발골수종 완치 진단을 받았다. 체이스는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에서 다발골수종 환자의 반응률이 94%에 달한다는 난징레전드바이오텍의 발표를 접한 뒤 고심 끝에 중국 임상연구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체이스의 사례는 중국이 CAR-T 세포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음을 드러내는 예로 자주 회자된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에서 진행 중인 CAR-T 관련 임상건수는 116건으로, 미국(96건)과 유럽(15건)을 돌파할 정도로 최근 몇 년새 CAR-T 관련 임상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비교적 유연한 규제부터 저렴한 인건비, 정밀생산 분야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국보다 우위를 차지할 확률이 상당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2종이 미국에서 판매 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술 초기단계여서 역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존슨앤드존슨(J&J)의 계열사 얀센 바이오텍이 작년 말 레전드바이오텍과 CAR-T 치료제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후로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신뢰감도 쌓여가는 듯 하다. LCAR-B38M의 임상데이터를 접한 J&J의 피터 레보비츠(Peter Lebowitz) 박사가 "(데이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블루버드바이오와 세엘진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보다 우수해보인다"고 극찬했다는 후문도 있다. 한 때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취급을 받았던 중국이 혁신적인 CAR-T 세포치료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소를 거론한다. 그 중 하나는 CFDA(중국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의 규제정책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약개발 승인절차를 개선하고 혁신신약에 대한 우선심사와 특허보상 등을 강화하는가 하면,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하던 해외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정책을 펼치면서 신약개발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레전드바이오텍을 필두로 우시바이오로직스,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 등 눈에 띄는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한 건 꾸준한 투자와 지원정책의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막대하게 유입되고 있는 해외투자금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15억 인구에서 비롯된 저렴한 인건비와 신속한 피험자 모집요소가 더해졌을 때 중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갖는 잠재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5~10년 뒤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지 않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CAR-T 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군에서 혁신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개별 기업들에게는 남다른 혁신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용을 얻기 위한 노력이, 정부에게는 보다 유연한 바이오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2018-06-21 06:28:35안경진 -
[기자의 눈] 방문약사제가 의사 처방권 침해일까일명 방문약사제도라 불리는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 간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이 연일 논란이다. 직능 간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의사협회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8일 중복처방, 약물부작용 방지 등 투약관리 시범사업 실시를 위해 약사회와 MOU를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사범사업은 지난 3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3개월의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방문약사는 약국이 조제료 외 부수적인 상담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식 재택약사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약사들 사이에서는 상담료 몇 천원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교통비가 더 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약사회가 여러 논란을 예상하고도 총대를 맨 이유는 약물의 올바른 사용과 투약관리에 대한 약사의 역할과 책임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건보공단 보도자료만 놓고 보면 방문약사 시범사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 방문 투약관리를 진행하는게 핵심이다. 건보공단 직원이 지역약사회 소속 약사와 함께 4회에 걸쳐 대상자 가정방문을 나선다. 이 때 약사의 역할은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중복처방과 약물부작용을 없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의협이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14일 나온 1차 성명서를 보면 방문약사제도가 의사의 처방권, 국민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약사가 임의로 환자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처방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방문약사의 역할을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은 현재 약국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으며, 의약분업제도 내 환자들은 의료기관에서 받은 처방전에 대한 복약지도는 약사에게 받고 있다. 의협의 주장대로 라면 현재 약사들이 약국에서 하고 있는 복약지도도 '처방에 대한 간섭'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건보공단이 해명자료를 내자 의협은 다음날(15일) 바로 2차 성명서를 낸다. 방문약사의 역할로 규정한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는 의사들이 의료기관 안에서 복약지도료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3분 진료' 꼬리표를 떼지 못한 의료기관의 복약지도 수행을 과연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와 함께 의협은 대부분의 의원에서 적용 중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꺼내들며, 중복처방과 금기사항 등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DUR 시스템을 이용한 처방·조제 변경률은 12.5% 수준에 불과했다. 2017년 1년 동안 5773만1000건의 처방전에 대해 경고창(팝업)이 제공됐지만, 이 가운데 724만5000건(12.5%)만 변경됐다. DUR 점검 의약품은 동일성분중복,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효능군중복, 노인주의, 분할주의, 용량주의, 투여기간주의, 안전성 관련 사용중지, 안정성 관련 사용주의, 비용효과적인 함량 사용 대상 등 12항목이다. 사실 DUR 점검만 제대로 이뤄져도 건보공단이 따로 약사회와 방문약사 시범사업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오늘(18일) 3차 성명서를 통해 또 다른 반박 논리를 개발했다. 방문약사 시범사업이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선 건보공단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민감정보 빅데이터의 경우 비식별로 유출 우려가 없지만, 방문의 경우 환자를 특정할 수 있어 개인정보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의협의 세 차례에 걸친 성명서가 약사 직능에 대한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약사제도는 허용할 수 없으니 의약분업폐기, 선택분업전환을 꺼내드는 대응 방식부터가 문제다. 건보공단과 약사회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제 막 MOU를 맺고, 계획안을 조율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도 있다. 이번 사업을 맡은 건보공단 건강관리실 건강지원부의 역할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의료이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의사와 약사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환경을, 이번에도 역시 '밥그릇 싸움' 때문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2018-06-18 06:29:20이혜경 -
[기자의 눈] 워라밸 외치던 제약사, 다 어디갔나이상하게 작년말부터 '휴무일'을 확대하겠노라 홍보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직원들의 '연가'를 제대로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라 홍보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한창 더울때 기계 안 돌갈때만 '반짝 쉬던' 제약사들이 갑자기 직원들에게 연가를 보장해 연말휴가나 자율휴가를 준다하니 갑작스럽지만 환영할 만 했다. 정권이 바뀌고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효율성과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일명 워라밸)을 중시하는 풍토가 형성되면서 제약사들도 이에 동참하는 듯 했다. 하지만 7월1일부터 시행하는 주52시간 근무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제약사들을 보니 '워라밸'을 외친 제약사들이 진심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영업사원들에게 오래 근무한다는 '티'를 내지 말도록 하는 '꼼수'에 정말 기가 찬다. 거래처 방문을 확인하는 시스템인 '콜'을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에는 찍지 말라거나 근무시간 이후에는 법인카드 결제를 하지 말라는 지침들이 그렇다. 어떤 회사는 공식적으로만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늘 하던대로 오전 7시까지 출근하라는 데도 있다고 한다. 제약회사에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주40시간 이후 초과 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건 기업들이 초과 근무 수당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괜히 잘못걸려 사용자가 법적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다만 주52시간제 적용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13일 지방선거날에도 쉬지 않고 일한 제약사들이 여럿 있었다. 아직까지 근무시간은 실적과 비례한다는 인식이 제약업계에 그대로 남아있다. 분명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사용자 입장에서는 주52시간 근무가 탐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이끄는 다수의 종사자들이 느끼는 워라밸 수치로 볼 때 주52시간 근무시간은 여전히 길다. 참고로 OECD 국가 중 근무시간이 짧기로 유명한 독일은 주38.5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2018-06-14 06:30:00이탁순 -
[기자의 눈] 우후죽순 편법 원내약국 막을수 있을까약사법은 처방전 담합으로 약국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는 원내약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들어 전국 각지는 원내약국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간헐적으로 개설돼 온 편법 원내약국은 지난해 창원경상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올해들어서는 서울 금천구와 강서구에서 원내약국 이슈가 발생했다. 구약사회를 중심으로 서울시약사회, 대한약사회가 관할 구청·보건소· 보건복지부를 향해 원내약국 반대 공문을 송달하고 나섰지만 법적 모호성 등 이유로 사실상 약사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 복지부와 지자체가 전국 편법약국 사례 수집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은 가뭄에 단비마냥 반갑다. 복지부·지자체는 '약국개설등록 자문협의체 구성·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약국개설 민원처리 시 각 지역 보건소마다 판단이 달라 약사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고 원내약국 금지 약사법 조항을 희석시키는 사례들을 취합할 계획이다. 물론 해당 자문협의체의 한계는 명백하다. 협의체가 만들게 될 편법약국 가이드라인이나 결과물이 추후 약국개설 민원처리 과정에 강제성이나 법적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는 점이다. 그럼에도 복지부·지자체의 이같은 움직임이 기대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중구난방 정리되지 않았던 다양한 편법 사례들을 유형별로 기록·분류하는 자체가 편법약국 개설 시도를 막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국개설을 담당하는 보건소가 법적으로 모호한 민원이 접수됐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소는 편법약국 소지가 있을 때마다 복지부 등에 개별 민원을 제기하지만 사실상 복지부 역시 단순 약사법 조문과 함께 관할 보건소가 현지조사를 토대로 개설 여부를 판단하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치는 수준이다. 편법약국에 맞서 반대 투쟁에 나선 구약사회 등 약사사회는 산발적으로 퍼져있는 전국 편법약국 사례를 개별적으로 수소문하거나 검색해 어렵게 정보를 습득중이다. 복지부·지자체의 자문협의체가 활성화 될 경우 위와 같은 불합리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편법원내약국이 유발하는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와 단속 의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더라도 정부가 편법약국 단속에 실질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름뿐인 정책으로 남을 뿐이다. 복지부·지자체 자문협의체가 껍질뿐인 조직으로 남지 않고 전국 편법약국 개설 의지를 꺾을 수 있을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2018-06-07 06:29:06이정환 -
[기자의 눈] 감기일 뿐인데 항생제 꼭 먹어야 하나?최근 무리한 활동으로 몸살 기운이 있어 서울시 공덕역 근처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동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이날 아침 일어났을 때 몸이 좋지는 않다고 느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였다. 콧물을 조금 훌쩍이는 수준에서 '맑게' 나왔고, 가래는 없이 기침만 살짝 하는 정도였다. 열이 있지는 않았다.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이랬다. 문진 간 비교적 정확히 이러한 증상들을 전달하면서 "최근 운동 등을 많이 하고 쉬지 못했다"고 하자 의사는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약을 처방해줄 테니 먹고 주사를 한 대 맞고 가라"고 했다. 다만 느끼기에 항생제 주사를 맞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 맞아도 될 것 같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짧은 몇 분간의 진료가 끝나고 받아든 처방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6개에 이르는 전문의약품이 처방전에 이름을 올렸고, 그 중 하나는 '비급여' 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처방전에는 진해거담제 2품목과 항생제, 소염효소제, 진통해열제, 급성기관지염 치료제가 적혀있었다. 순간 과다 처방이 아닌가 싶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문진에 답한 증상에 따라 처방이 나온 것일 수 있다. 기침 증상이 있고 콧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사제와 두 품목의 진해거담제, 비급여 급성기관지염 치료제까지 먹을 정도로 나쁘다고 느끼지 않았고, 비교적 정확하게 현 상태를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최근 몇년 간 국내 항생제 과다처방과 국제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어 온 터다. 환자로 왔지만 '돈'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는 불편함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처방률 95%가 의원급 의료기관이라고 공개됐다. "과다하게 처방된 것 아니냐"고 병원에 물었지만 증상에 따라 처방됐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바로 병원 앞에 있는 약국에 가서 "이렇게 많은 약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을 해서야 약사는 불필요한 약을 빼주었다. 그 후 환자용 처방전을 받지 못한 것을 떠올리고 진료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달라고 하자, 조제 내역으로 변경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처방전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만약 의약품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였다면 어땠을까. 전문가가 처방해준 처방전의 또 다른 이름은 '신뢰'다. 변경 전 처방 내역에 대해 더 말하자면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와 만 12세 미만의 소아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고령 환자 등에만 급여가 적용되는 진해거담제 시럽이 포함됐다. 기자는 30대 초중반의 얼핏 보기에도 건장한 체격이다. 진해거담제 시럽을 비급여로까지 처방받아 복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때문에 과다 처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방과 조제를 받기는 했지만 결국 복용하지 않았고 다음날 몸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동네 병의원 중에는 "어디가 잘 본다더라"라는 얘기를 듣는 곳도 있고, "약을 받았는데 잘 안 낫는다. 실력이 없다"는 소문이 도는 병원이 있다. 감기 등 경증 환자가 많은 곳은 '빨리' 낫게 해주는 게 실력이 좋은 병원으로 평가돼 환자가 몰린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와 과다 처방은 국가적 위협으로 여길만 하다고 본다. 동네 주민 건강을 정말 위협하는 건 항생제 남용이 아닌지 의약사들은 고민해야 한다. 또 과다처방으로 인한 혈세 낭비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2018-06-04 06:29:30김민건
-
[기자의 눈] 신약개발 실패 확률 대폭 줄인 바이로메드바이로메드가 신약 개발 실패 확률을 대폭 줄였다. FDA 재생의약(RMAT) 치료제 지정, 핵심 임상 진전 등의 '근거'를 통해서다. RMAT 지정은 일부 임상 스킵(Skip)도 가능해 미국 허가 시점을 1년 가까이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 가능성을 논할 때 실패 요소를 얼마나 제거 했는지를 주목한다. 신약 개발 자체가 워낙 어렵다보니 성공 확률보다는 실패 요소를 줄였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바이로메드는 최근 유의미한 성과로 신약 개발 실패 요소를 상당 부문 제거했다. 미국 FDA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를 첨단 재생의약 치료제(RMAT,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로 지정했다. FDA는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미 충족 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가 높은 약물의 개발 과정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속심사 제도를 두고 있다. RMAT도 이중 하나다. 신약 개발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속도'다. RMAT 지정은 바이로메드의 미국 진출에 가속도를 붙여주게 됐다. 특히 VM202-DPN은 바이로메드 핵심 임상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VM202-DPN 임상도 순항 중이다. 1분기 보고서를 보면 투여 목표 환자수도 목표의 70%를 돌파했다. 2016년 6월말 기준 첫 투여를 시작한 지 대략 1년 6개월 만이다. DPN의 경우 2건(1st, 2nd)의 미국 3상을 진행 중이다. 1st DPN 3상은 올해 2월 9일 기준 338명 환자에게 약물이 투여됐다. 목표 투여 환자수(477명)의 70%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7일 기준일과 비교하면 투여 환자수는 199명 늘고, 목표 진행률은 50% 이상 증가했다. 2nd DPN 3상도 2017년 7월 26일 3상 승인을 받고 준비중이다. 2nd DPN 임상은 미국 허가시 생략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RMAT 승인 이후 DPN 1st 임상이 통과되면 2nd 임상 허가 과정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예상 미국 허가 시점이 1년 가까이 단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창업주 김선영씨의 8년만의 대표이사 복귀도 신약 개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대표는 창업주이자 핵심 연구원이다. 누구보다 VM202의 성패를 잘 알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창업주의 대표이사 복귀는 바이로메드의 신약 개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VM-202 글로벌 허가, 기술수출 등 주요 의사 결정 사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로메드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이연제약과의 특허 소송, 임상 자금 확보 문제 등이 그렇다. 다만 이같은 외부 요소를 배제하고 신약 개발 물질 자체만 본다면 실패 확률은 점차 줄고 있다.2018-05-31 06:23:20이석준 -
[기자의 눈] "시범사업도 없이"…마약류시스템 불만"용감하다 해야 할지, 무모하다 해야 할지. 그 뒷처리와 책임은 결국 또 약국 몫이네요." 18일 전면 시행된 마약류통합관리제도. 마약류와 향정의약품을 취급, 유통, 관리하는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업체, 병원, 약국이 의무 보고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해당 의약품을 사입하고 조제, 투약까지 프로그램에 입력 보고해야 하는 병원 약제부, 약국 약사들의 업무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마약과 향정약 취급이 많은 상급종합병원 약제부와 문전약국은 말할 것도 없다. 제도 시행 전 약사사회의 혼란과 불안은 적지 않았다.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 속 프로그램 사용이 익숙치 않은 약사들이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은 물론 연계 보고를 위한 청구 프로그램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역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행연습 없이 본게임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밀려드는 걱정인 것이다. 그 대상이 자칫하면 취급자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마약과 향정약이라면 그것이 약사들의 기우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걱정은 현실이 됐다. 18일 의무보고 시행 후 병원 약제부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일부에선 NIMS 프로그램 오류로 전담 약사들이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다. 기재고 등록 후 사용내역에 대한 일련번호 보고를 제대로 이행했는데도 NIMS가 이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약국에서는 연계보고를 하기 위해 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일부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비교적 마약, 향정약 처방 건수가 적은 동네 약국들은 실시간보고가 아닌 일괄보고를 선택했다. NIMS는 물론 청구 프로그램 연계에 대한 신뢰가 없고 시스템 사용도 생소한 상황에서 실시간보고를 하다 자칫 입력 실수나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뒷감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5일 이내 수정보고가 가능하다지만 혹여나 수정이 안되지 않을지, 5일 이후 문제가 생길 경우의 대처는 어찌해야 하는지 뭐하나 시원한 해결안이 없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일괄보고 역시 약국에는 또 다른 업무 부담이라지만 안전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궁여지책이다. 급격한 변화는 항상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 대상이 환자 안전, 나아가 사회 안전과 연결되는 마약, 향정의약품이라면 더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전면적인 시행 전 제대로 된 시범사업이 운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수년 전 일부 분회 대상 시범사업이 진행됐다지만 당시 참여 약국조차 그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사업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도 없었다. 사업 직전 일부 지역 병원, 약국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오류를 확실히 잡은 후 전국적인 의무보고가 시행됐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제도 시행은 용감했고, 나아가 무모했다.2018-05-28 06:28:47김지은 -
[기자의 눈] 가짜환자 기획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보건복지부가 예고한 가짜 입원환자 기획현지조사가 지난주 끝났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상반기 내 가짜 입원환자 의심 병원급 의료기관 20개소에 대한 기획현지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사항목을 선정했고, 기획현지조사에 대해 의약단체에 통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획현지조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데일리팜 확인 결과 벌써 지난주에 모든 조사가 끝났다. 우리는 여기서 보도자료를 한번 더 점검했어야 했다. 이번 상반기 기획현지조사 항목이 가짜 입원환자라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현지조사'라고 했기에 통상대로 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선임자가 팀장을 맡아 조사반을 이끌 것이라 예상했다. 오판이었다. 10개소는 건강보험공단 선임자가, 또 다른 10개소는 심평원 선임자가 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1월,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이 개정됐다. 2016년 의사 두 명이 복지부 현지조사, 건보공단 방문확인 이후 목숨을 끊은 이후 뒤늦게 이뤄진 지침 개정이다. 그래서 이 지침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은 더욱 명확하다. 하지만 이번 기획현지조사에서 복지부는 지침을 너무나 쉽게 어겼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기획현지조사에 건보공단과 심평원 직원이 각각 팀장을 맡아 이끈다고 보도되기까지 구체적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현지조사 지침 4장 조사반의 구성을 보면 복지부, 심평원, 공단 직원들이 역할이 분명하게 적혀 있다. 현지조사반은 복지부장관이 심평원과 공단 전문인력 지원을 받아 구성하게 돼 있다. 심평원은 조사계획 수립, 대상선정, 조사실시, 정산심사와 처분 등 현지조사 제반 업무를 건보공단은 급여사후관리(자격·인력확인 등)을 위한 현지조사업무 지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반장과 팀장 자격도 명확히 구분돼 있다. 그런데, 이번 기획현지조사는 조금 달랐다. 복지부는 지난 2월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에서 가짜 입원환자를 조사 항목으로 선정을 마친 과정에서, 건보공단이 '마침' 금융감독원과 함께 가짜 입원환자를 조사하겠다고 해서 기획현지조사로 일원화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획현지조사는 정기조사, 기획조사, 긴급조사, 이행실태조사 등 현지조사 4가지 유형 중 하나다. 다시 말해 현지조사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복지부는 첫 번째 조사반의 편성의 원칙을 어겼다. 더 큰 문제는 복지부의 이 같은 재량적인 지침 적용이 일각에서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현지조사 주도권 싸움으로 비쳤다는 데 있다. 조사권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해묵은 갈등 중 하나다. 기관장이 바뀔 때 마다 조사권을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져도, 복지부는 '나 몰라라' 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현지조사는 복지부가 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인력 문제로 심평원이 거든 것"이라고 했다. 거들었다고 하기엔 심평원 현지조사반에서 심평원 직원이 역할이 너무 많은 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다시 이번 논란으로 돌아가면, 모든 논란을 부추긴 건 복지부다.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현지조사의 일원화를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해 올해 초부터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이 수차례 회의를 가져왔다. 올해부터가 아닐지도 모른다. 20년 넘게 공단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올해부터가 아니다. 조사권 문제는 십수 년 동안 이어졌던 논란"이라고 했다. 그리고, 복지부는 올해 처음으로 기획현지조사라는 명분 아래 건보공단 직원을 조사반 팀장 권한을 줬다. 복지부는 팀장이 별다른 의미가 아니었겠지만, 방문확인, 방문심사, 현지조사 일원화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산하 기관에는 서로 다르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조사 인력 부족 문제로 직접 현지조사를 나갈 수 없다는 복지부가 마련하는 '현지조사 일원화와 효율성 제고 방안'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만 하다.2018-05-24 06:29:48이혜경 -
[기자의 눈] 논리 확장과 A.I 신약개발의 역설헬스케어산업의 근본 목표 그리고 불교의 원리와 사상은 교집합이 많다. 제약기업은 생명 존중과 인류 건강을 지상 최대의 과업으로 신약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질병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하는 화신을 일컬어 약사여래라 부른다. 병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자비의 영약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아 준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형태론과 사상론에서는 다른 영역이지만 그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매년 음력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의 속명은 고타마 싯다르타로 '석가모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석가모니는 산스크리트어로 샤카와 무니의 합성어다. 샤카는 태자 싯다르타가 출가 전 통치한 샤카부족을 의미하고, 무니는 깨달은 사람을 뜻한다. 우리말로 의역하면 '샤카족의 깨달은 자'로 표현할 수 있다. 태자라는 보장된 지위와 영화를 버리고, 6년 설산고행 끝에 마침내 보리수나무 아래서 그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바로 연기법이다. 공(空)과 만(卍)사상으로 통하는 이 원리는 원인과 결과에 의해 우주의 모든 현상이 발생·소멸을 거듭함을 강조한다. 현대 과학적 언어로 바꾸어 말하면 등가법칙과 연결돼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인 E=mc2 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발전적 개념은 다중우주와 11차원, 초공간, 무한미분과 무한적분으로 대별할 수 있다. 불가에서는 이를 화엄이라 칭한다. 앞서 살펴본 종교와 물리학 그리고 수학적 개념 전개가 각각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그 맥은 상통해 있다. 특히 화엄은 인간 뇌파의 무한 확장 개념을 통한 초공간 진입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각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말함이다. 이를 수학적 개념으로 풀면 0을 기준으로 음수와 양수로 증가/감소할 경우의 무한 무리수와 같은 개념이다. 그 수축과 확장에 다차공간을 대입한 것이 바로 화엄과 초공간 그리고 지금 살펴볼 뉴로시냅틱이다. 최근 알파고와 왓슨으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 기술도 기본 원리는 같다. 인공지능은 뉴로시냅틱 컴퓨팅 기술을 응용해 지구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자가 습득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전지적 완성체'로 평가된다. 다차원 적층시스템을 기본 모델로 삼고 있는 3D프린팅은 인공지능의 논리와 인식을 현상과 물체로 만들 수 있는 매개역할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인공지능·3D프린팅 개발 업체들의 최신지견에 따르면 이를 활용해 신약개발 확률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단축할 수 있다. 통상 신약개발은 글로벌 빅파마 기준, 1~5조원 가량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성공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관련 인력만도 최소 5000명에서 3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계속된 기술 발전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인공지능과 3D프린팅을 활용하면 신약개발 기간을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30년 전, 미국 슈퍼컴퓨터는 인류가 지구상의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시점을 서기 3000년으로 예측한 바 있다. 구글과 IBM의 심층 신경망과 학습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허황된 추측과 주장은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신약개발에 돌입한 부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정보를 결합하고 합성해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고, 신약후보물질을 검증·생성할 수 있다. 이후 기존 약물을 용도 변경해 새로운 약으로 설계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가상의 초공간에서 진행된다. 임상시험만 실제 병원에서 진행되는데, 모집단계 역시 인공지능이 약물 적합성과 부작용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선택, 최적의 개발·성공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2562년 전, 샤카족의 깨달은 자-싯다르타는 그 시대의 언어와 논리로 진리의 세계관을 전달했다. 그것이 종교와 철학적 관점에서 존경·비판받거나 혹은 배척되는 것은 다음 문제다. 다만 수학과 물리학 법칙을 이용해 이를 증명하고 포괄적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더욱이 간과해선 안 될 점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는 하루라도 빨리 신약이 개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해 논리의 병합과 확장으로 인공지능을 역설한 이유다.2018-05-21 06:29:30노병철 -
[기자의 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약국개설 허가권자'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속담이 비난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생선을 탐하는 고양이일까, 고양이를 의심하지 않은 순진무구한 생선가게 주인일까. 이러한 구도에서 우리는 생선가게 주인을 주인공으로 놓고 고양이를 쉽게 악역에 놓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악의 무리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그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정의롭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니 말이다. 지금 약국 개업 시장을 놓고 보면 이 혼란해진 세상에 빗댈 만 하다. 약사에게만 주어진 약국 개설권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도매가, 일반인이, 병원이 가세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그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전례가 된 지 오래다. 창원 약사들은 병원 부지 건물 1층에 약국을 막고자 창원시와 지자체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하고 있으나, 아직 싸울 자격이 있는 지 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오는 16일 1차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지 몰라도, 창원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병원 부지 약국 개설 사례가 봇물 터지듯 불거졌다. 서울에서만 H병원에 이어 S병원까지 부지 내 건물에 약국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지역 약사회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만 잠잠해지면 바로 내일이라도 약국이 문을 열 태세다. '약국을 하면 큰 돈을 번다'는 속설은 약사들이 직업을 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도매와 병원이 편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약국 자리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돈만 있으면 다 하지. 그걸 누가 마다해'라는 어느 유통업계 관계자의 푸념처럼, 약사 아닌 자의 약국 개설은 이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아닌, 기회만 되면 누구나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생선이 약국 자리라면, 고양이는 자본가이자 병원이다. 그럼 생선가게 주인은 누구일까. 100% 적확하다 할 순 없으나 약국 개설 허가를 내주는 정부, 지자체가 될 수 있겠다. 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데, 그 걸 알면서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주인이 순진한 걸까. 단지 '순진해서 당했다'며 고양이를 탓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쁜 짓 할 여건을 허용하면서 나쁜 짓 한 고양이만 장대에 매다는 건 생선가게 주인의 순진함과 어리석음에 면죄부를 주는 짓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건소와 지자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약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와 약사와 국민을 위해서다. 병원에 귀속된 약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2018-05-17 06:27:19정혜진
오늘의 TOP 10
- 1청량리 1000평 창고형약국 무산…58평으로 급수정
- 2정부, 일반약 인상 계획 사전 공유…"기습 인상 막는다"
- 3식약처, 정제·캡슐 식품 퇴출 이어 '약 유사 제품명' 금지
- 4특허만료 앞둔 엑스탄디, 내달 정제 등재로 시장 방어
- 5동성제약, 관계인집회 부결에도 ‘회생 가능성’ 더 커진 이유
- 6대원, 헬스케어 환입·에스디 손상…자회사 살리기 안간힘
- 7SK 의약품 CMO사업 작년 매출 9320억…3년 연속 적자
- 8한미, 전립선암 치료제 확대…엑스탄디 제네릭 허가
- 9광진구약 "불합리한 약물운전 복약지도 의무화 철회하라"
- 10"여름 오기전에"…화성시약, 약국 에어컨 청소사업 추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