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17:50:23 기준
  • 의약품
  • #MA
  • 신약
  • #약사
  • 글로벌
  • 제약
  • #질 평가
  • CT
  • #제품
  • 대원제약
네이처위드

"조제실 대신 상담공간"...40년 내공 담긴 상담전문약국

  • 정흥준
  • 2020-11-09 20:28:19
  • [주목!이약국] 경기 판교 베르데약국(약사 정숙희)
  • "집에 있는 약 전부 가져오세요"...처방조제 없이 상담만
  • 약국 절반은 상담·스터디 용도...아로마·컬러테라피 접목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사람들에겐 특별한 한 명의 약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예요. 모든 약사들과 약국이 준비를 해야겠죠. 그것이 정말 약사를 위한 일이고, 국민을 위한 일이예요. 한 번에 변할 순 없어요. 만약 똑같은 약국이 싫다는 약사가 있다면 10%만 변화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처방전 조제 전문의약품은 준비돼있지 않습니다.' 경기 분당 판교에 위치한 베르데약국의 출입문에는 이같은 안내문이 붙어있다.

판교 카페문화거리에 위치한 베르데약국은 인근의 다른 카페들보다 더 눈에 띄는 아웃테리어로 시선을 잡아끄는데, 그보다 특별한 건 약국 안에 자리잡고 있다.

베르데는 스페인어로 ‘진한 녹색’을 의미한다. 또한 '샘솟는, 마르지 않는'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는데 약국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약사의 뜻이 담긴 이름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피톤치드 아로마향, 인테리어 전체를 원목과 초록빛으로 꾸며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980년도 성수동에서 첫 약국을 오픈했던 정숙희 약사(67·이대 약학대학)는 지난 40년의 노하우를 담아 9월 중순 일반약과 건기식 상담전문 '베르데약국'의 문을 열었다.

"약국이란 공간이 과거보다 나아지곤 있지만, 따뜻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은 많지 않죠.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진한 녹색이라는 뜻의 약국명처럼 숲속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처방 조제를 하지 않는 대신 약국 안에는 독립된 상담 공간이 절반을 차지한다. 환자들은 복용중인 약을 전부 들고와 상담을 받고, 건강검진 결과서를 가져와 필요한 복약상담을 받기도 한다.

또한 이 공간에선 약사들의 소규모 스터디가 열리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이뤄진다.

약국 안쪽에 독립된 상담공간이 조성돼있다.
"인근에 병원이 없을뿐만 아니라 약국에선 처방 조제도 하지 않고 있어요.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 상담이 위주죠. 집에 있는 모든 약을 가져오면 상담을 해주고 있고, 건강검진 결과지를 가져오면 알맞은 복약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부에 층계를 만들어 공간을 분리했고, 환자들이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이곳에선 수요일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 주말에는 후배약사들과 스터디 공간으로 쓰기도 합니다."

이 약국엔 아로마테라피와 컬러테라피 등이 접목돼있다는 점도 특별한데, 정 약사는 상담에 활용해 환자와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환자의 스트레스에 대해선 약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아로파테라피는 2004년부터 공부를 했는데, 식물이고 유기화학이다보니 약사들이 활용하기 좋습니다. 보완대체요법으로 필요에 따라 약과 아로마를 함께 권하고요. 아로마나 컬러테라피로 얘기를 시작하면 환자들은 무장해제를 하고 자신의 얘기를 꺼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약국 진열장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아로마테라피 제품들. 주민들 대상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 약사는 전국을 다니며 약사 대상 강의를 했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약과 건기식 상담을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새내기 약사때부터 일주일에 2~3일씩은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는 그는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도 환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약사가 공부를 한다는 건 결국 누군가에겐 도움이 된다는 얘기예요. 단순히 영양제만 보더라도 환자들의 질문이 달라졌어요. 과거엔 눈영양제 주세요라고 얘길했다면, 지금은 먹고 있는 것들을 얘기하면서 더 필요한 게 뭔지를 물어보죠. 각종 매체에서 정보를 듣고 여러 채널로 쉽게 구입을 하기 때문이예요. 과복용하는 경우들도 있죠. 복용중인 약들을 가져오면 상담을 해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병원 처방 조제에 매몰돼있는 현재의 약국 형태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하며, 조제 외 약사 직능 측면에서도 각자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노력이 결국 미래 약국·약사 직능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르데약국 정숙희 약사.
"지금은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되면 약국도 덩달아 위기를 겪는 구조예요. 물론 최근에는 조제 외에도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보이긴 합니다. 약사들이 가까운 곳에서 공부의 실마리를 찾아 집중하다 보면 점점 더 자신감이 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담 시간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계산하지 않아요. 오히려 어떻게 매뉴얼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40년 약국을 했으니 이렇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다들 당장의 성과에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년 또는 10년 후에는 어떤 약사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자신을 조금씩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처방 조제 중심의 약국이라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한다면 다른 약국과는 달리 기억에 남는 약국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약국의 10%, 아니면 한 코너라도 변화를 시도해보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약국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거예요. 당장 잘하려고 하지말고 진솔하게 천천히. 약사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합니다. 저는 설명을 잘 해주는 약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