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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비자, 편의점 아닌 드럭스토어 가는 이유

  • 정혜진
  • 2018-03-27 12:29:56
  • 매장 달라도 일본 드럭스토어 중심은 항상 '의약품'

지난 14일부터 도쿄에서 열린 '제18회 일본 드럭스토어쇼'에는 이색적인 제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로 볼 수도 있겠다. 드럭스토어에 적용할 수 있는 무인계산기와 RFID 인식으로 인한 자동 품목재고 측정기가 약국체인이 모이는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시된 무인계산기는 이제 더이상 '계산원'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계산기는 소비자가 구매할 제품을 테이블 중간에 패인 공간에 넣으면, 제품마다 부착된 RFID 태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자동 계산을 진행한다. 이 기계는 제품을 비닐봉투에 담아 포장하는 단계까지 자동으로 진행한다.

드럭스토어쇼에 전시된 무인계산기. RFID 바코드가 있어 가능한 시스템이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이 RFID는 비단 계산할 때만 필요한 건 아니었다. 넓은 매장, 수백수천 가지 품목의 재고조사를 단시간에 처리하기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 리더기로 훑으면 제품마다 부착된 바코드를 자동으로 읽어 재고 파악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IT기술이 앞서간다는 우리나라의 약국들이 시도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사이, 일본 드럭스토어 체인은 자동화, 전산화된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 소비자가 병원·편의점보다 드럭스토어 찾는 이유

온누리약국체인이 나흘 간 방문한 드럭스토어는 약 아홉 곳. 마츠모토키요시와 스기약국, 도모즈, 선드럭, 웰시아 등 유명 드럭스토어체인의 여러 지점을 방문해 이들의 매장 관리법을 살폈다.

이들 매장의 제품 진열을 살피기 전, 먼저 일본 드럭스토어가 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는 이유, 일본 소비자들이 드럭스토어를 찾는 이유를 먼저 물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만 한 규모의 일본 드럭스토어 매장. 일본은 이러한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온누리 관계자는 "드럭스토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에게 물었다. 일본에서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통증이나 질환이 아닌 대다수의 소비자는 드럭스토어에 가서 일반의약품을 사 먹고 얼른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라고 한다"며 "또 생수를 사더라도 편의점보다 드럭스토어에 가는 이유는, 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즉 일본 소비자들은 '셀프메디케이션'이 생활화된 것인데,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일본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으려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환경적 요인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관계자는 "또, 일본 소비자들이 드럭스토어를 찾았을 때 구매 패턴을 물어보니, 소비자들은 'ㅇㅇㅇ를 달라'고 지명구매 하기 보다 불편하거나 아픈 곳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의약품 판매사나 약사에게 증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이나 건기식이나 의료기기, 무엇이 가장 적합할 지를 약사가 소비자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발생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 한쪽에 위치한 약사 조제 공간. (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매장 구성, 매뉴얼 기반으로 동선·카테고리 조절로 시작

드럭스토어 브랜드마다 매장이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 해도 지역과 위치에 따라 매장은 또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 매장 구성의 목표는 모두 같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상품을 사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온누리약국체인이 파악한 일본 드럭스토어 매장은 크게 ▲동선 관리 ▲카테고리 관리 ▲쇼핑을 돕는 제품 정보 관리 ▲전문가 상담 등으로 구성됐다.

온누리 관계자는 "매장마다 위치와 구성은 다르다. 그러나 거의 모든 매장이 건강 카테고리를 중심에 두고 짜여져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모든 매장이 입구와 오픈매대 위치에 따라 가장 눈에 띄는 곳,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에 의약품 등 건강 상품들이 진열돼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드럭스토어나 매장 중심 공간은 의약품이 진열돼있는데, 드럭스토어 전체 매출 중 의약품 등 헬스케어 비중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았던 점을 상기할 수 있다.

매장의 판매 주력 제품은 넓은 공간을 할애해 다른 제품보다 많은 재고를 한꺼번에 진열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사진: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일본은 알려진 대로 약사 외에 의약품 판매 관리사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의약품 매대에서 제품을 살피고 있으면, 관리사들이 다가가 찾는 제품, 불편한 곳을 물어보고 제품 구매를 돕는다.

온누리 관계자는 "우리나라 약국은 이 판매사 역할을 약사가 하고 있다. 또는 소비자들이 궁금한 제품을 가져와 약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패턴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매장 구성이 무엇일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드럭스토어 매장은 동선 디자인과 제품 진열은 물론, POP·POG 게시 등이 모두 본사에서 정한 매뉴얼대로 이뤄진다. 매장 별 특징에 맞춰 변경, 조정할 수 있는 매니저 권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본사에서 정한 매뉴얼대로 모든 제품이 제자리에 존재한다.

관계자는 "어느 매장이든, 누가 언제 진열하든 통일된 방침대로 소비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상세한 제품 설명과 시장 점유율 정보를 담은 제품 POG(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지팡이·보청기·만보기까지 '건강 카테고리'로 끌어안다

드럭스토어 매장 중심은 의약품이고 건강이지만, 매장 규모가 커지면서 의약품 외에도 식품과 화장품, 의약외품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드럭스토어들도 더 많은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가 언뜻 '약국 판매 용품'으로 생각할 수 없는 안경, 지팡이, 보청기, 만보기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건강', '케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면서, 드럭스토어가 판매하는 제품 카테고리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온누리 관계자는 "동선과 진열, 수많은 카테고리 확보, 제품 정보 제작과 게재까지 모든 요소를 약사 개인이 혼자 다 할 수 없다. 동선을 분석하고 배치할 수 있는 전문가의 견해, 상품 데이터베이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POP·POG도 그렇다"며 "일본은 마트나 편의점처럼 약국 또한 대기업에 의한 매장 디자인이 가능했기에 오늘날 드럭스토어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테고리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상품들. 모두 공통 카테고리 하에 의약품과 건기식, 의약외품, 공산품 등이 모여 진열됐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온누리 박종화 대표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는 우리 약국들에게 생소할 수 있어도, 일본에서는 30년 전부터 실험을 거쳐온 방식이다. 벌써 10년 전 '드럭스토어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이렇게 관리하라'는 간행물이 나오고 두루 읽힐 정도로 일반적이고 익숙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 모든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립된 개념"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본 드럭스토어 업계가 몇십 년을 고민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며 "구조가 다른 한국 약국 시장이라 해도, 이러한 마인드와 효율적인 매장 운영 방식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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