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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가 '코리아패싱' 현실화...제약계가 생각해 볼 문제들

  • [DP스페셜]참조국 늘어 급여 지연·철회 우려 확산…업계-정부, 탄력적 논의 필요
  • 개별 사례에 대한 정확한 판단 중요…일방적 '한국 핑계' 가려내야

[데일리팜=어윤호·김진구 기자] 같은 말이지만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 맞다. 제약산업에서 '코리아 패싱'은 국가간의 갈등상황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다국적제약사가 타국의 약가를 위해 한국을 배제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제약업계의 코리아 패싱이란 용어 사용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현상의 조짐이 있고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중심에 있는 재화는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이다. '존재하지만 먹을 수 없는 약'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히 우려해야 할 일이다.

코리아 패싱의 원인과 아이러니='대한민국 약가는 낮다'. 추론은 가능하지만 현 상황에서 '참'이라 규정할 수 없는 명제다. 제약업계 역시 불만은 있지만 단정하지는 못한다.

수많은 국가들의 약가제도가 다르고 산정방식이 다르다. 세금, 실거래가, 공급가 등 요소들이 가감된다. 고가약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중약가의 비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약가가 OECD 국가의 45% 수준'이라고 결론을 도출한 한 연구에 대한 비난이 제기된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특정 약물의 국내 보험급여 등재가 미뤄지거나 철회됐다면 이유가 '약가가 높아서'는 아니다. 적어도 제외국들이 참조하게 될 우리나라의 약가는 다국적사 입장에서 감추고 싶은 가격임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 일본, 그리고 최근 중국까지 다국적사 입장에서는 매출 비중이 큰 나라들이 한국의 약가를 참조하고 있고 업계는 이를 코리아 패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들이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가가 낮아서'라기 보단 '약가가 투명해서'가 정확한 답일 것이다.

단일 보험자, 즉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시스템 아래 대체약제와 비교하고 경제성평가를 거쳐 급여목록에 등재되는 한국의 약가제도 아래 산출된 약가는 그야말로 타 국가들이 참조하기 좋다.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가 도입됐지만 상대적으로 이중약가 비중도 적다. 그런데, 의약품 시장규모는 전세계 1.5~1.7%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참조하기 좋은 투명한 약가 때문에 코리아 패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제약업계는 약가 비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RSA 확대를 통해 이중가격 비중을 늘리고자 함도 맥을 같이 한다.

한 다국적사 약가(MA, Market Access) 담당자는 "약제별로 상황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한국법인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코리아 패싱은 업계와 정부가 꾸준히 대화를 진행하면서 해결책을 논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 본다"고 말했다.

코리아 패싱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코리아 패싱은 우려하고 대비해야 할 현상이 맞다. 단, 그 당위성은 하나하나의 사례마다 명확히 살피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급여 철회 및 포기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가령 노바티스의 천식치료제 '졸레어(오말리주맙)'는 업계가 주장하는 코리아 패싱의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노바티스는 국내 허가 11년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졸레어를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단계에서 포기했다.

원인은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은 약가 참조국으로 한국을 추가했고 노바티스 본사는 적어도 20배나 큰 구매력을 갖춘 시장에서의 약가가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중국 쇼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맞다는 것이 아니고 정당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업계가 우려하는 '더 큰 시장을 위한 한국 포기', 기업논리 안에서 타당한 결정의 코리아 패싱 사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다나베의 루게릭치료제 '라디컷(에다라본)'은 다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라디컷의 RSA 환급형 등재를 앞두고 돌연 철회했다. 이유는 캐나다였다. RSA 환급형은 제약업계의 코리아 패싱 해결방안으로 꼽힌다. 환급형을 RSA서 제외, 일반등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있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실제가가 아닌 표시가가 캐나다 약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한국에서 급여 등재를 포기한 것이다.

표시가는 주로 제약사 측이 제시하는 가격이다. 실제 제약사들은 약평위 단계에서 정해진 표시가의 내외부 적정성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한국 상황을 본사에 보고하고 컨펌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당연히 외국의 등재 스케쥴과 해당 국가의 참조가격제도(ERP, External Reference Pricing)도 이때 고려된다.

캐나다는 2017년 5월 우리나라를 참조국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표했고 올 연초부터 시행했다. 한국에서 RSA 논의를 진행할때부터 당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게다가 캐나다는 최근 결국 한국을 참조국에서 제외했다.

오노약품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는 더하다. 2017년 8월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환급형·총액제한형 유형으로 등재 된 후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폐암 2차요법 등에 대한 급여확대 사전협상 결렬 후 사실상 한국 시장을 내려 놓았다.

보건당국은 재협상을 제안했지만 오노는 거부했다. "본사 차원의 결정이 내려졌다"가 그들이 내놓은 답이다. 이미 RSA로 등재된 약물이고 급여 확대 논의였다. 협의 조차 하지 않는다. 참조국이 이유가 아닌 것은 자명하다.

졸레어, 라디컷, 옵디보는 모두 코리아 패싱의 사례다. 그러나 다르다. 졸레어가 우려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라디컷과 옵디보는 아니다. 비난의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회사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약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정부도 다양한 안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철회 선언을 모두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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