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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개척사업?…법원 재판서 드러난 종업원의 경영 개입

  • 김지은 기자
  • 2026-05-09 06:00:57
  • 석면 철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형사 사건서 ‘약국 개척사업’ 표현 등장
  • 법원 “약국 직원 아닌 사실상 사업주 역할”…개척·입지 협상·철거까지 주도
  • 약사사회 “악국 운영 개입 회색지대…네트워크 약국 논란과도 맞닿아”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종업원이 약국 개설과 이전, 입지 확보, 인테리어 공사까지 사실상 주도한 정황이 드러난 판결이 나왔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등장한 ‘약국 개척사업’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법원은 해당 종업원이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스스로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며 약국 개설 작업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약사사회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약국 운영 개입’ 문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 자체는 약국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 철거 작업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이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 과정에서는 약국 종업원의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이른바 ‘약국 개척사업’ 구조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약국 경영지원 사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별도로 ‘약국 개척 사업’을 진행해 온 인물로 적시됐다.

A씨는 약국 재이전을 위해 상가 건물주와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자신의 비용으로 철거 작업까지 추진했다. 이후 석면이 포함된 천장재 철거 과정에서 보호장비 지급과 작업장 밀폐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은 피고인이 단순히 약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직원이었는지 여부였다. 피고인 측은 “자신은 B약국의 근로자에 불과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번 작업이 기존 약국 운영 약사가 자신의 직원에게 단순 인테리어 작업을 맡긴 사안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사용한 ‘약국 개척사업’이라는 표현에 주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약사에게 좋은 위치의 약국을 소개하면 결과적으로 고용도 해주고 도움을 준다고 진술했다”며 “‘약국 개척사업’은 입지가 좋은 약국 개업 장소를 물색해 실제 약사와 건물주 간 계약 체결을 돕고, 향후 자신이 해당 약국 직원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얻는 구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약국 입지 선정과 개설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종업원 신분을 유지하는 구조를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연고권을 가지기 위해 무단 점유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거나 누구의 주문을 받아 한 일이 아니라 손해를 본 약사를 돕기 위해 진행했다’고 진술한 점도 언급했다.

여기에 공사 인력 역시 피고인 지인으로 채용됐고 작업 역시 피고인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공사 비용 또한 약사가 사후 정산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네트워크 약국 방지법’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약사사회에서는 약국 종업원이나 브로커 형태 인물이 입지 확보, 상가 협상, 인테리어, 직원 관리, 매출 구조 등에 개입하면서 사실상 약국 운영 전반을 주도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특히 최근 네트워크 약국 논란 과정에서도 ‘개설’과 ‘운영’의 경계가 법적 쟁점으로 부상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형식상 약국 직원 신분이더라도 실제로는 약국 개설과 이전 작업을 주도하고 위험 부담까지 떠안았다면 단순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법원이 판단 과정에서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건은 약사법 위반 사건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법적 판단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약국 개척사업’이라는 표현 자체가 현재 약국가 일각의 운영 구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 개설 과정에서 입지 물색부터 건물주 협상, 인테리어, 직원 연결까지 사실상 외부 인력이 움직이는 구조는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며 “이번 판결은 그동안 회색지대에 있던 구조 일부가 법원 판단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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