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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45%는 시작일뿐..." 미래 수익 가를 4가지 질문

  • 박준섭 이사
  • 2026-09-04 06:00:44
  • 요약
  • 박준섭의 Between the line
  • 동일제제 등재부터 가산 종료까지 살펴야 진짜 손익 보여
  • 조건 변화에 따라 달라질 약가 파악까지가 산정 업무

1부 · 신약등재 — 산정약가 기준점의 탄생

약가 산정이라고 하면 보통 계산기를 두드리는 장면을 떠올린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산정규정, 그 안 어디에도 "이 약의 진짜 가치는 얼마다"라고 새로 계산해내는 조항은 없다. 있는 건 전부 하나의 질문뿐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기준점에서, 이번 품목의 약가는 어떤 규칙으로 어느 위치에 놓이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기준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기준점은 계산이 아니라 절차적 합의로 만들어진다

어떤 성분이 국내에 처음 등재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이 신약은 심평원(HIRA) 신약등재 신청과 실무 검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를 거쳐 건보공단(NHIS)과의 약가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협상이 끝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와 보건복지부 고시를 거쳐 비로소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이 절차의 끝에서 나오는 숫자(그 성분의 최초등재가)는 어느 한 기관이 계산기로 뽑아낸 값이 아니다. 임상적 근거를 심사하고, 경제성을 검토하고, 재정 영향을 협상한 결과로 여러 주체가 "이 가격이면 급여로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한 숫자다. 계산이 아니라 절차적 합의다.

이 숫자를 100이라고 하자. 이 100은 등재된 순간부터 그 성분의 좌표가 된다. 이후 사용량-약가연동협상,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조정,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조정 같은 사후관리를 거치며 100은 조금씩 내려앉을 수 있다. 이때 사후관리로 줄어드는 값을 A라 하면, 그 결과값은 100-A가 되고, 이 값이 바로 산정의 출발점이 되는 값이 되는 것이다.

그 기준점에서, 질문 하나가 경로를 가른다

이 성분으로 새로운 의약품을 또 만든다고 해보자. 여기서 산정규정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다. 동일제제가 있는가? 없는가?

성분·염·함량·제형이 모두 최초등재제품과 같은 제품이 이미 있다면, 이 신청품은 동일제제 트랙을 탄다(산정규정 제2호가목). 반대로 염이나 제형이 다르거나, 용법용량이 개선됐거나, 함량이 다르거나, 이 성분을 포함한 복합제라면 산정규정 제2호나목인, 동일제제가 없는 경우의 트랙을 탄다. 같은 기준점 100 또는 100-A에서 출발했더라도, 이 갈림길에서 이미 다른 숫자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갈림길은 다시 여러 갈래로 뻗는다. 가목(동일제제 있음)을 탄 유형은 45%에서 산정되고, 나목(동일제제 없음)을 탄 자료제출의약품은 변경 내용(염·제형, 용법용량, 함량, 복합제 여부)과 개발목표제품의 동일제제 등재 여부에 따라 90% 또는 45%, 100% 또는 49.5%에 자리를 잡는다(산정규정 별첨1 기준 적용). 같은 100에서 출발해도, 규정상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숫자는 갈라진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숫자 몇 개가 아니다. 산정이라는 행위의 정체다. 산정은 매번 새로 계산해내는 창작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점 위에서 이번 산정 품목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규정에 대입해 숫자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는 이 해석이 숫자 하나에서 멈춘다. 동일제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요건을 대입해 45%를 얻으면 산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는 이 품목의 가격을 설명하는 전부일까?

이제 이 질문을, 우리가 평소 익숙하게 쓰는 감각으로 바꿔보자.

2부 · 산정규정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우리는 매일 네 개의 축을 동시에 돌리며 산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 7시, 강남에서 약속이 있다. 지금은 6시 20분, 나는 여의도에 있다. 무의식중에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된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5분. 2호선을 타면 강남까지 30분. 충분하다.

아무도 이걸 '네 개의 축을 계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생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짧은 판단 안에는 이미 네 개의 질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다.

같은 경로도 오전 11시라면 택시가 빠르다. 금요일 저녁이라면 지하철도 만원이다. 언제냐가 나머지 세 질문의 답을 다시 흔든다.

이걸 '4차원 분석'이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일상이다. 우리는 이미 매일, 자연스럽게 이 네 질문을 동시에 굴리며 살고 있으니까. (여기서 4차원은 물리학적 정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약가를 바라보는 네 개의 축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비유다.)

이제 다시 약가 이야기로 돌아오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 질문의 끝에서 멈춘다.

끝이다. 숫자 하나가 나왔으니까. 그게 약가니까.

그런데 정말 끝일까?

지하철 기본요금 1,550원이 최종 비용이 아니듯, 45%도 계산의 끝이 아니다. 아직 X·Y까지만 반영된 중간값일 뿐이다.

여기서부터 네 축을 세워보자. 1부에서 본 100은 이 좌표계의 원점(origin)이다. X·Y·Z·T는 그 원점 위에서 이번 품목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재는 네 가지 질문이다.

이렇게 나누면 축이 서로 겹치지 않는다. X는 오직 "무엇"만 답하고, Y는 오직 "어떤 규칙"만 답한다. 회사 유형이나 생동 요건을 X에 두면, 품목의 정체성과 산정규칙이 뒤섞여버린다. 그 둘을 분리하는 순간 규정이 훨씬 깨끗하게 읽힌다.

네 축은 동시에 작동하지만, 우리가 약가를 바라보는 시야는 하나씩 넓혀볼 수 있다.

이 네 축을 한 문장씩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질문의 수준이 올라간다. 등재 직후의 45%와, 가산이 붙은 60%와, 가산 종료 후의 45%, 다품목 유발로 인한 38.25%, 이 넷은 다른 품목이 아니다. 같은 품목이 시간과 환경에 따라 그려낸 서로 다른 순간들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삶은 매일 이 네 개의 축을 두고 고민하며, 가장 나은 방향을 찾아간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배우고, 그 선택이 다시 다음의 선택을 만든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유독 약가 업무를 할 때만, 이 감각이 사라진다. 일상에서는 과거의 흐름도 살피고 앞으로 달라질 상황도 예상하면서 움직이는데, 약가 앞에서는 곧장 무엇(X)과 어떻게(Y)로만 들어간다. 이 품목이 무엇인지, 지금 얼마인지. 그것만 확인하고 멈춘다. 그 45%가 한번 정해지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숫자처럼, 그 뒤 어떤 상황에서 언제 약가가 다시 움직이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로.

제약산업에서 약가는 곧 미래의 수익이다. 시작할 때의 숫자만 알고 그 뒤를 모르면, 지금 세우는 손익 계산은 처음부터 틀린 그림이 된다. 지금의 약가가 어떤 기준점에서 왔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약가 담당자의 진짜 역할이다.

약가 산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규정에서 숫자를 찾았으면, 그 숫자가 어떤 기준점에서 왔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유효한지 확인해봐."

"약가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합의된 기준점(100) 위에서, 품목(X)이 규칙(Y)과 환경(Z) 아래, 시간(T)을 따라 그리는 하나의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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