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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 잃고 멈춘 한미 평택 2공장, '비만약 에페'로 재가동

  • 김진구 기자
  • 2026-09-17 06:00:56
  • 요약
  • 신축-설비 투자에 2861억 투입…2018년 준공 뒤 장기간 가동률 저조
  • 사노피 반환 이어 코로나 백신 CMO 무산…2022년 완전히 멈춘 2공장
  • 롤론티스 이어 비만약 생산 본격화…가동 목표 올해 70%>내년 90%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글로벌 신약을 겨냥해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이 준공 8년 만에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때 0%를 기록한 제2공장의 올해 가동률 목표를 70%로 제시했다. 공장 가동 확대의 중심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있다. 과거 평택 제2공장 투자의 주요 배경이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사노피의 권리 반환으로 생산 계획에서 빠졌다가 비만치료제로 개발되면서 다시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5조 기술수출에 대규모 증설…제2공장 투자금액 2861억원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 2공장에선 현재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 ▲글로벌 제약사의 MASH 치료 후보물질 임상용 제품 ▲연내 출시 예정인 비만치료제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이 생산 중이다.

지난 2018년 준공 이후 큰 부침을 겪으면서 8년 만에 가동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의 지난 10년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부침과 맞물려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의 출발은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기술수출이다.

당시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를 기술수출했다. 계약금 4억 유로와 단계별 마일스톤 35억 유로를 합친 총 계약 규모는 39억 유로로, 당시 환율 기준 약 4조8000억원이었다.

이후 한미약품은 1440억원을 들여 제2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과 허가, 향후 상업화에 필요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투자 규모는 더욱 커졌다. 한미약품은 2017년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의 임상·허가와 상용화 의약품 제조를 위한 생산설비에 1133억원을 별도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GMP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설계 변경으로 제2공장 신규시설 투자액도 1440억원에서 1727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총액 2861억원이 제2공장 신축과 설비투자에 투입된 셈이다.

사노피 기술 반환 뒤 일감 공백…코로나 백신 CMO도 좌절

공장은 완성됐지만 생산물량 확보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특히 2020년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글로벌 상업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실패에 따른 반환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한미약품에는 핵심 생산물량이 사라지는 결과가 됐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 가동 추이

한미약품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2020년 제2공장의 미생물 배양·정제 설비를 활용하면 유전자 백신을 연간 최대 10억회분까지 생산할 수 있다며 글로벌 백신 CMO 가능성을 적극 홍보했다.

실제 수주도 이뤄졌다. 2021년 5월 제넥신과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N'에 대한 245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제넥신이 2022년 3월 GX-19N 개발을 중단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양사의 CMO 계약도 해지했다. 당초 245억원이던 계약 가운데 실제 이행액은 약 11억원, 이행률은 4.5%에 그쳤다.

2022년 가동률 0%로 뚝…감가상각 부담은 지속

일감을 찾으려는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제2공장 가동률은 2022년 결국 0%까지 내려갔다.

한미약품이 2024년 공개한 IR 자료에 따르면 평택 바이오플랜트 2공장 가동률은 2022년 0%, 2023년 10%, 2024년 30% 수준에 그친다. 반면 1공장은 각각 40%, 90%, 95% 수준이었다.

대규모 생산설비가 충분히 가동되지 않는 동안에도 이미 구축한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은 계속됐다. 

한미약품 별도재무제표상 감가상각비는 2018년 298억원에서 2019년 342억원, 2020년 39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에는 625억원으로 확대됐고 이후 2022년 664억원, 2023년 674억원, 2024년 672억원, 2025년 676억원으로 연간 600억원대 후반을 기록했다.

평택 제2공장뿐 아니라 한미약품 전체 사업장의 유형자산과 사용권자산 등을 포함한 수치다. 제2공장의 감가상각비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생산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이미 구축한 설비의 감가상각은 지속되는 만큼 낮은 가동률은 고정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롤론티스 투입 이어 에페 생산 준비까지…가동률 본궤도 오를까

변화는 롤론티스의 상업생산을 계기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에서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허가·출시됐고, 평택 바이오플랜트가 글로벌 공급을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글로벌 파트너사가 개발 중인 MASH 치료 후보물질의 임상용 제품 생산도 추가됐다. 한미약품은 2023년부터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CMO·CDMO 사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글로벌 수주 활동에도 다시 나섰다.

공장의 활동량 변화는 환경·생산 관련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한미약품의 2024-2025년 ESG 자료에 따르면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에너지 사용량은 2023년 55만8030GJ에서 2024년 76만2271GJ로 37% 증가했다. 용수 취수량은 33만5714톤에서 41만8349톤으로 25% 늘었다.

같은 기간 원·부자재 사용량은 153톤에서 319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폐기물 발생량은 757톤에서 1293톤으로 71% 늘었다. 한미약품은 해당 ESG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평택 제2공장 시운전'이라고 명시했다.

2025년에는 에너지 사용량이 70만8645GJ, 용수 취수량이 36만9136톤, 원·부자재 사용량이 160톤으로 낮아졌다. 상수·폐수와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상업생산 확대가 가능하도록 공정 효율화를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폐기물 발생량은 1521톤으로 전년대비 18% 늘었다. 공장 가동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근거로 분석된다.

돌고 돌아 다시 에페 장착…2026년 70%>2027년 90% 목표

제2공장은 다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6월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롤론티스와 ▲MASH 치료 후보물질 임상용 제품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이 현재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최신 회사 발표 기준 최대 2만5000리터 규모 미생물 배양설비와 연간 최대 2000만개의 프리필드시린지(PFS) 완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서 2공장 가동률을 2025년 35%, 2026년 70%, 2027년 9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면 에페의 상업생산이 본격화하는 내년 풀캐파(CAPA)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중심엔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노피에 기술수출됐던 물질이 권리 반환으로 한미약품에 돌아왔고, 이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로 재개발돼 국내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신약의 대량생산을 기대하며 지었던 공장이 그 신약의 반환 이후 일감을 찾지 못해 멈췄다가 롤론티스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처음 투자의 배경이 됐던 에페글레나타이드까지 다시 생산라인에 올라온 셈이다.

한때 가동률 0%까지 떨어졌던 평택 제2공장이 한미약품이 계획한 70%, 나아가 풀가동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판매 확대와 롤베돈·CDMO 등 추가 생산물량 확보가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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