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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해인 님과 약쿠르트 님, 그리고 PR

  • 데일리팜
  • 2019-06-10 06:00:22
  • 모연화 약사(경기 성남시 모약국)

모연화 약사
PR은 오랜 기간 홍보로 해석되어 왔다. 자기 PR은 스스로를 홍보함이고 약사회 PR은 약사회를 홍보함이며, 회사의 PR 부서는 자기 회사를 홍보함으로 해석됐고,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 우리 기관의 장점을 알리지?'라는 선전 활동을 PR인양 해나갔다.

그런데 PR은 홍보가 아니다. PR은 Public Relations 이다. 즉 '공중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다양한 활동' 그 자체가 PR이다. (public(공중)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여론을 만들어가는 주체.)

공중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이 PR이기 때문에 PR은 쉽지 않다. 왜냐면 관계란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맺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중과 우호 관계를 맺어가는 PR 활동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유튜브에 '듀피젠트' 관련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정확히 6시간 후에 사노피 PR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나에게 세 가지 부분을 논의해보자고 했다. 첫째는 주사제가 만능이 아니라고 한 표현이 옳긴 하지만 조금 순화 시켜줄 수는 없는지, 둘째는 비급여 약이라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니 가격 정보의 범위를 고쳐 줄 수 있는지, 셋째는 장점과 단점을 좀 더 균형 있게 적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조회 수가 20회가 채 되지 않을 때 받은 연락이라 그들의 신속함에 정말로 놀랐다. PR 업체는 자사 제품 혹은 정책에 공중이 언급하는 말과 글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더 놀라웠다. 현재도 그 영상의 조회 수는 그리 높지 않다.(혹시 초기 관리를 후회하진 않겠지?)

반면 유튜버 '약쿠르트'*의 아로나민 사례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일동은 영상이 엄청 유명해지고 나서야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그런데 그 영상을 좋아하고 댓글을 달았던 공중의 감정을 많이 고려하지 못했다. PR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우호적 관계'의 문제이다. 일동의 시시비비가 아무리 옳아도 그것은 공중에게 옳음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공중이 '좋아요'를 수백 개 누른 영상이 내려졌고, 약쿠르트는 마스크를 쓰고 영상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으며, 이 부분은 공중에게 '일동이 영상을 내리게 만들었어', '약사의 입을 막았어'라고 해석될 개연성을 남겼다. (하지만 PR 이론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글'과 '영상'은 관리하는 것이 맞다. 핵심은 그것을 어떻게 내렸어야 공중의 감정이 여전히 일동 우호적일지를 고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좋은 관계를 맺게 만들어 주는 활동이라는 PR이 이래서 어렵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의 잣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사회 PR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약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약국의 역할을 홍보하고 공공재로써 전문약을 홍보하는 것은 홍보이지 PR이 아니다.

약사회는 PR을 위해 현재의 공중이 약국과 약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공중의 니즈(needs)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또 약쿠르트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 공중이 약사에게 가장 원하는 니즈는 '내 입안에 들어가는 모든 물질에 대해 약사라는 전문가가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겠다'이다.

필자가 굳이 물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약국이라는 공간은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약국이라는 공간은 약을 적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건강으로 이끌어 주는 공간이며, 약사라는 사람은 약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약국과 약사는 실제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중은 내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물질이 매일 궁금하다. 세세한 부작용부터, 사용법, 성분, 직구 품질은 어떤지, 천연은 정말 천연인지, 수많은 마케팅의 홍수에서 공중은 약사가 어떠한 필터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공중의 가장 큰 니즈이다.

물론 그것을 약쿠르트가 알려주니 (잘 생겼다.)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공중은 '약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우호적 관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전달돼야 할까? 친구 사귈 때 근엄하게 이야기하거나 잘난 척 하거나 혼자 말하면 어찌 되는가를 상상해 보면 된다. '메시지'도 중요하고 '메신저'도 중요하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메신저의 태도가 권위에 차 있거나, 메신저에 호감이라는 무기가 없다면 공중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거참!)

오늘의 칼럼은 필자답지 않게 길었다. 그래서 총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PR은 공중을 분석하고, 타겟(target) 공중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효과적인 '메신저'에 태워 전달하고, 공중의 반응을 관찰하고, 메시지와 메신저를 수정해 나가는 여러 과정을 통해, 상호-호혜(너도 좋고, 나도 좋은)라는 성공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 분석 뿐 아니라, 여론을 만들어 내는 공중도 분석해야 한다. 소비자만 분석해서는 결코 공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없다. 내 소비자가 아니더라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PR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공중의 감정을 염두에 둔 PR 위기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예전처럼 나쁜 기사는 지우고, 좋은 기사는 띄우는 형태의 전략으로는 결코 공중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덧붙여 약사회 PR은 약사와 약국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공중이 원하는 약사, 공중이 원하는 약국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공중의 상황에 맞는 메시지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정해인 님*은 이미지이지 PR 활동이 아니며, 전략 없는 메시지는 결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약쿠르트 - 약사 유튜버 크리에이터 *정해인 - 봄밤 드라마 주인공. 현재 약사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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