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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약사] 그런 공부면 하지 말자

  • 데일리팜
  • 2022-07-18 23:14:36
  • 오인석 약사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면허를 받았어도 전문지식을 최신화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약학연맹에서 말하는 약사상인 7 star pharmacist에도 ‘lifelong learner’를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 기회도 다양한데, 의무적인 연수교육부터 제약회사 신약 교육은 물론 다양한 학술제에서도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약국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 강의도 많다. 약사들은 매년 커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에 이어 ‘건강기능식품도 약사에게’ 상담,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상담과 판매에 약사의 전문지식이 접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기획이다.

나 역시 그간 여러 건강기능식품 판매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의들을 접해 왔다. 그중에 약사들이 창업한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제품 강의, 약사들이 함께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건강기능식품들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토록 좋다는 건강기능식품, 왜 약이 아닐까’

강의를 들어보면 환자들의 불치병, 난치병을 해소할, ‘약’보다도 더욱 효과적인 제품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제품을 복용한 후 수년간, 심지어는 십 수 년간 병·의원에서 치료할 수 없었던 질환들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소위 ‘치험례’가 빠지지 않는다. 격앙된 강의를 이어가는 강사, 그리고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는 약사 동료들 옆에서 다양성 존중과 과학자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혼자만 불편했던 걸까. 심지어 말기 암 환자도 치료했다며 암 덩어리 사진을 보여주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강의도 있었으니, 그것이 사실이라면 환자를 포기하는 내가 무책임한 약사인가 싶을 정도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의 목적은 제품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제품의 효능에 대한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얼마가 됐든 아프고 불편한 곳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싶은 환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상호합의하에 이뤄진 거래를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리학, 병리학, 생화학, 약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약의 전문가인 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통한 ‘치험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볼 때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약사들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은 좋지만, 그런 치험례를 접하면서 ‘그렇게 좋은 제품이면 왜 약으로 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난치병, 불치병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치료됐다 하더라도 약사가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권할 정도의 임상적 유의성이 확보됐는지 의구심을 갖는 게 마땅하다. 비약사가 하면 허위·과장 광고가 되는 똑같은 내용이 약사가 하면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정이 없어도 ‘치험에 따른 이론’이 되고 있다. 다른 보건의료전문가에게 떳떳이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약은 약사에게, 건강기능식품도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은 건강기능식품을 약처럼 사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상담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하고, 현재 복용 중인 의약품, 앓고 있는 질병과 식습관, 생활습관까지 어우러진 포괄적 상담을 할 수 있는 직능이 약사다. 이윤 추구에 대한 욕망을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진심과 약사 전문성으로 합리화하고 포장하는 강의가 계속된다면 오히려 약의 전문가인 약사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약에서도 건강기능식품에서도 약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탄탄한 내공의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조금 어렵거나 귀찮고 당장 약국의 이익과 상관이 없어 보여도 무엇이 올바른 내용이고, 근거에 기반을 둔 이론인지 파악하는 기본기를 갖추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저런 강의는 안 듣고, 저런 공부는 안 하는 게 낫다.

오인석 약사 프로필

전 대한약사회 학술이사 전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현 OTC연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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