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09:46:39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제품
  • #허가
  • 신약
  • GC
  • 글로벌
  • 약가인하
로게인폼

[기자의 눈] 제약·유통·약국, 업종 간 불신 위험하다

  • 정혜진
  • 2019-11-01 06:10:14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태풍이 오면 그 영향이 수면은 물론 고요하던 심해까지 미친다.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것들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작은 쓰레기부터 대형 쓰레기까지 강물에 떠내려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라니티딘이라는 태풍에 약업계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크고작은 문제점들이 많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큰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라니티딘 전 품목 판매중단과 회수는 우리 업계가 그동안 안보려 애쓰며 묻어두고 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 대형쓰레기 중 하나는 업종 간 불신이다.

신호탄은 유통업계가 먼저 쏘아올렸다. 발사르탄 사태를 경험한 유통업계는 다시는 같은 피해를 반복할 수 없다며 일정 회수비용을 제약사로부터 보상받겠다는 뜻으로 '요양기관 공급가+회수비용 3%' 정산을 제약사에 요구했다. 한달여를 끈 끝에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협상에 응하고 있지만, 대형제약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유통과 약국은 어떤가. 약국은 유통이 반품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도매업체들은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이니 서두를 필요 없다 했지만, 약국은 회수와 정산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중이다. 자칫 회수가 늦어지면 정산도 늦어져 약국에 금전적 피해가 올까 싶어서다.

제약과 유통, 유통과 약국 간 갈등은 불신에서 기인했다. 제약사는 정산비용 추가지급 자체를 꺼리기보다는, 이런 틈을 타 일부 도매업체가 꼼수를 부릴까 싶어 불안해하는 눈치다. 도매업체는 약국이 반품 피해를 도매에 떠넘길까봐, 약국은 도매업체가 반품을 기피해 결국 '생돈' 주고 매입한 약을 약국이 폐기처분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뿌리는 과거에 상대를 믿었다 피해를 본 경험에서 시작됐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도매업체의 회수비용 요구 근거를 믿지 못하겠다는 제약사를 보며 "그동안 우리 업계 선배들이 얼마나 꼼수를 부려 부당이득을 취했기에 제약사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나 싶어 새삼 우리를 되돌아보기도했다"고 말했다. 불신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시쳇말로 해먹은 사람이 따로있는데 정직하게 영업하는 후배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꼼수를 부려도 사업이 굴러가던 시대는 지났다. 전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 정상적인 업체들은 투명하게 거래하고 정산하고 있다. 또 그래야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다. 제약사와 도매업체, 약국도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졌고 상당수 업체들이 과거처럼 영업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과거 경험에서 우러나온 피해의식과 일부 비정상적인 업체들을 근거로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고 버틴다.

결국 불신의 결과는 라니티딘 회수 지연,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갈등과 감정 싸움이다. 문제는 상한 감정으로 앞으로도 계속 거래를 해야한다. 이번 라니티딘 정산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얼마만큼의 신뢰관계에서 거래를 할 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사태가 서로의 불신만 확인한 채 끝나지만은 않을 거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쓰레기 뿐 아니라 전에는 찾을 수 없었던 전복과 희귀한 물고기도 같이 떠오른다. 업종 간, 업체 간 불신을 해소할 기회도 함께 주어졌다. 서로가 솔직하게 정산 협상 태이블에 앉을 때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