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타그리소 둘러싼 저마다 절박한 사정
- 최은택
- 2017-10-20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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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경제성평가 면제 특례 요건을 갖췄는데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발목이 잡혀 수개월을 씨름했다. 결국 경제성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충족시킨 뒤 약가협상으로 넘어 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약가인하를 감내해야 했다. 한국법인은 본사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약가협상 테이블에서 또다시 복병을 만났다. 앞서 협상절차를 밟은 한미약품 올리타의 견제구가 치명적일만큼 위협적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진출신약 약가우대 특례 혜택조차 받지 않고 초저가 기조로 급여평가와 약가협상까지 마무리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가격을 더 낮출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런 전략을 세운 것이다. 전략은 통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고전 중이다.
이 회사는 이렇게 말한다. 타그리소 협상 제시가격은 경제성평가에 근거해 마련됐다. 건보공단은 현 약가평가제도를 부정하는가. 타그리소는 국내 비소세포폐암환자 약 40%에게 발생하는 뇌전이 치료에 유일한 대안이다. 이런 임상적 가치를 무력화할 것인가. 더구나 올리타 가격은 임상결과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평가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마련된 게 아니다. 다분히 전략적인 셈법에서 마련됐다. 이런 가격을 비교대상 약가로 인정하는 건 곤란하다. NCCN 등 국제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보다 타그리소를 비소세포폐암치료에 우선 권고한다.
그러나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 2개 품목 한달 투약비용보다 타그리소가 더 낮은데도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거부되고 있다. 회사 측은 주장한다. 이 제시가격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가격을 더 낮출 여력이 없다.
한미약품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올리타는 지난해 다국적제약사와 계약이 취소된데다가 임상시험 등의 이슈로 홍역을 치렀다. 통상의 임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건들조차 커다란 스캔들처럼 회자됐고, 국회의 담금질은 매서웠다. 올리타가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멈춰있는 동안 타그리소는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다. 올리타는 이렇게 첫 글로벌 국산신약이라는 기대주에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타그리소라는 존재 자체가 장애물이다. 올리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유망주로 떠오르는 앞길을 막고 있다. 올리타는 3상임상 조건부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사실 올리타도 신약 가치를 인정받아 가능한 좋은 가격을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타그리소가 급여 등재되면 3상임상에 참여할 피험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올리타와 타그리소는 현 시점에서 공생이 불가능해 보인다. 아직 잠재적 가능성을 다 끌어내지 못한 올리타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또 화가 난다. 모처럼 나온 국산 획기적 신약이 이렇게 끝나야 하는가. 결국 타그리소를 저지하는 게 올리타의 유일한 생존법이 됐다. 이게 밀림의 냉혹한 현실이다.
복지부와 건보공단도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적정수준에서 타그리소와 협상을 타결하면 저가의 국산신약이 있는데도 다국적제약사에 휘둘려 높은 가격을 인정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협상이 결렬되면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 접근성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질 개연성이 높다. 타그리소나 올리타, 단독 협상이었다고 해도 협상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 복잡하다. 그렇다고 원칙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협상룰'은 명확하다. 올리타는 일단 저가전략을 폈기 때문에 가격이 문제되지 않았다. 아니 손쉬웠다고 보는 게 맞다. 타그리소는 약평위 평가가격, 해외가격, 재정영향과 위험분담 적용 시 재정영향 등을 고려해 참조가능한 가격선을 산출하고, 여기에 경쟁약물인 올리타 가격을 접목하면 된다. 두 약제의 경우 현재까지 확인된 임상적 근거에서 일부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가치의 갭'에 부합하는 선에서 가격을 정하면 된다.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은 올리타 가격이 너무 낮다.
가령 두 약물 사이의 '가치의 갭'을 2배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타그리소가 올리타 두 배의 값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타그리소는 해외 최저가 국가의 절반 밖에 안되는 전 세계 유래없는 최저가를 제시했다며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여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올리타 타결가격을 다시 조정해 '갭'을 메울 수도 없다. 아니 그럴 이유도 없다. 타그리소가 올리타에 맞춰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협상을 결렬시키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는걸까.
환자들의 우려는 더 고민스런 대목이다. 타그리소 협상이 결렬되면 원격전이 환자 치료대안이 없는 게 당장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현재 비급여 환자지원프로그램과 임상 등을 통해 타그리소를 무료 또는 낮은 본인부담으로 복용 중인 환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부나 건보공단은 그야말로 동서남북 사면 뿐 아니라 위아래까지 꽉 막힌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렇게 타그리소 약가협상을 놓고 복잡하게 얽힌 당사자들 모두 저마다 사정이 있다. 아니 절박하다. 사실 가격 측면은 비상구가 없지는 않다. 바로 '선등재-후평가'다. 올리타의 진가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올리타의 3상 임상시험이 종료된 이후 두 약제 각각의 비용효과성을 포함한 가치, 또 두 약제간 '가치의 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약가를 재평가하도록 계약하는 방식으로 접근 가능하다.
'선등재-후평가'는 복지부와 심사평가원도 대체치료제가 없는 신약 신속등재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방안인만큼 타그리소에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대안은 올리타가 피험자를 모집해 3상 임상을 원만하게 추진하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사후재평가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전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달려있다. 타그리소 협상시한 D-day. 환자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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