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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이번에는 달라질(?) 수가협상

  • 김정주
  • 2019-05-07 19:22:50

바야흐로 봄이다. 올해도 계절처럼 어김없이 수가협상이 돌아왔다.

새 정부 출범 후 건강보험의 혁신적인 보장성강화 정책과 함께 행위료에 대한 적정보상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 경향과 흐름에 공급자를 대표하는 의약단체들은 또 다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수가협상과 합의, 계약을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김 없이 희망과 기대, 좌절과 원망, 반박과 재반박이 돌림노래처럼 이어진다. 이번 협상에서도 재정 적자를 관리하기 위한 공단과 적정 보상을 외치는 의약단체들 사이에서 똑같은 장면이 필연적으로 연출되리라 전망된다.

아젠다는 잠시 접고 수가협상의 뒷얘기를 해보려 한다. 수가협상을 10년에 걸쳐 지켜본 기자의 경우, 최근 몇년 새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공급자 뿐만 아니라 가입자조차 '깜깜이 협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인 한 시민사회단체가 회의 내용을 비판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차기 위원회 명단에서 배제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시절이다.

건보공단은 협상단 일정조차 마치 일급비밀인양 숨기기에 급급했고, 의약단체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호도하면서 의약사 회원들의 환심을 구하기 바빴다. 수가자율계약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된 원칙이나 매뉴얼도 없이 어설픈 관성에 따라 '수' 싸움에만 힘을 쏟았다. 보험자는 최후 보루인 추가재정소요분(벤딩, bending) 정보를 사수하며 상대의 패를 살폈고, 처방권을 쥔 공급자, 그 사이에 전략을 짜는 공급자들 간 눈칫밥만 늘었다. 단체 협상에서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소위 말하는 '제로섬 게임'이 심화한 데 따른 폐해다.

협상이 끝나고 나면 어떤가. 보험자는 노련한 협상 경험자의 노하우 전수, 교육 기회나 여유를 주지 않고 원칙만 내세워 인사이동 하기 바빴고, 공급자들은 성과를 한껏 부풀려 암은 감추고 명만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보험자와 공급자의 어처구니 없는 협상 후일담, 또는 무용담을 듣고 절로 혀를 찼던 기억이 선명하다. 현재 건보공단이 제도발전협의체를 꾸리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공급자 측에서도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협상 지연 전략을 청산한 것만 보더라도 수가협상은 한층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공단은 날을 세워 이어가는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이달 중 열릴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벤딩 조기 공개 논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급자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렴한 결과다.

사실상 공단의 유일한 패라고 볼 수 있는 벤딩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모적인 협상 관행을 철폐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협상에서 논의되는 소위 의미 없는 '밀고 당기기'보다 그 밖의 다른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가 결정 이상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2년에 걸친 유형별 수가협상을 통해 우리는 보험자와 공급자 간 소모적인 수싸움과 의미 없는 논박을 무수히 지켜봤다. 그 사이 나라는 보건복지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고 근거 중심의 제도를 확립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협상 결과를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그 과정만큼은 시대의 수준에 맞게 성숙하고 합리적인,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질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진짜 협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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