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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마주 도덕성과 규제의 역설

  • 정새임
  • 2020-09-09 06:15:13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일부 제약바이오 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입방아에 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류에 편승해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고, 그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그 피해는 개인 주주들이 입는다는 지적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라는 불법적 요소가 아닌 이상 이들의 지분 매도는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소지가 없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주로 따라붙는 말은 '모럴 해저드', '도덕 불감증'과 같은 단어다. 이런 말들은 기업 이미지에 일부 타격이 될 수 있을지언정 파급력은 미미하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이 생길 순간에서 '도의적'이라는 말이 큰 힘을 발휘할 리 만무하다. 당장 내 앞에 놓여진 선택지라면 수익 실현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이미 주가는 몇 배 뛴 상황에서 개인의 도덕성이 높길 바라는 건 언제라도 무너질 모래성이 튼튼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수많은 기업들 내부에는 몇 배 더 많은 임원 등 경영진이 있다. 처한 상황이나 앉은 자리에 따라 도덕성의 문턱은 언제고 잠시 낮아질 수 있다. 그만큼 욕망의 힘은 강하다. 게다가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를 질타할 순 있어도 이것이 반복되는 현상을 바꿀 순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갖추는 것이 더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최대한 많고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손쉽게 주가 부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현재는 별다른 데이터 없이 몇 마디 말 만으로 쉽게 주가를 올릴 수 있다. 이를테면 자사 물질에 대해 세포실험한 결과 (흔히 비교되는)'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수십배 뛰어났다는 발표로 상한가를 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들 기업 중 자사 물질을 얼마나 투여했는지,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기전은 밝혀졌는지 등 구체적인 설명을 거론한 곳은 손에 꼽는다. 전임상이라지만 렘데시비르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였는데 논문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면서 전문의약품인지 일반의약품인지 아니면 모기약같은 의약외품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것까지 기밀에 해당된다면 보도자료도 내지 말았어야 할 단계다.

'코로나' 타이틀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주가가 뛰지 않도록 데이터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정보와 설명도 적시하지 않는 기업에겐 가차없는 제재와 경고를 줘야 한다. 약에 대한 신뢰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이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증명되는 부분이다. 반짝 주가올리기용이 아니라 정말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자 한다면 증명된 데이터를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자는데 반대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기밀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상업화된 물질에서 기밀은 적용되지 않으며, 신약 물질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제약바이오 업종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임상 중단 등 기업에 불리한 내용도 공시됨으로써 투자자의 피해를 줄였다. 코로나19처럼 특별 상황에서 이에 맞는 특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다.

제도가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함부로 주가 부양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준다. 쉽게 주가 부양이 가능한 제도 하에선 오히려 시세 차익을 얻지 못하는 자가 바보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어설픈 말 만으로 주가 부양이 소용 없다면 개인이 욕망과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고민할 상황 자체가 적어진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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