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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바이러스, 공포와 공존의 두 얼굴

  • 노병철
  • 2020-02-03 06:15:0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가 아닌 환경과 필요에 의한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인류의 역사는 300만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현생 인류는 4만년 전 불(火)과 도구와 문자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불의 사용인데, 날것을 익혀 먹으면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1차원적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대와 근대에 이르러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명 '우한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내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판데믹(대유행)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는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이 학계를 통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쥐 유래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89.1%)이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의 상동성은 39~43%로 낮았으며, 메르스와는 50%, 사스와는 77.5%의 상동성이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인간 활동 영역이 광범위해지면서 동물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오기도 한다. 예컨대 사스(박쥐와 사향고양이)와 메르스(박쥐와 낙타)가 이에 해당한다.

통상적 계절독감 사망률은 0.1% 정도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25만~50만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3000명 정도가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밝혔는데,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이 감염자 1명에게서 다른 사람 1명 이상으로 전파된다는 뜻이다. 사스의 경우 R0이 4였고, 메르스는 0.4~0.9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정부의 치밀한 방역 시스템과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포비아(공포심) 유발의 저변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신종'이라는 '처음 접하는 미지'로 귀결된다. 바이러스는 보통 두가지 변이를 일으키는데 항원표류와 항원변천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항원변천인데, 감염자의 면역기능을 크게 무력화시키고, 전이가 빨라 대유행인 판데믹을 유발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플루에 의한 치사율은 계절독감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차분 대처의 역사적 역설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판데믹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례가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3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도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불렸고, 국내에서는 740만명이 감염됐고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방역시스템과 대증요법의 발전을 적극 감안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난항인 이유는 뭘까. 바이러스는 크기도 작고 복제 주기가 짧아 빠른 속도로 변한다. 또 다른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만 그것을 이용해 번식할 수 있고, 일반적 배지에서 바이러스만 단독으로 배양할 수 없어 연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단순해 조작이 쉽고 효과가 높아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중요한 도구로 쓰임이 많다. 암 용해 바이러스도 개발 중이며, 몇 개는 임상시험 중이다. 세균은 무생물, 공기, 육체 등에 존재하면서 번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 간 이루어지는 병원체로 타액, 접촉에 의해서 번식한다. 즉, 동물을 포함한 인간도 바이러스의 숙주인 셈이다.

바이러스는 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17세기 중반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여과성 병원체다. 크기는 0.01~0.2μm 정도며, 세균과는 달리 너무 작아서 19세기 말에 와서야 작아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고,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에야 드디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 DNA 중 정크 DNA에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섞여 있는 점이다. 파리와 인간의 DNA만 해도 60% 정도가 동일하다. 또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HERV-FRD란 내생 레트로바이러스는 산모와 태아 간에 단백질 막을 형성해 산모의 면역반응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후천적으로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의 핵에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물론 개체 전체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지적인 부분에 한정된다. 증식을 위해 끼워 넣은 DNA가 어떤 이유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숙주의 몸에서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서열로 남아 이리저리 섞이다가 돌연변이원으로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생식세포를 감염시키고 그것이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탯줄이 이런 경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2~14일·추정)가 길고, 무증상 감염 유발·치사율에 대한 통계가 없다. 백신·치료약이 없다는 점도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킨다. 감염 증상은 기침·발열·폐렴 등 감기의 재증상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500만명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입원, 8200명이 숨졌다. 신종플루의 경우 74만835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263명이 사망했다. 독감 바이러스도 완벽한 백신·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독감에 걸렸다고 유난을 떨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들갑과 무서움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슬기롭게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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