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평 최고등급 상장 불발의 나비효과
- 차지현
- 2025-04-24 06: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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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스코는 국산 31호 신약이자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다. 2010년 초 오스코텍과 함께 후보물질을 개발해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재수출하면서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은 일정 비율에 따라 기술료 수익을 분배받고 있다.
제노스코는 작년 4월 거래소 지정 전문 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AA등급을 받아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이제까지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AA·AA)을 획득한 신약개발사는 제노스코가 유일하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는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루닛 한 곳에 불과하다. 제노스코는 기술성 평가에서 신약개발사로선 유일하게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거래소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제노스코 상장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가 문제 삼은 지점은 중복상장 문제다. 모회사인 오스코텍과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렉라자라는 '동일한' 신약 하나에 기업가치를 의존하는 상황에서 자회사가 상장을 하면 시장에서 같은 자산이 두 번 평가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거래소 측 논리다.
그런데 중복상장이 정말 문제가 될 사안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동안 국내 자본 시장에서 논란이 됐던 건 쪼개기 상장이다. 쪼개기 상장이란 모회사가 수익성 있는 사업부 또는 유망 파이프라인을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뒤, 이를 다시 별도로 상장시키는 구조를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 쪼개기 상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쪼개기 상장은 주주가치 훼손과 직결된다. 모회사 기존 사업부를 잘라내 자회사로 만든 후 상장하면 해당 자회사 지분은 전부 모회사 소유가 된다.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주식을 직접적으로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회사 가치 상승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이 물적분할 후 5년 내 자회사 상장 제한 및 심사 강화 등 골자로 한 규제를 신설한 배경이다.
반면 제노스코는 2000년 오스코텍 창업주 김정근 대표가 미국 보스턴에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모회사 기존 사업부를 떼어내 설립한 게 아닌, 처음부터 독립적인 법인으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과는 결이 다르다.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의 주요 매출원은 같지만, 설립 출발점과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쪼개기 상장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현재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산, 기술, 수익구조를 일부 공유하고 있다고 해서 자회사 상장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거래소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기업가치 적정성 등을 정성적인 심사 기준에 따라 상장 허가 여부를 판단할 뿐이다.
사실 기술이 '협업 기반'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은 바이오텍으로선 중복상장은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바이오텍 기업가치 핵심은 실질적인 기술 독립성과 기업 고유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부 기술이 중복되더라도 해당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고 사업화하는지에 따라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쪼개기 상장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중복상장 논란을 차지하고라도 현재 제노스코의 수익 구조가 상장의 걸림돌이 되는 게 역차별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특례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대부분 신약개발사는 매출이 없는 상태다. 상업화한 신약 기술료를 모회사와 나누는 제노스코 매출 구조가 상장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제도 본래 취지와 상충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소 결정이 안그래도 침체된 바이오 시장에 한층 더 냉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자본시장은 기업공개(M&A)가 활발하지 않은 만큼, IPO가 사실상 유일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수단으로 꼽힌다. 기술력을 검증 받은 기관조차 상장이 불발된다면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회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제노스코 상장 이후 오스코텍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기존 투자자 그리고 이들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지닌 거래소 입장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제노스코가 제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계획대로 임상을 진행하고 유의미한 연구개발(R&D) 성과를 창출해야 궁극적으로 오스코텍 기업가치 역시 동반 상승할 것이다. 양사 그리고 바이오 업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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