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배 올려 22억 권리금 무산…대법 "임대인 방해 재심리"
- 김지은 기자
- 2026-08-24 06:00:5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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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임대료 3배 이상…현저히 고액으로 볼 여지 많아"
- "약국 조제료에는 영업노하우 등 포함"…권리금 손배 부분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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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기존보다 3배 이상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권리금 계약이 무산됐다면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약국의 높은 조제료 수입만을 근거로 임대료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약국의 조제료 수입에는 상가 위치뿐 아니라 거래처와 신용, 영업상 노하우 등 약사의 노력으로 형성된 가치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약국 임대인 A씨와 임차인 B씨 사이의 건물인도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약국 임대차는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B씨는 지난 2001년 9월 해당 상가를 임차해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계약을 여러 차례 갱신했고 2018년에는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 임대차기간 2년 조건으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2019년 말 이후 묵시적으로 갱신됐다. 하지만 2023년 4월 임대인이 월세를 기존 6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양측이 임대료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자 임대인은 같은 해 9월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12월 말 임대차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22억원 권리금 계약했지만…보증금 5억·월세 2000만원에 무산
약사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다. B씨는 2023년 10월 신규 임차를 희망하는 D씨와 해당 약국에 대해 권리금 22억원의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임대인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임대인은 D씨와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문제는 임대인이 제시한 조건이었다. 기존 약국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이었지만 신규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5억원, 월세 20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신규 임차인은 월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약사와 맺었던 22억원의 권리금 계약 역시 해제됐다. 이에 약사는 임대인이 사실상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약사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보증금과 월세가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할 때 단순히 주변 상가의 임대료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은 물론 기존 임차인의 임대조건과 신규 임차인에게 제시한 조건의 차이, 상가 시세와 적정 임대료, 거래관행과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임대조건 등에 비춰 임대인의 요구액이 현저하게 높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적정 임대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필요하다면 감정 등을 통해 적정 임대료를 확인한 뒤 임대인의 요구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무력화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월세 2000만원은 기존 월세 6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환산보증금으로 계산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기존 약국의 환산보증금은 7억원이었지만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조건은 25억원으로 약 357%에 달했다.
대법원은 액수 차이만으로 현저히 고액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주변 상가의 임대료가 올라 기존보다 3배 이상 인상해도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도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 조제료 1억원 약국이니 괜찮다?…대법 "약사 노력도 반영"
이번 판결에서 약국가가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약국 매출과 임대료의 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다.
2심은 해당 약국의 2023년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432만원 상당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임대인이 요구한 임대조건을 현저히 고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약국의 조제료 수입 전부를 상가 위치에서 비롯된 가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제료 수입에는 상가 위치 외에도 거래처와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등 임차인인 약사의 노력에 따른 인적 요인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고 본 것이다.
감정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해당 약국의 상가 위치에 따른 바닥권리금은 0원으로 평가된 반면 영업권리금은 20억1500만원으로 평가됐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임대인이 임대료를 대폭 올린 조치에 객관적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리금 22억원 자체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보지 않았다. 원심 감정 결과 약국 운영권 거래에서 권리금은 통상 월평균 조제료의 20개월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해당 약국의 월평균 조제료에 적용하면 약사가 신규 임차인과 계약한 권리금 22억원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임대인의 요구액이 적정한 수준인지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약사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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