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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성큼...'뉴노멀' 시험대 오른 제약업계

  • 김진구
  • 2020-06-04 06:20:35
  • [창간기획]⑩유연·재량근무 등 새 업무형태 시도
  • 실무진 대상 설문조사선 재택·유연근무 정착 가능성 ‘51 대 49’ 응답
  • 완전정착 위해선 불통·감시·보안 등 숙제도…“CEO 결단이 좌우할 것”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예고 없이 ‘뉴노멀(New Normal)’ 시험대에 올랐다. 짧게 일주일에서 길게 석 달까지 재택근무를 경험한 제약사들이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기준'을 뜻하는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핵심은 ‘근무형태의 변화’다. 이미 트위터·페이스북 등 미국 IT업계는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재택근무를 지속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 사태가 재택근무의 도입을 10년 이상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뉴노멀과 관련한 실험에 한창이다. 전면 재택근무까진 아니더라도 유연근무(격일출근)·간주근무(자율출근)·재량근무(대체휴가 활용) 등 다양한 근무형태에 대한 실험이 내근직뿐 아니라 영업·생산·연구개발 파트 등에서 시도 중이다.

◆다국적사 직원 A씨가 체험한 ‘뉴노멀’의 일상

한 다국적제약사의 홍보담당자 A씨는 사태 초기인 2월부터 재택근무를 했다. 현재는 국내 코로나 사태가 고비는 넘겼다는 판단에 따라 격일로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로 완화된 상태다.

그의 재택근무 일상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오전 9시 노트북을 열면 회사 메신저로 자동 접속된다. 메신저로 접속하면 ‘출근’으로 간주된다. 복장은 회사로 출근할 때보다 캐주얼하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게 입을 수도 없다. 하루에도 두세 차례 화상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기자들에게 배포할 보도자료를 확인한다. 얼마 전 외부협력업체 맡겼던 보도자료 초안이 메일함에 들어왔다. 마케팅·의학부 담당자와 검토한 뒤, 보완사항을 다시 협력업체에 보낸다. 평소처럼 회사 내외부와 소통은 전화 혹은 메신저를 이용한다.

점심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평소엔 정해진 점심시간에 기자미팅을 진행했다. 기자미팅이 없는 날이면 동료직원과 삼삼오오 식사를 하러 나갔다. 재택근무 땐 다르다. 노트북 앞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점심식사 후 휴식은 없다. 오후회의 준비 등 업무가 이어진다.

오후 1시 30분, 화상회의가 열린다. 내년도 준비를 위한 회의가 소집됐다. 담당PM과 허가담당자, 마케팅부서, 의학부 등에서 7명이 참여했다. 평소라면 회사 회의실에 모두 모여 진행했겠지만, 재택근무자가 많은 관계로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된다.

오후 3시 30분, 화상회의가 한 건 더 잡혔다. 아태지역 담당자와의 글로벌회의다. 평소에도 화상회의로 진행했던 회의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을 공유하고, 국내정책을 업데이트하며 화상회의는 마무리됐다.

이밖에 기자의 제품문의에 답변하고, 외부협력업체와 계약서를 검토한 뒤 하루 업무가 끝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한 시간여의 퇴근길은 따로 없다. 노트북을 닫으면 퇴근이다.

늦은 저녁, 평소라면 하지 않을 업무가 하나 더 잡혔다. 글로벌 화상워크숍이다. 관련 담당자들이 해외 모처에 모여서 진행했을 워크숍이다. 그러나 전 세계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화상워크숍으로 바뀌었다. 수십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틀에 걸쳐 3시간씩 진행된다. 준비한 자료를 화상회의 화면 한쪽에 띄워 발표했다. 자정이 다 돼서야 회의가 마무리됐다.

한 다국적제약사 홍보담당자 A씨의 재택근무 일상 재구성.
A씨는 재택근무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쓸데없는 업무와 회의가 줄어들어 효율이 높아진 점도 장점 중 하나로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직접 대면보고가 줄어들면서 조금 더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됐다고 덧붙였다.

A씨는 “동료들과 얘기해보면 이대로도(재택근무를 지속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평소에도 회사메신저나 화상회의를 이용했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도 물론 있다”며 “까다로운 업무요청이나 보고는 대면으로 하는 것이 아직까진 낫다”고 덧붙였다.

◆재택근무 시각차…제약업계는 뉴노멀 실험 중

제약업계에선 재택근무(혹은 유연근무)와 화상회의로 대표되는 ‘뉴노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새로운 근로형태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데일리팜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1%(725명 중 320명)가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효율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25.4%(104명)였다. 국내 제약업계 종사가 10명 중 7명이 뉴노멀 시대의 근무형태 변화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뉴노멀 정착 가능성을 물었다. 여기에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혹은 유연근무)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50.9%,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49.1%였다. 사실상 반반으로 봐도 무방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제약사간 온도차다. 다국적사의 경우 61.4%(162명)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내사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55.1%(254명)가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적지 않은 제약사가 변화된 근무형태를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지속할지 여부로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로 다국적사일수록 고민이 많은 경향이다.

몇몇 국내사도 뉴노멀 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종근당이 대표적이다. 국내사 가운데 이번 사태 때 가장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했던 종근당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근무형태 변화를 실험 중이다.

우선 ▲내근직의 경우 ‘유연근무제(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허용)’와 ‘시차출퇴근제(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를 ▲영업직의 경우 ‘간주근로제(해당 영업지점장에게 완전 자율로 맡기는 방식)’를 ▲연구직의 경우 ‘재량근로제(일주일 52시간 근무 총량만 지키면서 대체휴가를 활용하는 방식)’를 시도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 유연근무제·시차출퇴근제·간주근로제·재량근무제 등을 차례로 도입했고, 이번 사태에서 본격 시도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회사 차원에서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변화된 근무형태를 지속할지를 두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뉴노멀 시대에 얼마나 준비 됐나

물론 변화된 근로형태가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과제는 ‘시간’이다. 제약업계는 긴급하고 불가피하게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대부분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많은 직원이 혼란에 빠졌다.

국내사에서 내근직으로 일하는 B씨는 “경험이 없다보니,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인지 쉬는 것인지 집중하기가 힘들었다”며 “가족도 재택근무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서인지, 집안일을 시키거나 육아를 요구하는 등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화상회의 역시 초기에 혼선이 많았다. 이후로 차차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준비’다. 재택근무를 위한 준비가 얼마나 잘돼있는지에 따라 뉴노멀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다국적사와 국내사간 온도차도 여기서 설명된다. 뉴노멀에 대한 전망이 다국적사에서 더 긍정적으로 나타난 이유는 준비가 잘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평소 메일·메신저·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재택근무를 위한 제반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였다. 여기에 몇몇 다국적제약사가 본인의 자리가 없는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면서 제반여건은 더욱 강화됐다.

평소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한 제약사의 경우 예고 없이 시작된 재택근무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직장상사의 불신과 감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내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C씨는 “집에서 일하는 것을 놀거나 쉬는 것으로 생각하는 관리자들로 인해 오히려 재택근무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런가하면 재택근무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다국적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D씨는 “동료직원과 커피한잔 하며 업무 외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소통이 줄어들면서 조직문화가 더 경직된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필수 대면업무는 어떻게?…“전면 재택근무는 불가능”

직접대면이 필수인 업무도 여전히 많다. 일례로, 영업사원의 경우 거래처와의 교감을 위해선 스킨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월말마다 거래처를 방문해서 수금 또는 통계를 작성해야 하는 일도 있다.

실제 데일리팜 설문조사에선 대면영업 축소와 관련해 ‘종전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54.5%로 가장 많게 나타난 바 있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38.8%였고,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6.3%였다.

국내사 관계자 D씨는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것은 영업사원”이라며 “이들의 대면업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유연근무나 재량근무 등의 형태로 바뀔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사 관계자 E씨는 “결국 고용주의 생각에 달려 있다. 고용주가 근로형태의 변화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팜이 진행한 설문조사는 의미가 있다. CEO 48명 중 33.3%인 16명 만이 재택근무·유연근무 등 근로형태의 변화가 ‘업무효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실무진의 답변이 44.1%였던 점과 비교하면 10.8%p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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