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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족집게 처방하는 '닥터AI'…진료현장에도 변화의 바람

  • 이정환
  • 2018-06-01 12:30:19
  • 정부, IBM 왓슨에 대항마 '닥터앤서' 개발에 357억원 투입
  • 전문가들 "닥터앤서·왓슨, 의사 대체불가…만능닥터 아닌 스마트 청진기"

#장면1. 늦은 새벽 P교수는 응급실 당직 레지던트로부터 걸려온 긴급콜을 받았다. 당직의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앰뷸런스에 실려왔다며 P교수에게 치료방향을 물었다. P교수는 당직의로 부터 간단한 환자 상태를 전달받는 동시에 태블릿 PC를 켰다. 25개 국내 의료기관의 환자 빅데이터가 저장된 '닥터앤서(DR. Answer)' 소프트웨어에 환자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다.

닥터앤서는 100만건에 달하는 EMR(진료의무기록), 수 만건의 심장CT, 혈관석회화·혈관조영술 진료기록을 수 분내 읽고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태블릿 화면으로 뽑아냈다. 국내외 최신 급성심근경색 치료 논문 수 십만건도 치료법 도출에 반영됐다.

P교수는 해당 화면을 캡춰해 당직 레지던트에게 전송한 뒤 세부적인 치료법과 주의사항을 전달했고, 긴급처치를 받은 환자는 치명적 후유증 없이 입원치료 후 일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환자는 흡연·고혈압·당뇨·가족력·비만 등 어떤 이유로 급성심근경색이 유발됐는지 분석된 자료와 함께 유의사항이 담긴 메시지 한 통을 전달받았다. 닥터앤서가 의료진 대면진료 결과와 빅데이터를 융합해 환자 맞춤형 생활습관교정 정보를 전송한 것이다.

#장면2. 종양학 전문의 Q교수는 출근길 오늘 만날 대장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치료 키포인트를 요약·메모했다. 오전 열릴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다학제 회의 준비를 위해서다.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진행될 다학제 회의에는 Q교수 외 병리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의료진 5명과 왓슨 온콜로지, 대장암 환자가 동시에 참석한다.

Q교수는 타 진료과 의료진과 대장암 환자 치료법을 놓고 30분동안 구슬땀을 흘린다. 현재 종양 진행 단계는 어느정도인지, 수술 범위는 어디까지 진행해야 할지, 치료약제는 무엇을 쓰고 케모테라피는 언제까지 병용할지 등이 논의 주제다.

종양학 표준 치료법과 최신 논문 수 만건을 '딥-러닝'한 왓슨도 의료진에게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한다. 초록색 '강력 추천(Recommended)', 주황색 '추천(For Consideration)', 핑크색 '비추천(Not Recommended)' 등 세 가지 색깔로 추천의견을 제시한다. 왓슨은 의학논문으로 자신의 추천의견 근거를 제시하는 작업도 빼놓지 않는다.

환자는 의료진과 왓슨이 자신의 종양치료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가감없이 지켜보며 최종 치료법을 선택한다. 스스로 대장암 치료에 참여한 환자는 다학제 진료 의료진과 왓슨이 치열한 고심 끝에 내놓은 치료법으로 대장암을 치료받고 종양 무진행 생존 상태 속 정기진료를 받으며 무리없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환자는 혹시라도 대장암이 진행되더라도 재차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기위한 상담을 신청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채 1만원이 되지 않는 본인부담금 만으로 다수 의료진과 왓슨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치료법을 꼼꼼히 들을 수 있는 장점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AI닥터, 병원·의사·환자에 가져올 변화들

병·의원 진료실 풍경이 빠르게 변모중이다.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루엣을 드러내며 의사, 환자와 소통·융합하는 모습은 이제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에서만 찾을 수 있는 사례가 아니게 됐다.

위 두 사례는 각각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형 AI의사 닥터앤서와 가천대길병원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왓슨 온콜로지가 우리 의료현장에 가져온 변화다.

닥터앤서는 이제 막 개발 첫 발을 뗐고, 왓슨은 국내 도입 1주년을 넘기며 안정기에 진입한 상태다. 닥터앤서팀의 경우 현재 총 1만1300여명의 진료·영상·유전체·생활습관 빅데이터셋을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심뇌혈관·심장·암·치매·뇌전증·소아희귀난치질환 치료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위해서다.

닥터앤서 개발 모식도
닥터앤서가 개발되면 의료진이 가장 합리적인 치료법을 고민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자칫 판단 미스로 오진을 내릴 확률도 크게 낮아진다. 개별 환자 케이스를 닥터앤서에 입력하는 것 만으로 수 분내 가장 합리적인 치료방법과 투여약제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닥터앤서가 의료진의 치료효율을 높이면서 발생할 여유시간은 환자들의 진료 이익으로 직접 연계된다. 단편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대면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늘어들고, 닥터앤서 치료법을 토대로 환자에게 더 상세한 치료계획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AI닥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데스크톱으로 구동 가능한 만큼 응급실과 일반 진료실은 물론 심지어는 병원 안팎을 가리지 않고 실시간 진료를 가능케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료진 간 치료법을 놓고 의견차를 보이는 소모적 논쟁도 상대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빅데이터 기반 표준진료법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하나의 치료법을 채택하는 데 긍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I닥터가 의사를 직접 대체할 것이란 견해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답했다. 아직까지 AI닥터는 직접 진료를 진행하는 게 아닌 의료진의 환자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AI닥터는 의료진 간 협진을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암, 치매 등 희귀난치질환 표준진료법을 제시해줄 때마다 의료진이 자신의 치료법과 AI닥터의 제안을 비교하고 타 진료과와 의견을 나누는 상황이 자주 연출될 것이란 논리다. 실제 왓슨을 적용한 국내 의료기관들은 치료때마다 '왓슨 다학제 협진팀'을 꾸려 환자와 함께 치료법을 모색한다.

길병원의 왓슨 다학제 협진팀 진료 현장. 환자와 병원 협진팀, 왓슨 분석팀이 한 자리에 앉아 치료방향을 놓고 논의중이다.
데일리팜은 닥터앤서 개발 총괄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와 길병원 왓슨 암센터 백정흠 교수(외과·길병원 AI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를 만나 AI가 진료실과 의사, 환자, 사회에 가져올 변화를 살펴봤다.

◆닥터앤서, 희귀·난치질환 정밀치료율 제고=닥터앤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25개 의료기관, 19개 IT기업과 함께 개발에 나선 AI소프트웨어다. 올해에만 50억원, 2020년까지 3년동간 총 357억원을 투입한다. 닥터앤서 팀은 심뇌혈관질환·심장질환·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치매·뇌전증·소아희귀난치성유전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총 23개 '국민 체감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는 닥터앤서가 당장 직접 치료를 주도하는 만능 닥터로서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의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의사의 환자 대면진료 시 빅데이터 기반 치료법을 제안하는 스마트 청진기를 만드는 게 닥터앤서의 1차목표라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출범 1달이 된 닥터앤서 팀은 이미 고품질의 풍부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했다. 심뇌혈관을 예로들면 2000명 이상 환자의 혈관조영술 분할 데이터와 심장CT 내 심근분할 2000명 이상, 뇌혈관질환 환자 레지스트리 3257례 등 데이터가 모였다.

해당 빅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치료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닥터앤서 팀의 역할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심장질환·유방암·대장암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SW나 대장암 치료 의사결정 지원 SW, 생존 기간별 유방암 재발 위험도 예측, 뇌동맥류·뇌출혈·심장질환·전립선암·치매 조기 진단 SW등이 개발된다.

김 교수는 "환자 사례가 적은 희귀·난치질환일 수록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진단영상을 놓고 의사 간 견해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닥터앤서는 이런 상황에서 진료법을 제기할 수 있는 하나의 스마트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닥터앤서가 개발되면 의사 오진과 노동강도를 줄여 환자 이익이 증진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또 왓슨과 달리 국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환자 데이터를 꾸준히 업데이트 시킬 수 있는 점도 닥터앤서 강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닥터앤서가 희귀·난치질환 명의들의 진료법을 딥-러닝해서 일관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내기술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매우 크다. 만약 왓슨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왓슨을 안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닥터앤서는 우리 기술이므로 버젼업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AI닥터 알고리즘을 갖고있지 않으면 항상 뒤쳐진 진료를 유지하면서도 소프트웨어 사용에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며 "닥터앤서는 일관되고 보편적인 수준높은 치료를 제공해 환자의 의료편차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왓슨, 고품질 의료 실현 '다학제 진료' 촉매제=가천대길병원은 AI 암 진단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지난 2016년 12월 최초 도입했다. 길병원 백정흠 교수는 왓슨이 의사 간 다학제 진료 협업을 촉진하고 환자에겐 자신의 질병 치료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왓슨이 직접적으로 병원에 영향을 준다기 보단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객관적 근거자료를 제공한다는 해석이다. 실제 길병원은 왓슨을 치료에 단일 적용하지 않고 다학제 진료를 접목중이다. 특정 암 환자가 왓슨 진료를 신청하거나 의사가 환자에게 왓슨 진료를 권유면 '왓슨 다학제 진료팀'이 즉각 꾸려진다.

가천대길병원 백정흠 교수
예를들어 폐암 환자 왓슨 진료팀이 신설되면 길병원 본관 1층에 마련된 AI암센터에서 치료법 회의를 위한 케이스 컨퍼런스가 열린다. 회의에는 폐암 진료와 관련된 호흡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흉부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다진료과목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왓슨AI가 참석한다.

평균 15분 가량의 왓슨 다학제 진료 회의 종료 후 최종 치료법을 결정하고 환자 견해를 물은 뒤 치료에 적용한다. 각 진료과 의료진과 환자는 왓슨의 객관적인 치료방향 조언을 비중있게 고려한다. 백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의료진 간 정보격차나 의견대립이 해소되고 최적의 치료법이 도출된다고 말한다.

백 교수는 "왓슨이 종양 표준치료 시대를 열고 있다. 진료과 별 의료진이 상이한 의견을 내더라도 왓슨이 빅데이터 진료 어드바이스 결과를 내밀면 대부분 이를 수긍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치료법이 합치된다"며 "과거 시니어 닥터가 권위적으로 피료법을 주도했던 상황을 왓슨이 개입하면서 더 객관적이고 수평적인 진료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왓슨 도입으로 자칫 유발될 수 있는 의료진의 '휴먼 에러'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점점 세밀하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진료 가이드라인을 왓슨이 자동으로 정리해줘 치료 정밀도와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환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한꺼번에 많은 케이스를 진료하다 보면 휴먼 에러 발생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 암종 별 치료 가이드라인은 꾸준히 바뀌어 나간다"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별 증상이 상이한 경우 과거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왓슨 진료 과정에서 진단 치료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 역시 왓슨이 의사를 직접 대체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봤다. 다수 의료진을 하나의 다학제 회의장에 모일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의사 대진 환자를 치료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왓슨은 환자와 의사 간 위치도 수평적으로 만들었다. 과거라면 환자는 의학적 지식장벽에 부딪혀 의사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왓슨 다학제 회의로 환자가 직접 질병 치료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되면서 환자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AI닥터가 진료현장을 변화시킨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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