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①] 정부는 왜 불법 리베이트를 규제할까
- 데일리팜
- 2017-11-27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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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선 연구위원(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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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때로는 시장이 이런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기도 한다.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결과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또는 상품)가 적정 필요량보다 과다 생산되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거래가 적정 필요량보다 과소 생산되는 것이 대표적 경우다.
정부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이 경우 정부의 규제 또는 개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만약 의약품 거래에서도 위와 같은 엉뚱한 결과가 만들어 진다면, 의약품 거래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정당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의약품 거래에 있어서는 어떻게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의약품 거래 구조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택과 비용은 이를 직접 소비하는 사람이 선택하고 지불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하게 될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비용과 필요성을 꼼꼼히 비교하여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의약품은 다르다. 일단 소비자가 비용을 직접적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의약품 대부분은 건강보험제도의 급여 대상이다. 환자는 평소에 보험료를 내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에 기여하다가 질병에 걸리면 건강보험의 급여를 지급 받는다.
즉, 표면적으로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의약품 소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제삼자 지불방식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직접 지불하는 비용(Out of pocket cost)이 아니라면 소비자는 해당 비용의 지불에 둔감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품의 비용과 필요성을 꼼꼼히 비교하는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의약품의 경우에는 어떤 의약품을 복용할지 환자가 직접 선택하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보다 더 많은 전문성과 정보를 지니고 있고 의료인은 법률에 따라 배타적인 역할과 권리를 부여 받았으므로 환자는 의사의 의약품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라면 의약품의 소비는 사회적 적정량보다 많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의약품의 과다 소비는 직접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는 의약품이라는 상품 자체의 특징이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 신체와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때로 우리가 입는 경제적 손실은 경제적 보상으로서 충분하고 쉽게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과 신체의 손실은 그렇지 않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생명과 신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과 관련 있다. 일반적으로 재화는 양(+, postive)의 효용을 갖는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이 이를 대변한다. 추가적인 상품의 소비로 증대되는 효용의 수준은 감소할지 몰라도, 그 재화의 소비가 절대적인 효용의 수준 자체를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약품은 다르다. 더 많은 의약품의 소비가 소비자의 만족도 증가(건강 회복)를 보장하지 않는다. 질병의 증세와 신체적 조건에 따른 최적의 의약품 소비량이 있으므로, 추가적인 의약품 소비가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으며, 오히려 의약품 남용으로 해(害)를 끼칠 수 있다.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라는 본래의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지, 경제적 이익 수수와 같은 이유에서 선택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환자는 의약품의 선택과 관련하여 충분한 전문성과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의약품의 선택이 의약품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 구조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이유가 의약품 자체와 관련되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유라면, 이는 우리 제약산업 고유의 상황과 관련 있다. 우리 제약산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제네릭 의약품 생산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동일 성분을 지닌 제네릭이라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체 가능한 상품이 시장에 많다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와 질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의약품 거래 구조의 특징과 의약품 자체의 특징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자신의 이윤을 지켜나가는 지대추구 행위(rent seeking)가 만연할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지대추구 행위는 결국 제약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 의약품의 질 개선과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지대추구 행위에 사용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희귀한 자원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조성정책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되는 것이다.
리베이트 얘기가 나오면 누군가는 영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제약업계를 탓한다. 제약업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경영진에 그 책임을 돌리거나, 일선의 영업 직원에게 책임을 돌리곤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린 의료인을 탓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의 정책 실패 역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살펴보았듯이, 의약품 리베이트는 의약품과 관련된 구조와 체계의 산물이다. 리베이트를 누군가의 개인적·도덕적 문제로 치환해서 대증요법으로서 정책을 생산해 내는 것은 간단하고 편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일 순 없다. 의미있고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조금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유통과정의 개방과 투명성 제고 등 기본으로 돌아간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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