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낙점받을까…K-바이오·AI 기업, 엔비디아 협업 기대감
- 차지현 기자
- 2026-06-10 0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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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CEO, 4박 5일간 국내 정·재계 연쇄 회동 후 9일 출국
- SK그룹·엔비디아 오너 2세, 4개월 만에 미국·한국 교류…바이오 협력 관측
- 루닛·메디컬아이피 등 의료 AI 기업, 엔비디아 글로벌 생태계 편입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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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엔비디아의 연결고리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황 CEO 일정에 SK바이오팜과 루닛 등 바이오·의료 AI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엔비디아의 국내 협력 범위가 바이오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최윤정·매디슨 황 4개월 새 두 차례 만남…바이오 협력 가능성 부상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등 SK 주요 경영진과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부사장, 황 CEO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도 자리를 합류했다. 최 본부장은 황 CEO가 자리를 떠난 이후 남편과 함께 매장을 찾아 매디슨 황 수석이사와 교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과 황 CEO의 만남에 이어 양사 2세 경영진 간 만남도 성사되면서 SK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가 차세대 경영진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회장 겸 CEO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GPU뿐 아니라 AI 서버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로봇·자율주행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황 CEO는 지난 5일 한국에 입국해 4박5일간 일정을 소화한 뒤 9일 출국했다. 이번 방한은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고 국내 기업과 AI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최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이번 '깐부 회동'에 참석한 최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최 회장 장녀로 현재 SK바이오팜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쳐 SK바이오팜에 합류한 이후 전략투자와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2023년 말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는 전사 중장기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성장전략, 신사업 검토를 총괄하는 전략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최 본부장과 매디슨 황 수석이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본부장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최 회장과 황 CEO의 만찬에도 참석했다. 당시에도 매디슨 황 수석이사와 양사 주요 임직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이 불과 4개월 사이 미국과 한국에서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일회성 친분을 넘어 양사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인사 간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태원 회장과 황 CEO에 이어 양가 2세 간 교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SK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직 구체적인 공동사업이나 기술협력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양사의 기존 협력 관계를 토대로 바이오 분야까지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이 AI 신약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엔비디아의 컴퓨팅 인프라와 플랫폼을 활용한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루닛·메디컬아이피, 엔비디아 리셉션 참석…의료 AI·디지털 트윈 영토 확장
SK바이오팜뿐 아니라 루닛과 메디컬아이피 등 국내 바이오·의료AI 기업도 황 CEO 방한 행사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루닛은 지난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의료AI 분야 대표 기업으로 참석했다. 이 행사는 젠슨 황 CEO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가 국내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로봇, 의료 분야의 주요 기업과 기관을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루닛에서는 유성원 최고기술책임자가 참석해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과 국가 단위 암 검진 사업 경험을 소개했다. 루닛은 엔비디아 측과 각국 의료 데이터와 인구 특성을 반영한 소버린 의료AI 구축, 의료 특화 모델의 글로벌 확장, 엔비디아 컴퓨팅 인프라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메디컬아이피도 같은 행사에 참석해 자사의 의료 디지털트윈 기술을 선뵀다. 메디컬아이피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엑스레이 등 의료영상을 AI로 분석해 장기와 혈관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자체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메딥프로'에 연동해 의료진이 가상 공간에서 환자 의료영상을 실시간으로 3D 모델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날 행사에는 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가 참석해 AI 건강 스크리닝 플랫폼 '딥캐치' 시리즈와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트윈 해부 플랫폼 '메딥박스'를 소개했다. 박 대표는 의료영상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의 정밀의료·교육·로보틱스 분야 활용 방안과 엔비디아 플랫폼을 접목한 글로벌 사업 확대 방향 등을 공유했다.

엔비디아와 국내 바이오·의료 AI 기업 간 접점은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엔비디아 인셉션'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인셉션은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고성능 컴퓨팅 분야 스타트업에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와 기술 교육, 전문가 자문, 투자자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루닛과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엔비디아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루닛은 2017년 엔비디아 인셉션 어워드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글로벌 AI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이후 엔비디아와 관계를 이어왔다.
퍼스트바이오는 지난해 7월 엔비디아 인셉션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개발도구와 생성형 AI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BioNeMo)를 단백질 구조 예측과 후보물질 생성에 적용해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약물 설계 정확도와 예측 신뢰도를 높이고 엔비디아 개발진의 기술 피드백을 통해 자체 AI 모델을 정교화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루닛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각각 주도하는 의료·바이오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컨소시엄을 수행팀으로 선정하고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각각 256장씩 지원하기로 했다. 루닛 컨소시엄에는 SK바이오팜과 아이젠사이언스, 스탠다임 등이 참여하며 KAIST 컨소시엄에는 히츠와 머크 등이 합류해 단백질 구조와 약물 결합력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다수 참여 중인 일라이 릴리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릴리 튠랩'도 엔비디아 생태계와 맞닿아 있다. 튠랩은 릴리가 수십 년간 축적한 신약개발 데이터와 AI·머신러닝 모델을 외부 바이오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한 연합학습 기반 플랫폼이다. 참여 기업은 자체 데이터를 외부로 넘기지 않고도 릴리의 예측 모델을 활용해 후보물질의 약물동태와 안전성, 전임상 개발 가능성 등을 검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와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튠랩에 참여 중이다.
신약개발 핵심 기술로 떠오른 AI…글로벌 빅파마 협업 본격화
엔비디아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AI가 신약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과 임상시험, 허가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고위험 산업이다. 초기 단계에서 방대한 생물학·화학 데이터를 분석해 유망 후보를 선별하고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 중요한 만큼 대규모 연산과 정교한 예측 기술이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수요를 GPU와 AI 서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자사 기술로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 제약·바이오를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협업이 이미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전사 AI 인프라 구축 단계로 확대됐다.
가장 최근에는 로슈가 지난 3월 미국과 유럽 사업장에 엔비디아 블랙웰 GPU 2176개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 물량을 포함하면 총 3500개 규모다. 로슈는 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방식의 'AI 팩토리'를 구축해 신약·진단 개발과 임상시험, 디지털병리, 생산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자회사 제넨텍의 생성형 AI 신약개발 체계인 '랩 인 더 루프'에도 바이오니모를 적용한다.
일라이 릴리와 엔비디아는 지난 1월 향후 5년간 최대 10억달러를 공동 투자하는 AI 공동혁신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양사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생물학·화학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율실험 시스템을 개발한다. AI가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한 뒤 결과를 다시 모델 학습에 반영하는 24시간 연속 연구체계 구축이 목표다. 적용 범위도 신약 발굴에서 임상개발과 제조, 공급망 디지털트윈으로 확대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6월 엔비디아와 덴마크 AI혁신센터의 슈퍼컴퓨터 '게피온'을 활용하는 협력을 발표했다. 단일세포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후보에 대한 세포 반응을 예측하고 약물로 개발하기 적합한 분자를 설계하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자체 과학문헌을 학습한 바이오의학 대규모언어모델 구축도 추진 중이다.
로슈 자회사 제넨텍은 2023년 엔비디아와 전략적 연구협력 계약을 맺었다. 제넨텍의 독자 AI·머신러닝 모델을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와 바이오니모에서 최적화하고 대규모로 확장하는 내용이다. 실험 결과를 AI 모델에 반영하고 모델이 예측한 결과를 다시 실험으로 검증하는 '랩 인 더 루프' 체계 고도화가 핵심이다.
암젠은 바이오니모를 자체 항체 데이터로 학습해 치료용 단백질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분자 스크리닝과 최적화를 위한 AI 모델 5개의 학습 기간을 기존 약 3개월에서 수주 수준으로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외 GSK는 2020년 런던 AI 연구소에 엔비디아 DGX A100과 신약개발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유전체·임상 데이터 기반 신약·백신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아스트라제네카도 당시 엔비디아의 영국 AI 슈퍼컴퓨터 'Cambridge-1' 초기 활용 기업으로 참여했다.
이번 황 CEO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국내 바이오·의료AI 기업 간 협업 논의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가 엔비디아의 GPU와 AI 플랫폼을 신약 발굴부터 임상, 생산까지 적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의료AI와 디지털트윈, 신약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활용 사례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향후 국내 기업과 엔비디아의 관계가 기술 활용을 넘어 공동 연구와 사업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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