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몰, 예비타당성조사, 그리고 정부 R&D
- 데일리팜
- 2019-03-25 13: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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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기획단장/산업기술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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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후에는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일몰 후에는 당연히 해가 다시 떠야 하지 않나요?” 보건복지부 출연금 연구개발사업 전부 일몰대상이라고 덧붙여 말씀드리자 연구자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소규모 풀뿌리과제도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왜 지금까지 제대로 안내를 해주지 않았던 겁니까?” 연구자들은 내년부터 연구과제 지원이 어려울 거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속사업으로 인해 사실상 신규투자가 어려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으로 R&D 분야 750개 중 594개가 사업 종료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채 추진되는 계속형사업에 해당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계속사업 중 순수기초연구, 인력양성, 기관지원 등의 성격을 가진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다 일몰형 사업으로 분류하여 2020년까지 종료기한을 설정하는 ‘일몰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몰형 사업에 대해서 기간연장을 요구할 경우는 기간연장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일부 내역사업에 대해서만 기간연장이 되었을 뿐 대부분 기간연장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일몰사업 후속으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보건의료 R&D 분야 사업은 단 1개에 불과하다. 기존사업과 차별화되어야 하며 경제성도 인정받아야 하는데 주요 분야는 기존분야와 차별화하기도 어렵고 보건의료 R&D 대부분이 단기간 내 경제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품 분야와 같이 경제성이 높으면 높은대로 정부투자 영역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받기도 한다. 일몰사업 대부분 신약, 의료기기, 화장품, 한의약, 중개연구, 임상연구, 재생의료와 같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시방편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 이하로 브릿지사업을 기획하여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년 일몰되는 규모를 대체하려면 일몰사업 1개당 다수의 브릿지사업이 필요하며 10개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업별로 중복도 인정되지 않으니 애초부터 브릿지사업으로 기존 일몰규모를 모두 메우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 정부 R&D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있을까? 비슷한 제도가 있다하더라도 연간 수천억 규모의 대규모사업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고 더욱이 R&D에 대해 경제성평가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정부 R&D 투자가 경제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고위험분야나 공공영역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충분히 있는 분야라면 민간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설사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기획 1년, 평가 8개월, 예산심의 1년의 세월을 지나고 나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투자시점이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여러 차례 개선해왔으나 기본 틀은 기존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정부 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시도가 필요하다.
올해부터는 일몰사업에 대해서도 부처요청이 있으면 심의를 통해 예산을 반영해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한 정책도 결국 임시방편 일뿐 미래를 대비한 근본적인 정책은 아니다. 정부 R&D 투자가 지연되는 사이 대학, 병원, 연구소 연구환경은 고사되어 가고 있고,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박사졸업자들은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2년간(2014-2016년) 바이오와 의료분야의 최고기술국인 미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년에 불과하다. 동기간동안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0.5년이다. 기술경쟁은 마라톤경주와 같아서 1년만 R&D투자가 지연된다면 기술격차가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 R&D투자는 불확실하고 위험성이 높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확실하고 위험성이 낮은 과거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연구자들이 다시 뜨는 해를 기대하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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