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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환자 생존율 높이는 고가신약, RSA만 정답일까?

  • 이혜경
  • 2018-08-25 06:22:38
  • 위험분담제 도입 5년 토론회, "문제점 나올만큼 나왔다"...정부 정책 개선 의지
  • 대상 약제와 기준확대·후발약제 진입도 중요하지만 사후평가 필요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손질해 환자 접근성을 향상 시켜야 한다는 총론은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담은 각론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정부를 쳐다보는 눈이 여러개지만, 정부는 한정된 재정과 불확실성(Risk) 때문에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매번 반복되는 쟁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기본 4년(3년+평가기간 1년)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RSA가 1주기(cycle)를 돌았다. 머크의 '얼비툭스'는 지난 5월 RSA 재계약에 성공했고, 아스텔라스의 '엑스탄디'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RSA 재평가 관문을 넘었다. 2주기에 들어온 RSA는 신규진입 약제 뿐 아니라 재평가라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위험분담제 도입 5년, 평가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24일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위험분담제 도입 5년, 평가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좌장을 맡은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진행 솜씨가 좌중을 압도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던 기존의 토론회 방식에서 벗어나, 강 교수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했다.

강 교수는 심평원 위험분담제 소위원회 위원이다. 그래서인지 RSA 개선방안을 둔 그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자유발언 형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주제발표 발제자로 참석한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자유롭게 참여했다.

이날 강 교수가 던진 질문은 4가지다. 주제발표에서 김 교수와 이종혁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교수가 제안한 RSA 개선방안이 중심이었다.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이외 대상질환까지 RSA 확대해야 할까?

RSA는 우리나라의 선별급여등재(positive system)에서 고가신약 중 치료효과 입증이 어려운 경우 보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선별급여등재 방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된 제도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적용 대상도 제한적이다. RSA는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기타 위원회가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부가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RSA가 환자 접근성 향상 뿐 아니라 보험재정 부담을 낮추는 등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어느 정도 실효성이 확인된 만큼 RSA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제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쟁에 대해선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시원하지는 않지만, 해갈할 수 있을 정도의 정부 입장을 밝혔다.

곽 과장은 "관련 규정상 '나' 조항으로 위원회에서 개별적으로 (대상약제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활용된 적은 없다. 현재 심평원에서 기준 마련을 위한 실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

곽 과장은 "기준을 만들어서 공개하면 제약업계에서 예측가능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들이 암, 희귀질환에 못지 않은 질환을 갖고 있다면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보인다. RSA를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제약업계가 요구하는 만성질환 등으로까지 RSA를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왼쪽부터) 이종혁 교수, 장우순 상무, 백민환 회장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RSA 대상의 '희귀질환치료제'를 '중증질환치료제' 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치료제로 제한되면서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희귀약제가 있다는 것인 이유다.

반면 강아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부장은 대상약제 확대를 반대했다. RSA 2주기에 들어가면서 핵심인 재평가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 약제에 대한 규제만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RSA 약제의 불투명한 약가 부분을 지적하면서, 강 정책부장은 "비밀약가, 비밀계약으로 약가제도의 투명성이 현저히 약화됐다"며 "약제 평가가 이뤄지는 심평원 약평위의 회의 속기록이나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의 결과를 공개해 외부 모니터링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선등재 약제의 독점권 Vs 후발약제 진입 완화

RSA가 체결돼 있는 약제와 대체관계에 있는 신약은 RSA 대상에서 제외된다. 후발약제의 진입장벽이 여기서 나오는 말이다. 이미 RSA로 들어온 약제들 또한 적응증이 추가될 경우 급여기준을 확대하기까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게 토론회 발제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RSA 선등재 약제의 독점권에 대한 주제는 김 교수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좌장인 강 교수까지 침묵을 깨고 의사로서의 소견을 밝히며 시민단체 측에 "학회에 참석해 같이 공부했으면 한다. 우리도 학회 1년 정도 참석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약제들이 쏟아진다"고 후발약제의 진입 완화 주장을 거들었다.

김 교수는 "다발골수종 환자 2, 3차 치료제로 레블리미드가 쓰인다. 1차에서 쓰면 급여를 받지 못한다. 2006년에 급여로 들어온 보테조닙(벨케이드)이 있기 때문"이라며 "보테조닙도 좋은 약이지만 부작용이 있다. 좋은 약이 들어왔는데 1차로 같이 써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좌장인 강 교수는 조금 더 나아가 치료약제 선택에 있어 의사의 자율권을 인정해 달라고 했다.

강 교수는 "다발성골수종 환자는 폐렴, 신장기능저하 등 수만가지 양상이 다 나타나 약제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요즘 새로운 약제가 많이 개발되는데 쓰질 못한다. 환자가 자신, 부모, 친척이라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일반적인 레귤레이션(규정)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의사에게 자율권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최은택 국장, 강아라 정책부장, 김기현 교수, 강진형 교수, 윤일규 의원
만약 의사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라면, 사용하는 모든 약제를 신고하고 의사 또한 제한하는 방안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강 정책부장은 "한국은 선별급여등재라는 확실한 방안이 있다. RSA만 환자 접근성을 향상한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고, 최은택 히트뉴스 국장 또한 "후발약제가 진입하면 선발약제의 RSA가 자동종료된다. 예외를 최소화 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는데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다"며 후발약제 RSA 적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곽 과장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표현을 썼다. RSA는 정부가 아닌 글로벌제약회사가 요청한 제도인데, 돌고 돌다가 결국 약가 불투명이라는 논쟁에 노출되면서 정부 뿐 아니라 글로벌제약회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곽 과장은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글로벌 영업전략의 이론에 포섭돼 환자 접근성 향상을 끌어내는게 맞는지, 우리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퀘스천 마크가 나올 수 밖에 없어 RSA를 선택했다"며 "재정중립을 지키면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비교형량을 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RSA 급여범위 확대, 3제 옵션까지 급여 요청

최근 개발되고 있는 병용요법 약제들이 다양할 뿐 아니라 RSA 약제들 또한 적응증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급여범위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있어왔다.

곽 과장은 현재는 RSA 약제의 추가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인정해주고 있다며, 다만 기준 완화에 대해선 첫 급여등재 당시 엄격한 절차와 형평성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국 만큼 약가를 내줄 자신이 없으면 기준완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안된다"며 "2, 3차 약제가 1차에 쓰일 수 있는 적응증을 얻어도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좌장인 강 교수는 "기전이 같아도 임상에서는 사람마다 다르다. 책상에서 책으로 보면서 비슷한 기전이라고 하는데 (정부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3년 이후 1년 간 재평가 과정, 사후평가 방안은?

RSA 1주기를 끝내고 2주기에 들어서면서 사후평가, 사후관리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정부펀드로 진행되는 사후평가의 필요성이 언급됐는데, 곽 과장은 이미 사후평가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발주된 상태라고 했다. 현재 이 연구는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 결과물이 나온다.

곽 과장은 "건강보험에서 (가입자) 대리로 약을 구입하는 입장인데,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힘들다"며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효능 부분도 정확하지 않다. 제약회사가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자료를 통해 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사후평가 툴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순하게 임상데이터를 활용해 단순 수치와 청구금액을 보는 것을 넘어서 RSA 약제 뿐 아니라 고가약까지 제대로 평가해 재평가, 재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 정책부장은 사후평가를 통해 임상적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에 대한 퇴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번 임상에서 사용된 건 사후에 낙제점 받아도 퇴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 정책부장은 "RSA 약제에 대해 사후평가에서 약가인하, 퇴출전략을 쓸 수 없다면 RSA 도입 취지를 살리고 있는건지 의심이 든다. 사후 조정이 어려우면 건보공단 협상력도 약해질 수 있는 만큼 RSA 약제를 투약하는 환자들에게 '일시적 급여'를 명확히 밝히고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토론회 시작부터 끝날때 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경청했다.

윤 의원은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법안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그동안 RSA를 통해 나온 논란을 왜 해결하지 못했는지, 처음부터 사후관리와 평가가 담보됐어야 했는데 안된 이유를 듣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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