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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입니다"…일요일 오전 기습 방문에 가슴이 쿵

  • 강혜경
  • 2022-02-20 12:19:47
  • [내러티브] 휴일지킴이 약국 이야기
  • 예상치 못한 '휴일 현장점검'에 당혹…판매 실태 등 살펴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2월 20일, 나는 휴일지킴이 약국 약사다. 일요일이지만 늘 그렇듯 아침 일찍 약국 문을 열었다.

약을 정리하고 있던 오전 10시 20분, 한 여성이 약국으로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건네니 여성은 "식약청에서 왔어요. 확인할 게 있어서요"라고 말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식약청? 확인?' 당황스러웠다. 분명 지은 죄는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괜히 머리가 하얘졌다. 순간 식약처가 약국과 편의점들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할 거라고 했던 언론 보도가 스치며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식약처 공무원은 "키트가 있냐"고 물었고, 즉각 카운터 위에 있던 소분 키트를 가리켰다. 우리 약국은 1개입, 2개입, 5개입으로 키트를 소분해 판매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잘 하셨네요. 그런데 비닐은"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에서 약국과 편의점에 공급한다는 비닐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어제 받은 비닐이 떠올라서 "어제 받았어요"라고 말했고, 이 공무원은 키트 유통 상황을 물었다.

'50개 쿼터제'로 인해 지난 주 마음 고생을 했지만, 자율 판매제가 재시행된 후 유통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100개, 150개씩은 받을 수 있다 보니 숨통이 트였고, 소분도 일 주일쯤 지나니 많이 익숙해졌다.

"적당히 물량이 들어와 이제 수급 걱정은 한 시름 덜었다"고 답하자, 공무원은 "다른 약국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아마도 우리 약국 말고 다른 약국에도 가 본 모양이었다.

그는 "고생이 많다"고 말했고, 나는 "그렇죠. 전국에 계신 모든 약사님들의 노고가 크시죠"라고 맞받아쳤다. 한 3분쯤 지났나, 그는 '자가진단키트 낱개 판매 매뉴얼'을 건네고 "고생하시라"며 약국을 떠났다.

3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제서야 나는 다시 멍해졌다.

'아 맞다, 용액통이 남고 면봉이 부족하고, 한번에 쏟아진 듯 배달돼 오는 문제를 미처 말하지 못했네.'

용액통이 남고 면봉이 모자라는 등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마음을 졸였다. 혹시 내가 포장을 잘못한 건 아닌지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다. 도매상에게 얘기했더니 본인한테 주면 나중에 한번에 처리해 주겠다고 하던데, 중요한 건 내가 갯수를 잘못 맞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는 거다.

갑자기 후회가 몰려왔다. 힘들었던 점들을 모두 말해야 했었나 싶기도 했고, 식약처가 약국을 준공무원처럼 여기는 게 아니냐고 얘기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일요일 방문에 다른 약국들도 놀라실까 SNS를 통해 약국 현장점검 사실을 공유했다. 얼마나 놀라셨느냐는 동료 약사님의 위로부터 '우리 약국에도 식약처가 왔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 약사님도 나처럼 실태조사가 당황스럽고 불편하셨나 보다. 사실 시행 전에는 약국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약국 당 50개', '6000원'이라고 일방적으로 지침을 정하더니 이제야 현장점검이라니 내심 화 나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약사님들은 참 선하다. 자체적으로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도 공적마스크때도 그랬듯 정부 시책에 참 잘 따르신다. 누구보다 깔끔하게 키트를 소분하고 설명서까지 출력해 함께 넣어주신다. 6000원 최고가격제가 정해지면서 나도 보이콧을 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키트를 소분하고 있다.

나라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우리 지역 주민들이 기왕이면 여기 저기 헛걸음 하지 않고 키트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약사님들에게 다시 한번 존경의 뜻을 전하며, 이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러티브(narrative)

내러티브는 사건을 설명 또는 기술하는 행위가 이야기적인 성격을 띄는 것을 말합니다. 스트레이트의 틀을 벗어나 소설, 희곡, 시, 에세이 등 새로운 기사양식으로, 스토리텔링 형태를 이용해 식약처의 약국 코로나 키트 소분 판매 현장 점검을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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