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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고형 약국은 예견된 참사

  • 장동석 약사
  • 2025-07-08 11:42:16
  • 장동석 전 약준모 회장

장동석 전 약준모 회장.
처음 ‘창고형 약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창고에서 약을 파는 건가?’의문은 곧 충격으로 바뀌었고, 지금 이 창고형 약국이 약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지금, 1%의 약사가 99%를 대변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데, 약사 사회는 수십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앞으로의 파도에 대응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약사 사회 내부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의 결여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오랜 시간 회원들과 소통하지 못한 약사회 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된 결과다. 약국이 대형화되고, 인터넷 쇼핑몰과 유통 채널이 확장된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바로 의약품에 대한 규제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수십 년 동안 의약품의 재분류는 이뤄지지 않았고, 약사와 약국이 담당하던 전문성은 점차 위축돼 왔다. 이제는 약국의 특수 고유 기능은 편의점처럼 쉽게 접근 가능한 곳으로, 의약품은 편의점의 과자처럼 일반 소비자에게는 쉽게 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전문가의 손에서 다뤄져야 할 영역도 무분별하게 규제가 풀리며 누구나 손쉽게 유통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이 변화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먹거리 시장’을 열어주었고, 그 결과 약의 가치와 약국의 존재 이유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약사 사회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창고형 약국’이 문제라기보다, 이러한 형태가 가능해진 법적 구조와 허술한 제도, 그리고 대응하지 못한 약사 사회 자체가 문제다.

구멍가게,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 트레이더스, 인터넷몰처럼 소비자는 다양한 유통 경로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자체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 마찬가지로 창고형 약국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관건은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다. 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수 있는가? 약국의 본질적 특수가치를 유지하며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대형약국, 창고형 약국, 비대면 약국, 인터넷 약국, 대기업·법인 약국 등은 단순한 예외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미 예견된 현실이며,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명확하다. 의약품 시장은 축소되고 있고, 그 자리를 건기식과 기타 대체 시장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규제가 있는 의약품보다 규제가 느슨하고 유통이 자유로운 건강기능식품이 훨씬 매력적이다. 이는 결국 ‘약’이라는 개념 자체를 흔들고, 약국의 특수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과정에서 약사라는 전문 직역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지금의 논리와 대응 방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약사 사회는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보다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는 이미 그들과 유사한 상황에 진입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약국의 미래 모델을 다시 그릴 때다.

▲약사회의 리더십을 정비하여 소통하고 윤리적이며 선도적인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시대에 맞는 전문성과 관리 체계 필요하다. ▲건기식, 의약외품, 의료기기 규제 강화를 통해 무분별한 시장화를 막아야 한다. ▲약사의 전문성 회복을 위해 대국민 소통 강화와 직능 교육 확대를 해야 한다. ▲정부 및 기업 대응 전략 구체화하고 산업계와의 명확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

댐은 큰 홍수보다 작은 균열로 먼저 무너진다. 지금 이 변화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우리 약사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문제들이 드러난 결과이며, 약사사회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이 위기를 계기로 약사 사회의 근본을 돌아보고, 보다 균형 잡힌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현명한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할 순간이다. 윤리의식 고취, 회원과의 소통, 정부 및 산업계와의 협력 전략 수립을 통해 보다 강건한 약사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장동석 약사 이력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전 대한약사회 전문위원 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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