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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약국 만들기에 참여해 내 장점 찾아냈어요"

  • 강혜경
  • 2022-08-24 17:09:47
  • [인터뷰] 충남대 약대 6학년 윤소정 씨
  • "다소 느릿한 발음에 약국 취업 불안... 오로지 개국만 생각"
  • "인생약국 컨설팅서 '또박또박 상담'이 내 강점이란 걸 알아"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서 정규직으로 발탁되기까지 과정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17.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엉뚱하고, 이상하지만 천재적인 암기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는 우영우 변호사는 보는 이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다.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와 같이 장애를 극복하고 본인의 자리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많지만 생김새나 행동,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여전히 차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충남대 약대 6학년 윤소정 학생.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6학년에 재학 중인 윤소정 씨(31)는 장애 판정을 받을 만큼은 아니지만 선천적인 어눌한 발음으로 30여년 숱한 오해와 편견을 받아 왔다.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은 모두 가능하지만, 자칫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조금 발음이 이상하다,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기 위해 MRI도 찍어 보고 갖가지 검사를 해봤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윤소정 학생은 인터뷰 내내 또박또박 본인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가졌던 콤플렉스와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약사가 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밝혔다.

◆상처 받기 겁나 매달렸던 개국, 강점 많은 사람이란 것 깨달아= 뒤늦게 약대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면서 그의 목표는 오로지 개국이었다. 편견 없이 자신을 받아줄 국장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과 취업 과정에서 겪게 될 수많은 거절이 두려웠기 때문에 스스로 개국이라는 길을 정해두고 과외를 하면서 개국 자금을 마련해 왔다.

"학창 시절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대학 때부터 현재까지도 과외를 해오고 있어요. 한번에 18명을 동시에 가르쳐 본 적도 있고, 대기 학생까지 있었어요.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치열하게 살았고 학생 치고는 꽤 많은 돈을 벌고, 모았어요. 개국자금을 비축하는 게 첫 단추이자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가 오원식 약사(제주 번영약국, 대한약사회 건강기능식품위원장)가 주도하는 인생약국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개국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데일리팜 기사를 보던 중 약국 컨설팅 프로그램인 인생약국 만들기를 알게 됐고 곧장 오원식 약사님께 제 상황과 개국에 대한 갈망을 두서 없이 얘기했고 첫 컨설팅을 받게 된 거죠."

그렇게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윤소정 학생은 광복절부터 5일 간, 하루 10시간씩 약국과 약사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고민하고, 질문하며 총 50시간을 보냈다.

인생약국 만들기 타임테이블표.
"첫 번째 미션이 나에 대해 돌아보기였어요. 약대 공부에 과외까지 병행하면서 잠을 아껴가며 닥치는 대로 치열하게 살았던 저에게 이 시간은 낯설고 어색했죠. 처음 이틀은 기대와 달리 쉽지 않았어요. 개국을 배우고 싶어 왔는데 자신을 보라고만 하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고, 컨설팅이 끝나고 나서야 내 마음과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깨닫게 됐죠."

컨설팅은 ▲본인의 약점 vs 강점 ▲좌우명 만들기 ▲want to do list ▲돈 벌어서 뭐할까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약사인가 같은 스스로에 대한 내용과 ▲약국의 인력 관리 ▲약사에게 친절은 무엇인가 ▲오늘의 멘토링과 같은 경영적인 측면에 대해 진행됐다.

"컨설팅을 거치면서 저의 약점 보다는 강점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마음가짐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약점을 들키지 않고자 스스로를 포장하기에 바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위해 더욱 또박또박 정성을 다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약국 실무실습에서도 처음에는 '어?'하셨던 분들도 나중에는 '너무 친절하시다'며 돌아가는 분들이 생겨났고, 눈물을 흘리며 상담하는 내담자 분을 안아드리며 위로해 드린 적도 있었어요. 이런 게 제가 가진 강점이죠. 여기에 계절 별, 제품 별 POP를 만들어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손재주도 백배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EET 실패라는 좌절을 경험하고 뒤늦게 입학한 약학대학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20대 초반에 한 차례 PEET를 실패하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배우자를 만나 다시 약사에 도전해 2019년 약학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생각보다 약대가 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실무실습을 하고, 인생약국 만들기를 통해 약국이 제 적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고요. 누구에게도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제 강점을 살려보고 싶어요. 제 강점을 받아주실 국장님이 계시다면 더 열심히 배워보고 싶어요."

오원식 약사와 윤소정 학생이 인생약국 만들기 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평생 스스로를 옭아매던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본인의 약점은 약점대로 강점은 강점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제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 '이 약국에만 오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 지는 것 같아요'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약사가 되는 게 제 목표예요. 인터뷰를 한다고 나서기 까지 조심스러웠지만 이런 저를 보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힘을 얻고 용기를 냈으면 하는 마음에 저 역시 용기를 낸 거니까요."

◆"약국 자리 찾아주는 컨설팅 아닌 진짜 컨설팅 보여줄 터"= 오원식 약사는 인생약국 만들기를 통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나름의 경험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국 컨설팅이라고 하면 보통 부동산 중개인을 먼저 떠올리잖아요. 저는 약사로서 경험을 토대로 인생약국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단순히 약국만 구경시켜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약대에 진학하게 된 이유, 개국을 희망하는 이유, 어떤 약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약국을 운영하는 게 맞는지 세밀하게 살펴보고 개개인에게 가장 맞는 약국을 컨설팅 해 주는 게 제 역할이죠."

인생약국 만들기는 유료로 진행된다. 하루 10시간의 컨설팅을 위해서는 전적으로 약국을 맡아줄 근무약사 인력비용 등이 책정됐을 때, 지속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을 책정해 5일 간의 집중 컨설팅 코스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학생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약점만 보고 살기에는 강점이 너무 아깝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약사로서 자질이 충만한 사람이란 걸 제가 몸소 느끼고 평가하게 됐죠. 윤소정 학생이 제주도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수업료를 내고 왔다가 몇 배나 되는 빚을 지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제 약국을 판매하고 싶어요. 마음이 잘 맞는 약사들을 모아 소규모 그룹을 만들고 싶어요. 약국체인이 같은 시스템과 인테리어를 약국에 입히는 것이라면 저는 약사 개개인의 특징과 성향을 반영한 시스템과 인테리어, 장소 등을 함께 찾고 매칭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처음 시작하려는 약사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것 역시 직업적 보람이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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